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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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긴 싫은 '나'에게

'과학'이 건네는 쿨한 위로 (표지문구 中)


제목만 언뜻 보면 심리서처럼 보이는 이 책의 저자가 장대익 이라는 것을 안순간 호기심이 확 일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를 읽었을땐, 과학책이라기보다는 역사서이자 인문서로 읽었기에 마냥 감동스럽게 읽었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를 읽었을 땐, 나온지 오래된 책이긴 했어도 국내 우주과학발달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기에 설레임마저 갖고 읽었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 의 '이기적 유전자' 를 읽었을 땐, 저자 본인도 책을 쓸 당시의 관점에서 지금은 많이 물러나있는 상태라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40년 전의 그 책이 진화론 과학서중 여전히 국내에서 탑순위에 올라 있는 것을 보며 많이 아쉬웠었다.


그러다 장대익 교수의 '울트라 소셜' 을 읽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진화학자가 있었구나 싶어서 너무나 반가웠었다. 내친김에 다윈의 정원 을 비롯한 다윈시리즈 까지 읽어댔었다. 이제 국내 뇌과학자 하면 정재승이 떠오르듯이 국내 진화학자 하면 장대익이 떠오른다. 한 예능티비프로그램 덕분에 물리학자 하면 김상욱까지. 과학자들의 과학적 성과와는 별개로 대중에게 알려지는 이름은 다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학문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개해주는 과학자들은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이름은 반가운 이름이 되었다.


저자는 사회성의 진화를 연구하는 진화학자 이다.

유인원에서 사람이 된 순간 진화는 끝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유인원에서 어떻게 사람이 된건지 과거의 진화과정도 다 밝혀내지 못했지만, 사람이 되고 나서도 과거의 사람과 현재의 사람과 미래의 사람은 다 너무나 달라서 그것이 진화이든 변화이든 사람에 대한 연구는 완료될 수가 없다. 더구나 사람의 사회성은 워낙 다채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연구될 수 밖에 없는 분야인 것 같다.


'울트라 소셜' 에서 인간의 초사회성에 대한 진화학자로서의 생각들은 대개가 고개끄덕여지는 내용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공막 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새로웠다. 대개 눈 하면 눈동자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데, 흰자위에 숨어있는 진화의 흔적들이 무척 재미있었다. 그렇게 인간의 사회성에 대해 과학적 통찰중인 저자가, 사회성이 고민인 사람들에게 건네는 과학적 답변들은 의외로 심리적 위로가 되었다. 애매모호하게 뭉뚱그린 심리적 위로가 아니라 그야말로 과학적 팩트를 알고 나면 저절로 인정이 되서 그런걸까... 여하튼, 저자의 말처럼 객관성과 보편성 때문이다.


과학자의 사회성 고민 상담은 다른 상담과 무엇이 다를까요? 팩트만 나열하거나 줄줄 외우는 게 과학은 아닙니다. 과학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형성된 보편적 경험 지식입니다. 과학의 언어가 달콤하진 않지만 큰 위로의 힘이 있는 것은 바로 이 객관성과 보편성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느끼셨듯이, 과학은 여러분의 사회성 고민이 여러분만의 것이 아님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p. 184)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나의 고민이 이상하지 않고 누구나 하는 고민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고민의 반은 해결된 기분이 든다. ㅎㅎ



1장 Relationship 관계에 대하여 - 관계 총량의 법칙과 사회적 뇌

"타인과 어울리기가 힘들어요. 사회성이 부족한 걸까요?"


2장 Loneliness 외로움에 대하여 - 의존과 배제의 함수

"홀로 버려진 느낌이 들어요. 나만 외로움을 타는 걸까요?"


3장 Reputation 평판에 대하여 - 관종의 심리학

"모두에게 칭찬받고 싶은 나, 정상인가요?"


4장 Competition 경쟁심에 대하여 - 경쟁과 배려의 상관관계

"꼭 타인과 경쟁해야 할까요? 이기는 것만이 답일까요?"


5장 Influence 영향에 대하여 - 네트워크의 마음

"귀가 너무 얇은 나, 왜 나는 남의 이야기에 흔들릴까요?"


6장 Empathy 공감에 대하여 - 공감의 반경과 관계의 미래

"인간은 AI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각 장의 첫페이지에 씌여진 질문들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봤음직한 질문들이다. 우리는 가끔 혹은 자주 타인과의 관계에서 많은 물음표를 만들어내며 살고 있다. 그 물음표가 호기심이 된다면 답을 찾으면 그뿐이지만, 그 물음표가 고민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위로가 필요하다. 저자가 내놓는 답변들은 충분히 과학적 위로가 되고 있었다. 그 위로가 과학적이기에 어느정도는 호기심적 답변도 될 수 있다. 이러튼저러튼 그래서 책은 술술 읽힌다.


문과생들은 글을 잘 쓰고 이과생들은 글을 잘 못쓴다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주는 저자와 같은 과학자들의 책은 늘 박수쳐주고 싶다.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과학적 지식을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은, 통합과 융합의 시대에 굉장히 우수한 능력이라 부럽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학자들의 책을 읽는 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한 기쁨이 된다. 앞으로도 과학자들의 인문학적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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