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알면 중국이 보인다
윤창준 지음 / 어문학사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겐 가깝지만 먼 나라가 두곳있다. 중국과 일본. 지리적으로는 가까우나 심리적으로는 멀다고나 할까.

같은 자본주의 체제이나 식민지배의 상처를 준 일본과 역사속에서 내내 형님국으로 있다가 함께 식민지배를 당했으나 공산주의국가가 되면서 멀어진 중국.

두 강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낑겨 있는 한국은 심지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한국이 경제강국이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세계 열강들의 눈치를 보며 살벌하게 생존해나가야 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닥 주변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조금 알고 있는 거라고 해봐야 근대 이전 역사속의 모습이나 최근의 해외뉴스속 모습이나 유명한 관광지 정도?!

저자의 말처럼 1992년 우리와 중국이 수교하기 전까지 한국은 중국과 철저히 단절되어 있었고 그만큼 서로를 알지 못한채 세월을 보냈다.

해방이후 40여 년간의 단절과 여전한 분단국의 현실 속 다른 체제의 국가로서 중국은 그저 관광지로서만 다가올 뿐이었다.

가난한 공산주의 국가에서 미국과 나란히 G2의 세계경제대국으로 급속도의 성장을 이룬 중국에 대해 우리는 아직도 옛날옛적의 (왠지 우리나라보다 못하다는 인식의) 중국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나라를 알아간다는 것은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무척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중국의 모습을 알려준다.

지리환경, 자연환경, 행정지리, 인문지리, 언어, 문자, 명절, 기념일, 음식문화, 차문화, 음주문화, 종합예술, 금기항목등, 혼인문화, 장례문화, 이혼문제, 여성의 지위 등 환경에서 시작해서 실생활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큼직큼직하게 설명해 준다.

다른 책들에 비해 글자도 크고 글간격도 넓게 되어 있는데다 중간중간 자료들이 꽤 많이 있어서 쉽고 편안하게 술렁술렁 잘 읽힌다. 잡지보는 느낌?!

초반에 다양한 지도들이 나와서 중국의 환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대륙 전체 모양을 보면 가로가 더 길지만 사막과 고원을 제외하고 거주지역만을 놓고 보면 남북으로 긴 형태라는 것을 그래서 북방문화 와 남방문화 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는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서 사방문화?로 대충 알고 있었다,;;; 이 두 문화의 구분 기준은 '벼농사의 가능'여부 라고 한다. 북방에서는 벼농사가 불가능해서 밀농사를 지었고 남방에서는 2모작, 3모작까지 가능했다.

전체지형적으로 서쪽이 높고 동쪽으로 올수록 낮아지는 형태라 중국을 흐르는 대부분의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고 한다. 강을 따라 번영한 문명의 흐름도 강줄기를 따라 확장됐을 것을 생각하면 세계4대문명중 동양단독문명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황하문명에 대해 다른 문명과 서로 교류가 가능할 수 있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처음 들었다.

만리장성 부분도 새로웠다. 미국에서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우주인들이 지구 밖에서 봤을때 인공적인 건축물은 만리장성 밖에 안 보이더라 라는 말이 나는 진짜인줄 알았다. 그런데 중국에서 우주산업을 발달시켜 우주선을 쏘아올려 지구 밖에 나가 보니 만리장성은 보이지 않았고 그동안 자신들을 속여온 미국의 거짓말에 이제는 속지 않을 만큼 발전한 기술보유국임을 자부한 인터뷰가 있었다고 한다. 달나라에서 보이던 보이지 않던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최대의 건축물이 만리장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지만 좀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만리장성의 목적이 북방의 유목민족이 말을 타고 넘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벽이었다는 것을 새삼 읽고 보니, 서유럽의 역사에서 유목민족을 막아낼 방벽이 없어서 침탈을 당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최근 읽고 있는 로마사와의 연결성도 떠올라 유목사가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지도를 보면 호랑이 형태라고들 이야기 한다. 중국의 지도는 수탉에 비유된다고 한다. 책에 실린 지도를 테두리라인만 살펴보니 정말 그랬다. 중국땅이 수탉이었다니! 새로운 발견이었다. ㅎㅎ

중국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G7 즉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등 일곱 나라의 인구를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인구라는 것을 읽고 나니 정말 많구나 싶었다. 인구가 많고 땅덩어리가 넓으면 정말 지배하기 힘든 건데 중국이 왕정에서 일당독재의 공산주의국가로 갈수밖에 없었겠구나 싶기도 했다. 그 많은 사람들과 그 넓은 땅덩어리를 말많고 탈많은 민주주의체제로 운영할 수 있을까?

중국인구가 많아서 여전히 한가정한자녀 정책인줄 알았는데, 2015년 이후 한가정두자녀 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인구가 많아도 감소추세로 접어들고 있으므로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래서 노령화인구가 더 많아진다는 것은 역시 많은 문제를 가져오나 보다.

중국인의 대부분은 한족이지만 다양한 소수민족이 함께 구성원을 이루고 있다. 지도를 보니 대개 변방에 위치한 소수부족들의 생활권은 11개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중국의 위치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중국인보다 네팔인, 미얀마인, 몽골인에 가까울 것 같은 그들의 문화와 국경을 생각해보면 국경은 지형의 가름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위적인 국경은 전쟁을 통해 가능하지만 그렇게 지어진 국경은 의외로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 자연이 구분한 지형에 의해 구분선이 생겼고 국경이 되었다. 국경과국경 사이에 위치한 부족들의 생활모습은 혼합의 형태일 수 밖에 없고 그러한 다양성이 앞으로도 지켜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한자의 기원은 갑골문자라고 배웠었는데, 최근 도문(도자기에 새겨진 문자)이 발견되면서 중국은 고고학 방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도문은 도자기 파편에 문자 하나씩만 있어서 일종의 표식으로 여겨지지만 문장을 이룬 도문이 발견되면 그래서 그 도문이 최초의 한자로 인정받는다면, 한자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6800년 전으로 소급되는 거라고 한다. 중국은 다방면에서 서양보다 우위를 차지하려고 열심이다. 다 좋은데 고구려 역사는 건드리지 말지... 우리의 역사까지 자기네 역사로 만들어버리려 하는 것은 좀 많이 아쉽다...

갑골문자의 발견과정도 재미있었다. 소둔촌의 농민들이 밭을 갈다 자꾸 땅속에서 짐승의 뼈조각이 나오자, 동네 한 귀퉁이에 이들을 모아두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한 농부가 팔을 낫에 베어서 피가 흐르자, 약이 없던 농부는 혹시하는 마음에 이 뼈조각을 갈아서 팔에 발랐는데 이튿날 피가 멈추고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고 이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 이 뼈조각을 용의 뼈 즉, 용골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여 아프면 갈아서 먹고 바르고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귀한 역사적 사료는 1899년 왕의영이라는 관리의 눈에 띄기전까지 그렇게 소모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조각들을 발견하여 한자의 기원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나 그전에 사라진 조각들에 대한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사실 이런 일화들은 세계 곳곳에 비일비재 하다. 귀한 것인줄 모르고 함부로 대했던...

한자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명절과 풍습에 가면 더 잘 읽힌다. 명절은 우리와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복 자를 거꾸로 붙인다던가, 우리가 만두라고 부르는 것이 중국에서는 만두가 아니라던가, 주마등의 실제 사진 같은 것들은 신기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경극에서 정말 어떤 의미인지 처음 알았고, 과일 선물로 배 는 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숫자 8을 정말 좋아하고, 술과 안주만 파는 술집은 없고, 결혼식에 주례도 없다는 것과 전족의 악습이 성적쾌락추구에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전족을 하면 작은 발로 걷느라 뒤뚱거리게 되고 이러한 걸음걸이는 질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발달시켜 남성들에게 커다란 성적흥분을준다고 한다)

중국의 다양만 면모를 알게 해주는 이 책은 중국을 분석하는 책은 아니다. 중국에 대한 일종의 지대넓얕 이라고나 할까.

지금의 중국을 보는데 알아두면 좋을, 중국사람을 대할 때 알아두면 좋을 상식들을 풍부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쟁점을 파악하고 의미를 분석하는 책들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가볍게 상식의 폭을 넓혀주는 이런 책들도 여행하듯 읽으면 기분전환도 되고 재미도 있고 좋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