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오류 발생 보고서 덴마 어나더 에피소드 1
dcdc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영순이 설계한 전천후 SF 스페이스 오페라 만화 DENMA 가 작가 dcdc를 통해 소설로 재탄생했다!

거짓말, 암살자, 신, 사랑 그리고 퀑에 대한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변주>>

표지는 영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내용은 내 스타일이었다. ㅋ

책을 펼치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캬~!


이 소설의 원작은 웹툰이다. 나는 웹툰을 본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 인지는 모르겠으나 엄청 인기가 많은 웹툰이었나 보다. 책의 서문에 작가가 원작자에 대한 칭송이 대단하다. 소설을 읽고 나니 원작 만화가 궁금해진다. 만화에선 어떻게 표현했으려나?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의 경우 대부분 원작이 나은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도 만화를 봤던 사람들은 원작이 낫다고 하려나? 하지만 나는 충분히 재미있었다. ㅎㅎ


SF 소설이라고 하긴 하나 사실 우주배경과 초능력자들이 나온다는 것 말고는 딱히 SF 장르일 필요는 없는 내용이었다.

SF 라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초능력자 의 존재는 사실 SF 시대가 되어도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 초능력은 과학적 발달의 결과라기 보다는 초현실적 상상에 가깝다. 뭐 사실 SF 와 판타지를 구분하는 경계가 명확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이 작품에는 초능력자들이 나온다. 이른바 '퀑'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능력은 각각 다르다. 주인공 야고보의 퀑 적 능력은 마리오네트 능력이다. 인간이건 인형이건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는 마음데로 조종할 수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원작 웹툰의 큰 틀을 따라가면서 소설화 하기 위해 일부분의 에피소드만 을 가져왔고 영화적 설정도 차용했다. 저자가 말한 영화 대부는 작품 내내 연상되고 개인적으로 레옹 이나 무간도 라는 영화도 떠올랐다. 퀑 들의 장면에서는 X맨 시리즈나 마블 영웅 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하고... 여튼 영화적 장면들이 바로 떠오르는 내용들이라 읽는 듯 보는 듯 잠깐의 휴식용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학창시절 시험기간이 끝나면 만화책을 쌓아놓고 하루종일 키득거리며 쉼없이 만화책을 읽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만화의 묘미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시각적 눈요기와 가벼운 현실망각의 시간을 누리며 잠깐 딴 세상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이 소설은 그런 만화같은 즐거움을 준다.


방랑하는 암살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야고보, 마리오네트 능력을 가진 퀑 이다.

그가 머물고 있는 도시에 거대폭력조직이 있다. 그 조직의 두목은 두단 이고, 그에겐 젊고 아름다운 아내 마디나 와 열살아들 루벤 이 있다.

어느날 야고보에게 두단을 암살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내가 어두운 세계의 사람이니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는 밝은 세계의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고 만 것이지. 그런 세계도 그런 사람도 있을 리가 없는데도 그래버렸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믿었어. 다른 사람을 아는 것까지는 괜찮아. 하지만 다른 사람을 믿게 되면 곤란해.>>


두단은 야고보에게 말한다. 자신을 암살해달라는 의뢰를 실행해보라고. 아니 실행하는 척 하라고. 야고보는 <<모든 포석을 다 마친 상태에서, 그저 정해진  수순대로 장기 말을 내려놓기만 하면 자신이 이기는 그런 게임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역시, 두단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성당에 들어와 이런 우스꽝스러운 인형극의 등장인물이 되지도 않았을 것>>. 야고보는 마리오네트가 된 사람들을 조종하면서 스스로 마리오네트가 된 상황이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어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상황을 맞닥드리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익숙한 설정이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 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가 그랬고, 딘 쿤츠 의 '제인 호크' 시리즈도 그랬다. 사실 그 이전 셜록홈즈도 있었고, 영웅시리즈물에선 항상 있어왔던 설정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그래도 재밌다. 주인공의 능력과 해결능력에 따라 다음 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과정을 시리즈마다 반복하게 된다. 야고보는 잘생기도 인간적인 암살자다. 그의 고뇌는 그가 하는 행동들을 이해시키고 다음에 그가 겪게 될 경험들을 궁금하게 한다. 에피소드 마다 다른 내용이라고 하지만 연이어 읽고 싶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소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암살자와 암살을 요청한 사람과 암살에 지목당한 사람이 초반에 드러난 상황에서 보여지는 상황이 다가 아님을 뒤집고 또 뒤집어 긴박하게 읽히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초능력과 종교적 광신과 우주적 설정이 더해지니 헐리우드 영화 한편을 후딱 보고 난 기분이다.

나는 내가 독서라는 한 길을 파는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책에도 집중해야 할 분야가 있는 것을 너무 마구잡이로 읽어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무척 심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독서경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은 그렇게 오르고오르던, 최근 읽었던 책들과의 등산을 가볍게 해주는 잠깐의 시원한 샛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