왜 지금 고전인가 - 서양고전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
네빌 몰리 지음, 박홍경 옮김 / 프롬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서양고전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 / 하룻밤에 끝내는 고전 공부의 기초

왜 고전은 우리 삶과 세계에 중요한가 / 어떻게 고전을 공부할 것인가

엘리트의 지식에서 대중의 교양으로! 세계적 석학과 리더들은 왜 그토록 고전을 읽고 권할까? (표지 中)

 

제목이 주는 무거움과 다르게 책이 무척 작고 얇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왜 고전이 현재에도 중요한지, 어떻게 고전을 공부해야 하는지, 세계적 석학들은 왜 계속 고전을 권하는지, 서용고전을 제대로 입문하고 싶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안내를 제대로 받고 싶었다.

그런데 읽을 수록 이게 뭐지? 싶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서양고전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라고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왜 지금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도 아니었다.

무거워진 머리로 앞 표지를 다시 보았다.

원제가 CLASSICS : WHY IT MATTERS 였다.

고전 : 왜 중요한가 로 해석된다.

즉,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초보자들에게 고전입문을 하게 해주는 책도 아니고, 지금 이 시점에 읽어야 할 필요성을 알려주는 책도 아닌 것이다.

출판사에서 이 책을 담당한 담당자에게 묻고 싶다. 이 책 내용을 읽어 보았는지? 읽어보고 한글판 제목을 정한 것인지?

내용을 안 읽어 보았다면 책에 성의가 없는 것이고, 내용을 읽어보았다면 제목만으로 독자를 낚은 것인데, 어느 쪽이 더 욕을 먹는 상황일까?

내 개인적 성향은 차라리 성의가 없는 게 낫지, 제목으로 몇 마디 문구로 낚아 놓고 읽을 수록 독자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책의 저자는 영국 엑세터대학 고전고대사학 교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용중 영국을 편애하고, 유럽역사가 세계역사라는 서양인 우월적 사관이 수시로 드러나고 좀 불편했다.

그리고 본문 첫장 첫번째 줄에 나오는 저자가 말하는 고전이란 < 고대 지중해 세계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그 세계의 문학, 예술작품 > 이라고 정의 내린다. 내가 생각했던 고전의 폭보다 너무 좁은 의미의 정의여서 첫장 첫줄부터 이건 뭐지? 싶었다.

이 같은 현실적 위협은 영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설립된 많은 대학에서 고대 관련 연구 전반을 문헌학자와 관련 학과에 맡기는 대신 고대사는 역사학과에, 고대 철학은 철학자들에게, 사료 연구는 고고학에 맡긴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고전학은 격변을 피해 19세기 학교와 대학에서도 명망 높은 학문으로 인정받았으며 역사처럼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경쟁자들 틈에서 구별된 역할을 맡아 오늘날 학문으로서의 위치와 위상을 형성했다. (p. 30)

<1장 고전이 마주친 문제> 에서 저자는 고전을 연구하는 자신을 비롯한 고전학자들의 위상을 문제삼는다.

<2장 과거의 추적 > 에서는 고전학자들이 과거를 추적하려면 학문간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고대에 대한 불가피하게 단편적 견해를 놓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하며 다양한 견해를 탐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를 이해하고 있는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그리스, 로마의 여러 흔적을 이해하려면 고전학자들이 그 이해를 도와주고, 고대가 수용되며 재발견된 방식을 해석해줘야 한다. 훗날의 울림보다는 고대에 온전히 몰두한 고전학자를 포함한 모든 고전학자는 수용의 역사와 고전의 이해에 미친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의 고전은 절대로 현재의 피난처가 될 수 없으며 언제나 흔적을 남긴다. (p. 145)

<3장 현재의 이해 > 에서는 본격적으로 고전학자의 역할을 제시하며 고전학자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과거에 발생한 사건을 통해 우리는 진실하고 믿을 만한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얻을 수 있다. (p. 152)

고전고대의 연구는 예측 가능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인류와 동일한 방식으로 인간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넓힌다. (p. 172)

고대는 우리가 맹종하며 따라야 할 모형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에 다시 만들고 싶은 요소를 나타내는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고대의 지식을 활용해 보다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p. 177)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목표, 가능한 목적지를 상상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는 악몽의 이미지를 제공하여 우리가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를 깨닫게 한다. (p. 178)

고전은 우리의 자원과 가능성을 확장하고 이 시대와 기본적인 가정을 조망할 훌륭한 위치를 제공한다. 고전은 이류가 물려받은 유산의 일부이면서도 인간의 의미, 우리가 된다는 것에 대한 전부를 질문하도록 이끈다. (p. 181)

 

<4장 미래의 예상 > 에서 투키디데스나 에드워드 기번을 예시로 들며 고전(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따라서 현재에도 미래에도 고전연구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의 역사에서 배우고 배운 것을 현재에 생각하며 미래를 변화시키는데 활용하는 게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의 깨달음 아닌가? 고전에는 배울점이 많다는 쉬운 얘기를 어찌나 어렵게 하는지;;; 게다가 고전의 중요성을 일반 대중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고전을연구하는 고전학자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더 크게 느껴진다. 배울점 많은 고전을 연구하는 고전학자들을 응원하는 내용이 본론인 것이다.

과연 이러한 내용의 책을 일반독자가 읽고 왜 지금 이 시점에 고전이 필요한지 깨달을 수 있을까?

과연 이러한 내용의 책을 읽고 서양고전 입문을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여기서 말하는 서양고전은 그리스로마에 국한되어 있는데 그것이 올바른 범위인가?

하룻밤에 고전공부의 기초를 끝내고 싶어서 이 책을 읽은 독자 중에 과연 고전공부의 기초를 배운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고전을 그리스로마에 제한시키지 않고 문학과 철학과 역사 를 두루두루 살펴주었다면,

추천할 만한 책들이 무엇이며 어떤 순서대로 읽으면 좋다는 조언을 해주었다면,

고전은 무엇을 고전이라 부르며 왜 고전이라 부르는지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면,

서양고전과 동양고전을 좀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비교해 주고 저자가 생각하는 서양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좀 더 분명하게 알려주었다면,

그러한 고전들을 왜 지금 읽어야 하는지 시대적 의미를 좀더 현대적 관점에서 알려주었다면,

이러한 입문자들이 가질법한 생각들에 대해 좀더 쉽게 설명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크게 남는 책이었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좀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래서 책에 대해 왠만하면 늘 호감을 가지고 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용과 맞지 않는 제목과 홍보내용을 봤을때 감정이 욱 하고 올라올 때가 있다. 잘못된 첫인상으로 접한 책에 대한 실망으로 독서에 대한 흥미 자체가 떨어질까봐... 그래서 책을 내시는 분들이 좀더 신경써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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