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어머니의 날 1 타우누스 시리즈 9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그녀는 오지 않았다. 아마 오늘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독일을 넘어 전 세계를 매혹시킨 '넬레 노이하우스' 의 '타우누스 시리즈' 아홉번째 작품이라는데 나는 처음 접하는 작가였고, 읽자마자 바로 팬이 되었다.!

Muttertag 라는 원제의 뜻은 독일어로 어머니날 이라는 단어다. 어머니의 날 이라는 두 단어가 아니라 어머니날 한 단어다.

그런데 한국어판의 제목은 '잔혹한 어머니의 날' 이다.

궁금했다.

소설의 내용을 잘 함축한 이 제목에서 '잔혹한' 이라는 수식어가 어머니 를 꾸미고 있는 것인지 어머니날 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

잔혹한 어머니 일까 잔혹한 날 일까

가제본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이 책은 2권인데 손에잡자 내려놓을 수 없는 흡인력을 지닌 작품이었다.

조용한 마을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세월이 흘러 누군가 죽고, 상관없다고 여겨졌던 첫번째 죽음과 마지막 죽음은 연결되어 있었다.

수사관이 조사를 하고 범인을 추리하고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범인의 범위가 좁아들어 갈수록 나도 저절로 범인을 추리하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의 매력은 범인을 한번이 아닌 여러번 놓친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범죄스릴러 소설엔 반전이 있고 강력하게 예상됐던 범인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범인이 최종적으로 잡힌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러한 반전이 한번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사람이 범인일 거야 라고 예상했는데,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새로운 인물이 범인일거야 라고 예상하는 순간 예전인물이 재등장한다.

뒤집히고 뒤집히는 추리속에 범인이 확실시된 순간이후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정말일까? 왜일까? 어떻게? 라는 질문들이 솟아오른다.

'타우누스 시리즈' 는 아마도 타우누스 라는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를 해결하는 여형사 피아 의 해결 시리즈인듯 한데, 주인공 형사가 같을 지라도 사건이 매번 다를 것이므로 조금씩 등장하는 앞 사건들의 그림자에 대해 몰라도 큰 상관이 없다. 충분히 이 작품 자체에 빠져들게 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다가 점점 현재의 한 시점으로 모아진다.

화자의 교차등장으로 형사가 되었다가 범인이 되었다가 뜻밖의 한인물이 되었다가 하면서 그들 모두의 심리에 몰입하게 된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웠을 때 그는 삶이 죽음으로 변하는 순간이 얼마나 특별하고 사람을 흥분시키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날 맛본 전능의 힘을 다시는 잊지 못할 것이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부터 그는 사냥꾼이었다. (1권 p. 15)

중간중간 등장하는 범인의 독백은 싸이코패스의 성장을 독자가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싸이코패스는 한명이 아니다.

그리고 싸이코패스만 절대악인일까? 라는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을 하게 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항상 똑같은 소리! 주변의 겁쟁이들과 방관자들은범인에게 최고의 보호막을 제공한다. (1권 p. 250)

주인공 여형사 피아의 이러한 생각은 소설속에 여러번 등장한다.

그래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당연히 나쁘지만, 일상에서 모른체 하고 방관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의외로 선과 악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게 된다.

피아는 자신과 똑같은 환경에서 자란 킴이 왜 그렇게 됐는지 의아스러웠다.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타고난 천성의 발현일까? 유년기의 경험이 반드시 싸이코패스적 인격발달에 책임이 있는 걸까? 한 사람의 인격적 성장에서 유전인자가 하는 역할은 얼마나 클까? 누구나 정신적으로 다르게 설정된 상태로 태어나니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1권 p. 361)

피아의 이러한 생각들은 책을 다 덮고 나서도 계속 남는다. 생각하게 된다.

제목에서 예상되듯이 이 작품은 어머니와 아이의 문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버린 여자들이 죄의식을 느끼며 산다고 불쌍해 할 일은 아니다. 그들은 가장 나쁜 부류다. 나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질렀으니까. (2권 p.59)

이 여자는 아이에게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만 하고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우리 엄마처럼. (2권 p. 60)

낳아준 어머니도 길러준 어머니도 잔혹했다.

어머니를 기다리던 아이에게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날은 일년 중 단 하루 '어머니날'이었다.

하지만 가장 소중했던 그날이, 그에게 일년 중 가장 잔혹한 기억을 준 날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직접 잔혹한 어머니의 '날' 을 만들어 갔다.

악인이 정말 악하면 오히려 깔끔하다. 악인 이 나쁜놈~! 하며 욕할 수 있으니. 그리고 그렇게 악한 놈은 없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하지만 악인이 정말 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때 오히려 현실감 높은 스릴러적 긴장감이 찾아온다. 바로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것만 같아서.

소설속 여러명의 싸이코패스를 보면서 악인의 구분은 모호해진다. 그래서 이 작품의 매력은 더 상승한다. 질문을 남기는 소설은 늘 멋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