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에티켓 -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
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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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

비로소 죽음에 대한 인간의 예의를 만나다 (표지문구 中)


저자는 1976년생의 저널리스트이다.

몇년 전 자신의 아이가 태어났을때 삶의 출발에 대한 글을 읽는데 심취해있던 그는 죽음에 대한 책도 그렇게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늘 질문을 던지고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조사하기 시작했고, 조사할 수록 자료가 충분히 조사되지 않는 것에 놀라며,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죽으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죽음은 언제 시작되는가?

죽음의 길은 어떤 경과로 진행되는가?

그리고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등의 질문을 갖고 저자는 죽음을 찾아 나섰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사실 죽음은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그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죽음일 뿐, 단 한 번도 다인의 죽음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확실한 죽음을 보지 않고 회피해 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죽어간다는 사실 말입니다. (p. 12)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고 하면 대부분은 두렵거나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등등의 이유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종교적인 측면에서의 사고방식을 제외했을때, 죽음은 곧 끝 이기 때문에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고, 종교가 있건 없건 죽음의 과정은 알아두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길을 택하든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은 완전히 해결이 안됩니다. 죽어간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가 없으니까요. 죽어 간다는 것은 배울 수가 없거든요. (p. 45)


죽음은 경험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죽음의 과정을 물리적 실체로서 알려주고자 한다.

서른부터 심장의 힘이 점점 약해집니다.

마흔부터는 근육이 탄력성을 잃습니다.

쉰부터 뼈의 밀도가 낮아집니다.

예순부터는 평균적으로 치아의 3분의 1이 빠집니다.

일흔부터는 두대골 속의 뇌가 줄어듭니다.

당신은 낡아질 대로 낡아지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체계는 부서집니다. 죽음 역시 천천히 그와 동시에 충분히 빨리, 그렇게 진행됩니다. (p. 49)


저자가 말하는 죽음의 환경은 대부분 병원이다. 요즘의 죽음의 형태가 대부분 그러하기에 어쩔수 없다고 보지만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사후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죽어가는 과정 그 자체의 모습을 묘사한다.

죽음 전의 신체 상황, 죽었을때 사망선고가 내려지기 위한 조건, 죽음 이후 장례식 전까지 기간동안 일어나는 신체의 변화 등 몸을 기준으로 죽음의 묘사를 한다. 그렇게 죽음을 영적인 것이 아닌 눈으로 볼 수 있는 무언가로 대면하게 한다.

1분마다 100여 명이 죽습니다. 시간당 거의 6,500명이 죽습니다. 하루에 15만 명이 죽습니다. 각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저 사망자들입니다. 누구나 홀로 죽는다는 것, 그의 죽음은 유일무이한 사건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죽음의 역설입니다. 죽음이란 건 완전히 일상적인 과정이고, 그래서 세상에 그보다 더 보편적인 현상도 없습니다. 탄생처럼 죽음의 순간에도 우연히 선택된 사람들과 함께 갑니다. (p. 93)


죽음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특별한 사건이지만, 사실 같은 시간에 나도 모르는 사람들과 죽음의 동지가 되어 죽음을 함께 맞이한다.

같은날 같은시 다른 곳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처럼.

생일이 같다는 것과 사망일이 같다는 것은 생면부지의 관계일지라도 묘한 동지애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껴서 좀 재밌기도 했다.

혼자 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함께 라고 생각하면 덜 두렵지 않겠는가? ^^

저자는 장례식 과정도 상세히 묘사한다. 그리고 죽기전에 자신의 장례준비를 성실히 할것을 조언한다.

사실 죽고 나면 죽은 당사자는 이후의 상황을 전혀 모른다. 장례식은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장례식을 잘 정리해놓고 가면 남은 사람들은 좀더 편안한 슬픔을 누리게 된다.

그러고 보면 왕이 되자마자 자신의 피라미드를 세우고, 죽기 전에 자신의 묘지터를 찾고, 자식들 앞에 자신의 수의를 짜놓는 선조들의 자세는 그 숨은 뜻이 어떠했건 필요한 일이었다. 저자는 죽음의 실체를 신체적 묘사와 함께 그 법적 의미를 이해시키고, 주변정리를 하는 과정을 통한 이런저런 마무리를 꼭 해놓기를 조언한다. 죽음의 에티켓은 죽음을 영적 믿음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물질적 실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오직 당신 자신의 죽음입니다.

당신이 탄생한 그 순간부터 반드시 있게 될 확실한 종결.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일,

그래요,

그렇기에 우리는, 당신은, 나는

준비해야 합니다.

내 삶이 오직 나 자신의 방식이었던 것처럼

죽음 또한 온전히 내 방식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마지막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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