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들은 처음이라 - 첫 아들을 키우는 엄마를 위한 심리학 수업
안정현 지음 / 꼼지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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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들을 키우는 엄마를 위한 심리학 수업

아들과 잘 지내는 엄마는 무엇이 다른가!

15년차 심리상담가 안정현 대표가 전하는 엄마와 아들 자존감 성장 프로젝트 (표지 中)

저자는 15년차 심리상담가로 현재 '마음달 심리상담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책은 아들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과의 상담 사례를 통해, 엄마와 아들이 함께 성장하는 대안을 모색한 책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소개가 있는 책들은 대부분 다 읽었을때 저자의 상담센터로 오라는 얘기인가 싶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상담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왠지 상담하러 가야할 것만 같은 위화감을 주지 않고 사례를 최소한으로 정리하여 이야기하면서 엄마의 마음상태를 표현해보고자 애쓰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들은 커갈수록 남자가 되어가고 엄마는 나이들수록 꼰대가 되어간다. 남자의 뇌로 성장하는 아들의 행동과 말은 여성의 뇌로 고정된 엄마의 사고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물며 치유되지 못한 내면의 아이를 마음에 숨긴 엄마라면 더욱 아들을 자식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욕구충족대상으로 보게 된다.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들이 서로 심리적 거리를 둘 때 아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라는 저자의 말은 엄마와 아들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자식은 손님처럼 키우라는 말이 있긴 하다. 어차피 떠날 존재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힘든 일인지라 빈둥지증후군이니 소외감/우울중에 시달리는 엄마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나마 딸은 나이들수록 친구가 된다는데, 아들은 그야말로 남같은 존재가 되기 마련이다. 원래 무뚝뚝하던 남편과 달리 애교에 귀여움이 넘쳐나던 아들과 소원해지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엄마는 아들과 일찍부터 심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

변화는 상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타인의 감정을 "그랬구나" 라고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서 상대가 그럴 수밖에 없는 타당성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담자 또한 내담자들의 구체적인 정보를 알게 되고 대화하게 되면서 내담자가 지각하는 세계를 바라보게 되면 '당신은 그럴 수밖에 없었군요' 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아울러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공감받는 경험을 하면 스스로에 대해 통찰하는 순간이 옵니다. (p. 19)

육아상담프로가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하물며 개그코드로까지 번진 그 멘트! "그랬구나~" 는 사실 그 말 자체 보다도 그 말을 하는 상황에서의 태도나 인지방식이 중요하다. 여성은 공감으로 이해하고 남성은 논리로 이해한다고 하는데, 아들은 '그랬구나' 하며 공감하는 것보다도 '그럴 수 밖에 없었구나' 라고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상담사에게 아이를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하지만 아이는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p. 21)

상담센터까지 가게 되는 상황은 사실 갈등의 정점까지 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렇게 된 상황이 자녀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 외에도 여러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한) 심리서들을 읽어봐도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말은 '아이는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문장만 잘 기억하고 살아도 상담센터까지 가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계선이 없는 어른들은 자녀나 친척의 일을 자신이 다 해줘야 한다고 믿으며 오지랖을 부립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자신의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불안한 마음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어른은 타인을 좌죄우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녀를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p. 43)

자녀 수가 많았을 때는 할래야 할 수 없었겠지만, 한명 내지 두명 정도의 아이를 키우는 요즘 시대는 그야말로 아이 중심으로 살게 되기 마련이다. 아이를 왕처럼 모시고 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왕은 명령을 하는 사람이지 명령을 수행하지 않는다. 아이가 왕인 집에서도 부모는 아이를 통제하기 마련이다. 잘 가르치고 잘 키우겠다는 일념하에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그 완벽함을 아이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흠을 내는 것 같으면 부모는 화를 낸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 갑작스럽게 경험하는 작은 실패들에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더구나 주도권 이나 승부욕이 강한 아들이라면 더욱 이러한 통제를 감당해내지 못한다. 아들에게 점점 조금씩조금씩 선택권을 주도권을 주는 것은 천천히 오랜 기간 해야 엄마도 겨우 제대로 완전히 넘겨줄 수 있는 때가 온다.

많은 신화들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는 아이를 가진 어머니를 두고 떠납니다. 어머니 품에서 자라던 아이는 아버지가 누군지 알고 싶어서 아버지가 남긴 물건을 찾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있는 고향을 두고 모험을 떠납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합니다.

아들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어머니를 떠나야만 합니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람은 어머니의 사랑에서 아버지의 사랑으로 이행될 때 정신적 건강과 성숙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자녀에게 따뜻하고 온전한 사랑을 주는 근원입니다. 아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거나 뛰어남을 증명하지 않아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풉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사회적 상황에서 인증된 방식, 그의 아들이라는 증표를 증명해야 하는 조건적인 사랑을 베풉니다.

만일 신화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찾지 않았다면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적당히 만족하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들이 자신이 왕의 아들임을 알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을 보내야 합니다. 품에 낀 아들이 아니라 남자로서 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결국 어머니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p. 103)

주몽의 아들 유리왕이 그랬고 고대그리스의 아이게우스 왕의 아들 테세우스가 그랬다. 그러고보니 정말 옛날 신화에서 부터 아들은 어머니를 떠나야 성장했다. 아들의 손을 잡고 걷다가 어느날 아들이 손잡고 다니기를 거부할때 엄마는 슬슬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하나보다. 모험의 세상속으로 아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심리학자 칼 로저는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때 아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양육되면, 아이는 부모의 긍정적인 면을 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부모도 어린 시절을 생각해볼 때 자신의 부모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를 대했을 때 즐거웠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p. 125)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양육한다는 것이 아이가 해달라는 데로 다 해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이에게 맞고 아이가 편안해 하는 방법의 양육방식을 말하는 것일 텐데, 예를 들어 아이에게 운동을 시키고 싶을때 밖에서 몸을 부딪히며 뛰어다니는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 것이고, 먼지 없는 실내에서 몸싸움없이 단독승부를 벌일 수 있는 탁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종목으로 운동욕구를 충족했을때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더 들 것이다.

양육법에는 정답이 없고 어떻게 해도 미진한 것 같아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잘 따라가고 싶어서 아이가 이것저것 해달라고 하는 대로 하다 보면 결국 한계에 이르게 되어 아이를 다그치게 됩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또 아이에게 잘못한 것 같아서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p. 185)

희생적인 엄마에 대해 아이도 부담스러워 합니다. 정서적인 짐을 지게 될 때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채무 관계가 됩니다. 아이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마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가지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아닌 자신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자녀에게 벗어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 192)

저자는 <엄마의 주례사> 라는 책을 쓴 김재용 작가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주고 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갈등이 심화되어 갈때 이 작가는 자기만의 공간인 책상을 마련했다. 책상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듬어 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작가는 필요한 사람들과의 만남만을 이어갔다고 한다. 만나서 힘이 되고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정리했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고 난 후인 오전시간에 동네엄마들과의 만남은 해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마지막으로 거절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부당한 시댁의 요구에 거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을 지키면서 가족을 지켰고 작가가 되었다.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은 결국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딸을 키우건 아들을 키우건 자녀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고 배려이다. 특별한 내용도 아니고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었지만 차분하게 읽히는 분위기가 좋은 책이었다. 아이를 낳는 순간 엄마의 나이는 아이와 동갑이 된다. 그렇게 아이가 성장하면서 엄마도 성장한다. 다만 엄마는 이런 책을 읽으며 자신의 성장을 먼저 주도할 수 있다. 아이와의 아들과의 관계가 힘들다고 생각될때 나 자신부터 먼저 살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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