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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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한 끼 식사로 잡혀온 소녀, 울리케 피어클리벤. 구조대조차 바랄 수 없는 가난한 남작의 여덟번째 딸은, 죽음의 위기에서도 해박한 지식과 언변으로 이를 모면한다. 급기야 교섭을 통해 용의 혁력까지 이끌어낸 울리케는, 세상을 뒤흔들 거대한 격랑과 마주한다.

브릿G 최장기간 종합베스트셀러 1위이자 정통판타지 문학의 부활을 알린 화제작!

"유감입니다만 지고한 분이여, 황제 폐하께 제 식용의 적합 여부를 확인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표지 문구 中)

와우 정말 대박이었다.

나는 소설도 좋아하고 판타지소설도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판타지소설들은 한 두권으로 끝나는 판타지의 옷을 입은 소설들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정말 정통 판타지다!

반지의제왕이 영화화되기 훨씬 전에 판타지문학이 뭔지도 모를때 친구의 권유로 읽게된 그 3권으로 나는 판타지문학에 홀딱 반했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은 인간계까 아닌 판타지세계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은 부수적인 존재다.

반지의제왕 작가와 친구사이라는 작가의 나니아연대기 는 동화적 향기가 너무 짙고 인간계와의 구분이 너무 명확하여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책이며 영화며 오랜만에 홀딱 반했던 작품이었지만, 판타지라기 보다는 로맨스부분에서 반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청소년문학 같은 등장인물들의 성장기와 마법이라는 소재적 판타지가 무척 재미있었지만 거대한 세계관이랄까 그런건 없었다.

그런데 이 작품 정말 정통 판타지다!!

마법사는 그만큼 영지의 산업 발전과 문화, 아울러 군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이다. 그리고 마법사와 비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비대칭전력이 바로 용이다! (p. 35)

용. 지상 최강의 포식자이자 맹수인 동시에 신화의 계보를 증거하는 실재의 현현. 분명히 피를 흘릴 줄 아는 필멸의 육체를 갖되, 재해에 준한 권능을 휘두르는 것이 가능한 반신의 적생자이다. (p. 57)

'라르글드' 는 신들을 모시는 '전사의 인도자', '왈퀴레야'들 가운데 하나의 이름이다. 피어클리벤과 같은 북부인들에게 신들은 직접 기원하거나 구복을 청할 대상으로서 여겨지지 않는데, 신들은 완전하고 고고한 존재이기에 인간의 청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을 모시는 제장인 왈퀴레야들을 직접적인 신앙의 대상으로서 여기고, 그로써 온갖 공양의 속된 의식이나 싸움의 잔혹함을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이다. (p. 181)

류그라들은 중앙대륙의 토착 민족이었다. 그들의 고향은 앞서 지나치며 언급되었던 아우칼 대호의 한가운데 섬처럼 위치한 류그른 숲이었다. 이제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지만, 그들은 숲속에 은둔하며 거대한 신목 류그네라스를 섬겼다고 했다. 하지만 제국의 개국 이후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신목은 차차 고사했고, 결국 이후 류그라들은 고향을 떠나 그 신목의 가지들을 가지고 수십의 행렬로 나뉘어 대륙 곳곳을 누벼왔다. 잘라내었음에도 여전히 잎이 돋아 살아있는 신목의 가지가 뿌리내릴 수 있는 새 고향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p. 301)

먼 북부인들을 어르매라고 하죠. 아무튼 그 어르매들은 아주 추운 북방에서 사는데, 그들의 설신을 달래기 위해 엄격하게 골라진 소녀를 제물로 바쳐요. 바쳐진 소녀는 죽는 게 아니라, 음..., 아니, 살아있다고는 하기 어렵긴 하죠. 무언가 생명체를 벗어난 존재가 되어요. 그러고는 일종의 제사장처럼 설신과 인간 사이를 중재해 눈과 추위를 다스리게 되는 거죠. 전설에는 서리심 이라는 무석을 심장 대신 갖고 있대요. 이런 서리심의 무녀들이 어르매의 큰 부족마다 하나씩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죠 (p. 381)

마법사, 용, 무녀, 새로운 종족들 하나하나 자연스러운 배경과 상황설정이 감탄스러웠다.

빈곤은 없음에서보다 무지함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부지런히 궁리해 보아라. 결국 영지에 닿을 것이다. (p. 255)

- 린트부름의 적생자들이 결코 모르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가 허락을 구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자랑하는 것이지. 반면에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게 무언지 아느냐?

... 말씀하소서

- 용서하는 것이다!

너무 기가 막혀 잠에서 깨버린 울리케는 손으로 눈가를 비볐다. 용의 음성이 귓가에 아직도 생생하였다. 그들은 허락을 구할줄 모른다. -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삼 자랑할 줄도 모른다 - 원래 그냥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숱하게 용서한다. - 가장 강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즈음에서야, 울리케는 어떤 호의를 갖고 있건 간에 이 용이 결코 만만치 않은 대화상대임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용은 그저 좀 더 힘이 세고 좀 더 머리가 좋은 생물이 아니다. 애초에 사물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이며, 어쩌면 아무리 그가 울리케와 인간에게 호의를 보인다 해도 인간을 일종의 장기 말로 여기는 가치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지 모른다. (p. 358)

그들의 선조가 신과의 맹약을 어긴 데 대한 저주로 결코 언약에 저항할 수 없는 용들은, 그 때문에 결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p. 418)

첫장면에서 강렬하게 등장했던 용은 사실 등장하는 페이지가 많지 않다. 하지만 등장할때마 점점더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시무나리란 힘의 노래를 말한다. 이는 창조신 에아가 태초에 천지간을 빚을 때 불렀던 노랫말의 일부라고 전해진다. 일반인은 이를 아무리 읊어도 단순한 섬심의 의미 말고는 가질 수 없지만, 에다의 도리에 달한 우리는 그것을 창조신의 권능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p. 500)

태초의 신 에아 는 가장 옛적으로 올라가자면 수메르문명에 등장하는 신 이름이다. 에다의 서 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한다.

짙은 숲을 배경으로 하는 북부지역의 묘사와 신화적 이름들은 북유럽 신화에 대한 호기심도 종종 불러일으킨다.

이제 피어클리벤은 그들과 무시할 수 없는 악연으로 묶이고 마는 것입니다. 교섭의 여지가 분명하게 생깁니다. (p. 522)

변방 가난한 영지의 남작의 여덟번째 딸이 어느날 갑자기 용에게 납치된다.

그러나 열일곱살의 울리케 피오클리벤은 은 용과의 교섭에 성공하고 언약을 맺기까지 한다.

뒤어어 고블린 과 밤의 거래자들 까지도 교섭의 대상으로 포섭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인 까마귀금고단 기사의 이 제안에서 새로운 교섭의 등장이 예고된다.

이 판타스틱한 판타지소설은 울리케가 맺는 교섭마다 한단계씩 위로 성장하고 성장할때마다 관련세계의 영역은 넓어진다.

530페이지에 달하는 1권의 내용은 앞으로 펼쳐질 내용들의 앞자락만 조금씩 알려주는 등장인물소개서 같은 책이었음에도 가독성이 짱이었다.

이 재미난 인물들과 설정들이 앞으로 어떤 상황들을 가져올지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리라 예상하기에 충분한 1권이었다.

게다가 신화적 설정을 바탕으로 한 서사적 세계관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북유럽 신화적 마법사와 용과 마수들 및 중세시대적 기사와 귀족과 함께 현대적 논리와 정치와 교섭이 어우러진 멋진 스타트였다.

이런 세계관적 설정을 잘 갖추어 놓은 판타지문학의 인기작가 중에 전민희 작가가 생각난다. 시리즈별로 다 장편이다.

아직 읽어보기 전이지만, 비슷한 시대와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갑자기 궁금해진다.

세부적 묘사가 뛰어나다는 전민의 작가의 작품도 궁금하고 정통판타지가 무엇인지 오랜만에 느끼게 해준 신서로 작가의 '피어클리벤의 금화' 도 어서 완간이 되었으면 좋겠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두 작가의 작품이 최근에 거의 동시에 출간되고 있는 것도 나름 경쟁구도처럼 보여서 흥미롭다. ㅎㅎㅎ

8권 완간을 예상한다는데 이제 2권까지 나왔다. 1권을 읽은 나로서의 선택은 2가지다.

한권한권 나올때마다 손꼽아 기다리며 읽느냐, 8권 다 완간되었을때 쌓아놓고 읽느냐.

고민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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