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 유튜브 스타 과학자의 하루 세상은 온통 시리즈
마이 티 응우옌 킴 지음, 배명자 옮김, 김민경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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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으로 뭘 할 수 있냐고? 뭐든 다!

 분자 덕후 과학자의 하루를 따라가면 화학이 취미처럼 재밌어진다

 <유투브 스타 과학자의 하루>

 

저자는 화학자이자 과학저널리스트로, 유투브 채널 mailLab 마이랩 을 운영하며 과학을 전염병처럼 퍼트리는 미션을 수행중인 신세대 과학자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저녁파티까지, 하루의 순간순간을 캐치하여 화학으로 연결키는 에피소드들은 통통 튀는 말투와 과학적 지식이 어우러지면서 크게 어렵지 않게 책을 읽어나가게 한다. (물론, 중간중간 전문적인 화학용어들은 자체적으로 패~스 했다. 그러나 내용전개에 무리는 없었다 ^^;;;)

아침에 눈을 뜬다. 거의 자동적으로 커피부터 찾는다. 이때부터 저자의 화학적 일상은 나의 일상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나는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내린다. 첫 커피는 잠에서 깬 직후가 아니라 한 시간 뒤에 마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신체가 자체 생산한 각성제, 즉 코르티솔이 침대에서 나올 때 이미 분비됐기 때문이다. 카페인이 하는 역할돌 어차피 몸을 부추겨 코르티솔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눈 뜨자마자 커피를 마시면 결국 아침 코르티솔에 커피 코르티솔을 더하는 것이니 이상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몸은 그런식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몸은 균형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몸은 자체적으로 아침 각성제 생산량을 줄임으로써 커피가 들어올 것에 대비한다. 그러므로 몸이 할 일을 하게 하려면, 자체 생산하는 코르티솔의 분비가 잔잔해질 때까지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자체 각성제가 효력을 잃을 때쯤 커피라는 각성제 한 잔을 추가하는 것이다. (p. 22)

아침에 눈 뜨자마자 커피를 내리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아침먹을거리도 좀 준비하고 하다보면 내게 커피마실 수 있는 시간은 대개 일어나서 한시간쯤 지나서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때 커피를 마셨을때 비로소 머리가 깨이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나는 커피의 각성제 역할을 가장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었던 거다. wow !

모든 입자와 입자로 구성된 모든 것을 포함하는 우주 전체가 열역학적제1법칙을 따른다. 그것은 에너지보존법칙과 동일하다. 에너지보존법칙이란 에너지가 창조되거나 소멸하지 않고 그저 모습만 바꾼다는 뜻이다. '에너지 총량은 언제나 똑깥이 유지된다' 라고 말해도 된다. ... 그러니 만약 일상에서 사람들이 "에너지를 써서 없앤다" 라고 말하면, 물리학자나 화학자가 크게 화를 낼 수도 있다. (p. 27)

온도가 결국 입자의 움직임이라면, 열역학제2법칙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법칙은 이렇다. 열은 언제나 따뜻한 곳에서 찬 곳으로 흐름다. 절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콜라 한 병을 얼음이 담긴 양동이에 꽂아두면 콜라가 시원해진다. 이때 보통은 얼음의 냉기가 병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확히 그 반대다. 즉, 병의 온기가 얼음으로 흐른다. 그 온기로 얼음이 녹고 온기를 잃은 병은 차가워진다. 이제 이런 지식을 얻은 당신은 누군가가 "창문 닫아, 냉기가 들어오잖아" 라고 말하면, 열역학적 헛소리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대꾸하게 될 것이다. "방의 온기가 나간다는 얘기지?" 또 누군가가 "에너지를 써서 없앤다" 라고 말할 때마다 크게 흥분한다면, 당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과학 괴짜들 틈에 섞여들 수 있다. 바야흐로 당신은 물리화학 입문 과정을 마쳤다. 짝짝짝, 진심으로 축하한다! (p. 30)

 

바야흐로 책 읽기 딱 좋은 가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이제 슬슬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닫는 계절이 된 것이다. 창문이 열려 있으면 항상 '찬바람 들어오잖아 어서 창문닫아' 라고 말하곤 했는데... 열역학제2법칙에 말도 안되는 말이었다. 온기가 나가는 거였다!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창문을 닫으라고 말하면서 열역학제2법칙을 거들먹거리며 씨익 웃을 수 있게 되었다. ㅍㅎㅎ

커피한잔 하고 창문을 열며 치약에 불소가 왜 있어야 하는지, 욕실의 비누 샴푸 바스에 계면활성제가 왜 있어야 하는지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면 아하~! 하게 된다. 이렇게 책을 열심히 읽느라 한참을 앉아있었는데, 저자는 오래 앉아있는 것은 제2의흡연이라며 움직이라고 하고, 좀 움직이다 다시 책을 집어드니 실험의 기본적인 설정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강의는 그저 청중의 시간을 허비할 뿐이지만, 이해하기 어렵게 작성된 논문은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언제나 누군가 다른 사람을 통해 이해도를 시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스스로 시험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되는데, 자기 자신은 무엇이 쉽게 이해되고 무엇이 이해되지 않는지를 구별하는 감각을 이미 잃었기 때문이다. (p. 159)

저자는 친구의 논문을 읽어주며 한 말이지만,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저자의 소통방식을 생각했다. 저자는 유투브에 정기적으로 과학동영상을 올리고 수시로 소통한다. 과학자들 사이의 전문가의 덫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뿐 아니라 과감히 그건 덫이라고 일반인들에게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좋은 말들로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과학의 벽을 없앰으로써 과학의 대중화에 온 열의를 다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과학실험의 의미나 과학자들의 여견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신선했지만, 지루해질 수도 있을법한 내용이다 싶으면 바로바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재치도 돋보인다. 예를들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인간이 우주로 우주복 없이 나갔을때 그렇게 얼어붙지 않는 이유나 방귀실험 같은 에피소드들을 풀어놓으며 과학책을 읽는데 키득키득 웃게 만든다.

'케미가 맞다' 라는 표현은 참 흥미롭다. '케미', 즉 '화학'을 가장 긍정적으로 사용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캐미! 비화학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사랑에서도 화학, 그러니까 과학을 전적으로 믿는다. 너무 낭만적이지 않다고? 글쎄, 정말 그럴까? 세상을 과학적으로 본다고 해서 세상의 마법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p. 263)

'과학적 지식에서 나온 모든 흥미로운 물음에서 더 많은 매력, 더 많은 비밀, 더 많은 기적이 추가됩니다. 언제나 추가만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과학이 뭔가를 없앤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파인먼의 말에 모든 과학자가 열정적으로 박수를 보내며 외친다. "옳소!" 과학자가 아닌 당신도 이제 파인먼처럼 생각하기를, 나는 속으로 조용히 희망한다. 사물을 더 정확히 이해하면 그 사물이 더 매혹적으로 보인다. (p. 264)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일상에서 조화로운 관계에 대해 '케미' 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저자가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라고 외치기 전에 우리는 이미 세상을 온통 화학으로 접하고 있었는지도 ^^

<동남아시아인 30~40퍼센트가 유전적으로 술을 못 마신다> 며 독일에 사는 베트남 사람인 저자는 술을 전혀 못마신다고 하면서도, 저녁파티에 와인은 꼭 준비한다고 한다. 그렇게 친구의 잔에는 와인을 자신의 와인잔에는 물을 따라놓고 신나게 건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넘치는 열정적 객관성을 위하여!"

과학은 객관성의 대표적인 분야이지만, 객관성은 왠지 정리정돈이나 차가운무언가를 떠올리게 하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과학은 열정 그자체였으므로, 저자처럼 뜨거운 과학자의 건배사로 이정도의 적절한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도 잔을 높이 들고 저자에게 건배하고 싶어진다. "넘치는 열정적 객관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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