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SF문학 관련한 글에서 자주 눈에 띄던 이름이 '류츠신' 이었다. 특히나 '삼체' 라는 제목은 꽤 많이 들었었다.
얼마전 류츠신 의 한 작품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 대한 소개를 티비프로그램에서 본 계기로 '류츠신 SF 유니버스' 시리즈 중 일부를 읽었었는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SF소설집으로 이만한 작품이 없겠다 싶을정도로 탁월했다. 청소년 뿐만이 아니라 SF문학이 생소한 사람들이 읽으면 폭 빠질만한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무엇보다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묘사들이 SF세계를 현실세계로 느끼게 할 만큼 현실감을 높이고 있어서 대단하다 싶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삼체' 를 읽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무척 뜻밖의 전개였다.
지구문명 vs 외계문명 이라는 기본설정이 SF가 맞고, 다른 작품에서 보였던 과학적 사실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탁월한 것도 맞는데,
SF 소설이라기 보다는 역사소설 처럼 혹은 소설이 아닌 과학책처럼 심지어 때로는 철학책처럼 읽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한번에 훅 빠져들어 읽어진다기 보다는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다가 끝부분에 거의 다 가서야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몰입이 되기 시작하는데 1부가 끝나는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2부로 가게 하는 탁월한 전개인지도 모르겠지만, SF소설을 이런 흐름으로 읽어보긴 처음이었다.
저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과학소설가로 명성이 높고, '지구의 과거' 3부로 일컬어지는 삼체시리즈로 굵직한 상들도 많이 받은 작가이다.
SF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휴고상을 수상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한 책이라는 띠지의 홍보문구에서 나는 막연히 미지의 우주인이나 거대한 우주공간을 연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중국의 1960년대 문화혁명부터 시작하는 중국현대사의 서사이자, 인류가 달성해온 과학문명에 대한 참회록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현실과 도저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게 만들고 있었다.
어쩌면 삼체시리즈의 1부인 이 책은 본격적인 지구문명 대 외계문명 의 전쟁 배경에 대한 개연설명을 충실히 하고 있는 책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2부 부터는 내게 친숙한 그런 SF적인 내용들이 전개되려나?
여하튼 이 책은 1960년대 와 현재시점을 오가며 서술된다.
문화대혁명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었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분단사에서 사상투쟁이 있었기에 더 잘 이해가 됐던것 같긴 하다. 그래서 한 국가내에서 공산 vs 반공 의 사상대립이 없던 나라 사람들이 읽을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