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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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1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장자자의 최신작

깊은 밤의 이야기꾼 장자자가 들려주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긴 이야기

원벤진 작은 가게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작은 반짝임>>

학창시절 세계고전문학을 읽고 소설을 꽤 읽었어도 중국소설은 없었던 것 같다. 하긴 세계고전문학에서 세계는 서양과 동의어이긴 하다.

'사람아 아 사람아' 가 기억나는 첫 중국소설이었다. 읽을때 혁명소설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 이 작품은 그냥 소설일 순 없었다. 그런데 한 방송에서 오상진씨가 아내와 연애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이 책이라고 해서 놀랐었다. 지금은 아내가 된 김소영씨가 추천해주어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이후로 가까워졌다고... 젊은 세대가 아직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었고,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했다.

판타지와 SF를 좋아하는 편이라 읽가보니 류츠신의 단편집을 읽게 됐었는데, 과연 떠오르는 SF계의 샛별 다웠다. SF가 아니라 과학소설이라고 따로 불러야할 만큼 탄탄한 기반을 갖춘 작품세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읽고 나니 과거의 중국소설과 미래의 중국소설을 읽었는데 가운데가 뻥 뚫렸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그 한가운데를 메꿔줄 작품으로 이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은 현대의 중국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고향은 훗날 하나의 점이 된다고 한다. 언제까지나 한자리를 지키는 외로운 섬처럼 말이다.>>

 

류스산은 작은 산속마을에 사는 소년이다. 작은 가게를 하는 외할머니와 함께 산다. 외할머니는 평생 그 가게를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소년은 늘 도시로 나가는 것을 꿈꾸었다. 하지만 소년에게 고향이 어떤 의미로 자리잡을 지 열살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할머니, 하늘은 왜 저렇게 높아?"

"저기 저 구름들 안 보이냐? 저게 다 하늘나라 날개라 그래.">>

 

소년은 아빠가 누구인지 모른다. 엄마는 네살때 소년을 버리고 떠나서 소식이 끊겼다. 소년에겐 외할머니 뿐이었다. 궁금한 것이 생겼을때 물어볼 사람은 외할머닌 뿐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어느순간 부터 할머니에게 더이상 묻지 않았다. 엄마에 대해 물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로 아무것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20대의 젊은 뤄 선생은 살면서 이렇게 자율적인 생물을 본 적이 없었다. 그때 이후로 그녀는 이 열 살짜리 소년에게 경외심을 느끼면서도 이 아이의 어린 시절은 이미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내용일지라도 작가들의 문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의외의 곳에서 빵 웃음을 터지게 한다. 자율적인 생물이라니 ㅍㅎㅎㅎ 류스산은 독특한 소년이었다. 늘 공책에 적어둔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에만 매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2003년 여름, 그들은 모두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어린 시절은 동화와 같았고, 이것은 그들의 동화 속 첫 번째 만남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도라에몽의 진구가 됐고, 청샹은 하늘에서 내려온 이슬이가 됐다. 하지만 뜻밖에도 청샹의 본래 역할은 '퉁퉁이' 였다.

"돈 내놔!">>

 

평화롭고 작은 시골마을에 도시여자아이가 전학을 온다. 하얗고 텔레비전 드라마 여주인공 처럼 예쁜 아이. 그런데 전학온 날부터 그 여자아이는 시골아이들을 골려 먹는다. 반전 ㅋㅋ


<<계획에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류스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시장에서 모의고사 시험지를 샀지만 문제를 풀 능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모든 문제를 외우는 것뿐이었다. 류스산은 공책에 '중점고등학교에 합격한다'라고 썼지만 이루지 못했고 여기에는 여러 객관적인 이유가 있었다.>>

 

모의고사 문제들을 외운다고 해서 똑같은 문제들이 시험에 나오는 게 아니다. 하물며 모의고사 문제들을 다 외우지도 못한다. 류스산의 문제해결능력은 갈수록 태산이다;;; 자율적인 생물은 너무 자율적이라 모든 문제를 혼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만다;;;


<<이도저도아닌 관계로 철저히 일 년을 보내며 2013년 동지가 됐고 무단은 수속을 마치고 이 작은 도시를 완전히 떠나려 했다. 왜 하필 오늘을 선택했을까? 아마도 그녀는 올해의 생일 선물로 이별을 받고 싶었으리라.

사랑을 잃을 때까지 류스산은 자신이 그리던 미래가 사실은 과거였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요즘 사람들이 어디에 잘 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공장과학소설 작가가 아니라서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도시를 그릴 줄 몰랐다. 그는 생물학자가 아니라서 인체 기관이 교체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그릴 줄 몰랐다. 그는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투자 기회가 빠르게 대체되는 자본시장을 그릴 수 없었다. 그는 아는 것이 없어서 모든 사람이 만들어내는 미래 세계에서 자신의 가정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그려낼 수 없었다. 그는 열심히 미래를 약속했지만 자신이 뿌리 내리고 살았던 조그만 진의 생활을 먼 미래인 것처럼 달력만 바꿔 되풀이해서 그리고 있을 뿐이다.>>

 

류스산이 대학생활을 할때 만났던 첫사랑 무단을 그는 너무너무 사랑했다. 하지만 류스산은 도시에 떠있는 섬 같은 자아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스스로에 대해 너무 몰랐다. 도시에 살고 싶어했지만 도시에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자신만 몰랐다.


<<류스산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어째서 할 수 없는 걸까. 어째서 공책에 쓰는 글들은 갈수록 멀어지는 걸까. 어째서 행복하지 않을까. 어째서 동지에는 늘 눈이 내릴까. 어째서 중요한 사람은 꼭 떠나려 할까.>>

 

류스산의 소중한 공책에 써있던 다짐들은 점점 의미가 없어져 간다. 점점 실행되는 것들이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류스산은 기억나지 않은 엄마와의 이별도 첫사랑과의 이별도 받아들이는데 오래 걸렸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오~래 걸렸다.


<<십 년이 흐른 어느 날, 류스산과 청샹은 다시 만났다.>>

중국판 '소나기' 일 뻔했던 인연은 대학생이 되서 다이 이어진다. 류스산은 그것이 우연인줄 알았다.


<<그는 다른 어떤 남자보다 눈물이 많았다. 즈거도 그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스산, 너 그렇게 울면 부끄럽지 않아?" 하지만 류스산은 즈거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뭔가를 받아들이지 못해 울지만 그는 모든 아픔을 받아들일 수 있어 우는 것이며 눈물은 그러기 위해 장단을 맞추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류스산은 어렸을 때부터 잘 우는 아이였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는 것을 울 수 있을 때는 몰랐다.


<<류스산은 본래 나약한 인간이었다. 어렸을 때 누가 길에서 싸우고 있으면 맞고 있는 사람이 가장 친한 친구인 니우따텐이라 해도 못 본 척하고 지나갔다. 어른이 된 뒤에도 사과할 수 있으면 사과하고, 굴러야 되면 굴렀다. 그는 무단과 2년을 사귀면서도 물어봐야 할 것조차 물어보지 못했으며 가장 용감했던 때가 바로 어제와 오늘이었다. 이렇게 나약한 자신이 비틀거리다 진흙탕에 자빠져 상고머리 남자에게 두들겨 맞고 있으니 류스산은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마음이 아렸다.>>

류스산은 잘 울고 나약한 남자다. 첫사랑이 떠날때도 울고 그녀가 만났던 진짜 애인에게 얻어터지는 순간에도 분노보단 슬픔이 먼저이고 어렸을때의 정말 첫사랑이 다시 찾아와도 누군지 모르는 멍청한 남자다. 하지만 빗속에서 얻어터지는 류스산에게 두 여자는 서로 우산을 씌어주려 한다.


<<대학생활 내내 류스산은 그의 강의를 들으며 열심히 필기했지만 배먼 F학점을 받았다. 그런 류스산을 보며 교수는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다는 옛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겨우겨우 지방대학에 갔지만 너무도 성실하게 공부했지만 F학점을 받는 류스산. 교수에게 썩은 나무로 여겨지는 줄도 모르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졸업을 하지만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 대학졸업장은.


<<"류스산 파이팅!" 굳이 고개를 들어 확인하지 않아도 그는 그 누군가가 청샹이란 걸 알았다. 참 무서운 아이였다. 남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할수 있든 없는 그녀는 마음대로 파이팅을 목이 터져라 외치지 않는가. 게다가 그녀는 입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상대를 질질 끌어서라도 열심히 하게 만들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와 함께 있으면 일상이 뒤죽박죽 되는 것 같았다>>.

십년만에 다시 만난 청샹과의 며칠은 뒤죽박죽 된 것 같았겠지만, 그 덕분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는 것을 그만 모르고 있었다. 그만.


<<그는 지금껏 파이팅하며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다. 그도 이런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 재수없고, 무능하며, 볼품없는데다 지질하게 눈물이나 흘리는 이런 인생 말이다. >>

류스산은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매순간 정말 너무너무 열심히 했다. 그런데 결국 그렇게나 되고 싶지 않았던 가장 되고 싶지 않았던 모습이 된 자신을 보게 됐다. 무능한 찌질이.


<<"류스산은 잘 울기는 해도 울수록 강해지는 놈이야" >>즈거가 청샹에게 한 이 말은 청샹이 갸우뚱 했듯이 이부분을 읽을 때는 나도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하지만... 정말!


<<"나보고 평생 사귄 친구들 버리고 도시에 가서 모르는 사람 사귀라고? 넌 어떻게 네가 가진 건 필요없다고 하고 왜 없는만 갖겠다고 하냐?" >>

도시로 가자는 외손자에게 할머니가 하는 말은 생각보다 깊이 마음에 박힌다. 이미 가진건 필요없다고 하고 없는 것만 갖겠다고 하는 철부지의 투정... 그런데 우리는 누구나 그런 젊은 시절을 보냈다.


<<2016년 초여름, 류스산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깨어났지만 어쩐지 고향에 돌아온 듯한 환상이 보였다. >>

환상은 무슨. 첫사랑을 못잊고 직장도 못구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술에취해있던 외손자를 할머니가 트랙터에 묶어 싣고 왔다. 고향집 그의 방에. 정말 대단한 할머니다!!! (할머니에 대한 묘사는 김수미 버전의 욕쟁이 할머니를 연상케 한다. 뚝딱뚝딱 맛난 밥상을 차려내면서 국자를 휘두르고 욕을 쏟아내는 ㅎㅎ)


<<즈거는 언젠가 류스산에게 유행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는데 1선 도시는 현재를 살고, 2선 도시는 거기서 3년 뒤쳐져 있으며, 그 이하의 도시는 거기서 다시 3년 더 뒤처져 있다고 했다. 또한 현에 속한 작은 진들은 적어도 그보다 3년이더 뒤쳐져 있다고, 따라서 산속 마을의 유행이 일어나면 이미 도시에선 유행이 한참 지난 뒤인 셈이다. 즈거는 우울한 목소리로 이는 드넓은 우주와 같아 내가 보는 찬란한 별들이 마음을 사로잡지만 사실 그 별은 무수한 광년을 넘어온 것으로, 자신이 볼 때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뒤 일 수도 있다고, 그래서 즈거는 무수한 광년의 빛을 거슬러 올라 1선 도시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꿋꿋하게 말했다.>>

중국은 도시에 등급이 있나보다. 시골마을 청년들은 3선도시에 나가서 2선도시로 진출해 1선도시에 살고 싶지만... 별빛이 과거의 빛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뒤쳐진 유행처럼 읽고 나니 별빛이 감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시골에서 도시로의 상경... 그 의미와 기분을 우리도 모르지 않는다.


<<류스산은 어렴풋이 무단과 2년에 걸친 동지가 떠올랐다. 그는 무단에게 밤이면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었고, 그녀에게 들려줄 노래와 기타를 배울 수도 있었으며, 무단이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 기다리는 일에만 자신의 모든 힘을 썼다.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가 떠나기를 기다린 걸까 아니면 스스로 포기하기를 기다린 걸까?>>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류스산. 엄마를 기다리고 사랑을 기다리는 류스산은 자신의 노력이 기다림 뿐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거지? 이 멍충이.


<<두 사람과 류스산은 달랐다. 그는 슬품의 침묵이었지만 두 사람은 고집의 침묵이었다. 슬픔의 침묵은 시간이 깨주며 두 줄기 강물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한다. 반면 고집의 침묵은 스스로 깨야 하며 그들의 고집으로 인해 강물이 마를지라도 가로막힌 둑을 무너뜨리겠다는 뜻이다.>>

친구의 커플을 보며 자신의 사랑했던 모습을 생각해보는 류스산. 그의 사람은 한방향으로 결코 모아질 수 없었던 것임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서서히 깨닫는 류스산.


고향에 돌아와서 보내는 시간들을 <<류스산은 인생을 좀먹고 있다고 느꼈지만 청샹은 이것이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말했다. >>고향에서 다시 만난 청샹은 여전히 에너자이저 였지만 한번도 그의 곁을 떠난적이 없었다. 그걸 그만 모른다. 아름다운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처럼.


<<멍하니 청샹을 보고 있던 류스산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린 시절 만났던 여자아이는 그의 자전거 뒤에 타고 작음 얼굴을 그의 등에 기댄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은 곧 죽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제 어른이 됐고 여자아이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밤의 반딧불이가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하며 날아다니는 것처럼 언제 어둠 속으로 사라져 영원히 보이지 않게 될 지 알 수 없었다.>>

중국판 '소나기' 여주인공은 도라에몽의 퉁퉁이였지만, 여전히 반딧불이였다.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류스산은 어떻게든 안간힘을 쓰며 기어코 산을 올라야 했다. 이런 고된 산행은 그의 인생과 꼭 닮은 것 같았다. 이를 악무는 것도 이미 소용이 없고 쓰러져 죽지 않으며 그렇다고 위로 오를 수도 없는,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며 한 걸음을 옮기는 데에 온힘을 다해야 하는 그의 인생 말이다.>>

류스산의 인생은 열심히 살았지만 열심히 산 인생이 아니었고, 류스산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으며, 류스산이 가졌던 꿈은 꿈일 뿐이었고, 류스산이 하찮게 생각했던 것은 결국 제일 소중한 것이었다. 그걸 아주 힘들게 천천히 깨닫는다. 하지만 멍청할 만큼 순박하고 답답할 만큼 진중한 어설픈 류스산은 겨우 스물네살의 청년이었다. 인생이라는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 빠진 청춘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이런저런 작품들이 떠올랐다. 어린시절의 에피소드는 '소나기' 가 떠올랐고, 찌질한 사랑은 '사랑의 사막' 이 떠올랐고, 돌아온 고향에서의 일상은 '리틀 포레스트' 와 '고령화 가족' 의 장면들이 혼합되어 떠올랐다. 특히나, 할머니가 해주시는 요리들이 자주 비교적 상세하게 표현될 따마다 그 밥상을 가족이 아닌 식구로 함께 하여 가족의 느낌을 충족시킬 때마다, '리틀 포레스트'의 계절 밥상과 '고령화 가족'에서 윤여정의 끊임없는 밥상 장면이 이 소설의 정서와 굉장히 친밀하게 닿아 있었다. 그런데 그게 나름 잘 어울렸다.


이 소설은 청춘의 성장기 일수도 있고, 한결같은 사랑의 로맨스 일수도 있고,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는 가족소설 일수도 있다. 답답할 만큼 무능해 보이는 청년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한결같은 사랑을 표현하는 아가씨를 보며 동네떠도는 아이까지 거두는 할머니의 밥상을 보며, 때론 화도 났다가 때론 슬프기도 했다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읽게 되는 이 책은 다 읽고 나서야 한결 편안해진 마음을 느끼게 된다. 모든 소설이 어느 나이에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혀질 테지만, 청춘을 지나온 내가 읽은 후엔 그땐 그랬지..하며 미소짖게 되는 소설이다. 청년에겐 공감을 장년에겐 아련함을 노년에겐 애잔함을 안겨줄 소설이었다. 중국할머니의 따듯한 고향집 밥상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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