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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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소크라테스 부터 피터싱어 까지

궁극의 진리를 갈망한 철학자를 한눈에 읽는다!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의 본질을 파헤치는 앎의 여정>>

처음부터 끝까지, 표지부터 내용까지, 뭐하나 흠잡을 데 없이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이런저런 철학책들을 읽었었다. 주로 입문서나 개요서 들이었다. 꽤 여러권을 읽은편이지만 그럼에도 철학의 한분야를 혹은 한명의 학자를 골라 본격적인 내용을 읽기엔 왠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철학은 늘 나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고대그리스의 철학자들에 대한 책을 읽고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좀 읽고 나니, 서양철학의 시작을 읽었으므로 시대를 훑어내리며 현대철학까지의 흐름을 알수 있는 최신 입문서를 또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움베르토에코의 철학의 역사를 읽어볼까 했는데 너무 정말 너무너무 두꺼웠다.;;; 그러던중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기대이상이었다.


책의 가장 앞부분에 '연대표로 보는 철학의 역사' 가 있다.

펼치면 한눈에 들어오는 양쪽 두페이지에 간략하게 철학자와 연대를 정리해놓았는데, 당연히 이 책에 실린 철학자들과 분야를 중심으로 요약해 놓았다. 본문을 읽는도중 앞서 읽었던 내용이 가물가물할때 연표를 찾아보고 내용을 생각해보기에 유용했다.

40챕터에서 약52명의 철학자를 언급한다.

325페이지의 책인데 챕터가 40이고 등장하는 철학자가 52명이나 된다는 것은 한 철학자당 서술되는 내용이 길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말 핵심만 잘 추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챕터에서 챕터로 넘어갈때의 자연스러움 이다. 크게 상관없어보이는 철학자들을 매끄럽게 연결시킬 때 저자의 재치가 느껴지고 호기심이 자극된다. 본문의 내용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해 놓아서 저자의 신중함이 느껴지고, 철학의 핵심내용들도 철학서에 대한 초보독자가 읽고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쉽게 풀어놓았다. 입문서로 정말 괜찮은 책이다.


소크라테스는 스스로를 등에라고 생각했다. 등에는 성가신 벌레이지만 심각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질문하여 상대방을 멘붕에 빠트리는 소크라테스는 당시 전쟁으로 피폐해진 아테네 사람들에게 등에보다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다. 스승의 죽음을 경험한 플라톤은 완벽한 국가와 지도자의 모습을 찾고자 했다. 그가 남긴 대화편들은 스승의 질문을 포함하여 더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져 놓았고 그가 찾은 답은 당시에도 지금도 답이 되기엔 무리가 있었다. 플라톤이 모든 것에 물음표를 붙였다면, 그의 수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소크라테스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었고, 플라톤은 최고의 작가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었다.>> 는 저자의 표현은 매우 적절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다음세대의 철학자 피론은 젊은 시절 인도를 방문했고 회의론자 였다. 피론과 동시대 에피쿠로스는 우리에게 쾌락주의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추구한 쾌락은 굉장히 절제되고 단순한 삶을 지향했다. 철학을 일종의 치유법으로 생각한 것은 에피쿠로스학파 뿐만 아니라 스토아학파도 그러했다. 명상적인 스토아학파은 로마의 철학자들에게 이어지고 키케로와 세네카는 황제의 측근이었으나 황제들은 그들의 철학에 영향받지 않았다.

5세기에 이르면 철학과 종교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철학자들 대다수는 기독교도 였다. 중세 철학자들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웠지만 그들의 사상을 수정해서 자신들의 종교에 적용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원죄와 자유의지에 의한 악한 행동들은 여전히 통용되는 믿음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사상가들로부터 기독교 철학으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한 보에티우스의 철학은 신이 모든것을 안다는 예정설을 설명해내고자 했고 이후의 철학은 '신'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된다.

신에 대한 믿음에 중점을 두고 종교적인 삶의 방식에 전념한 안셀무스와 아퀴나스가 있는가하면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도 있었다.

성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바다 괴물인 리바이더던을 비유한 홉스는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던 데카르트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학문을 파고들었다.

스스로를 신학자라고 생각했던 파스칼은 확률을 이용해서라도 믿음의 필연성을 이야기했고, 무신론자라고 비난받았던 스피노자는 쟈연에서 신을 찾았다. 로크의 인격론도 버클리의 관념론도 기성종교에 반대적인 입장이었던 볼테르, 라이프니츠, 흄 과 루소까지도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는 그들 철학자들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어왔다.

하지만 칸트 부터는 철학자들의 믿음이 더이상 중요치 않아졌다. 철학자가 기도교도이건 아니건 본격적으로 인간 이 화두의 중심에 선다. 그래서인지 칸트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두 챕터를 차지하고 있는 철학자이다.

벤덤의 행복과 헤겔의 완성, 쇼펜하우어의 비관과 밀의 불안은 다윈의 진화론 이후 더 복잡하고 더 난해한 철학의 갈래들속에 스며든다. 키르케고르의 결정장애와 마르크스의 신념은 세계전쟁속에 산산이 흩어졌고, 경제의 패권국 미국은 철학에서도 패권을 차지하게 된다.

실용주의, 허무주의, 정신분석, 과학철학, 정의론 은 실재와 허상, 물질과 관념, 현실과 이데아 사이에서 여전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고심한 하나의 질문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였다. 그에 앞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도 제기한 질문이었다. 사람들이 애초에 철학에 끌리는 데는 이 질문에 답하려는 욕구도 한몫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그만의 답이 있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행복을 추구하라는 것이었다.>>

 

2500년전 철학자들이 고심했던 질문은 지금까지도 고민되는 질문이다.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에 대한 주석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 부모에게 퍼붇는 질문들에 부모들은 최선의 답을 쉽게 말해주기 위해 고민하는 것처럼, 고대철학자들이 쉽게 던진 질문들은 몇백년 몇천년의 시간을 흘러 아직도 고심되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할 수밖에 없고 어떻게 살았든 언젠가는 죽는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고 잘 살고 싶다. 그래서 철학은 계속되어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삶의 유한성과 죽음의 무한성은 철학의 바탕이자 앞으로도 계속이어질 길이다.

그 길에 네비게이션 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이지도 역할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 철학 아닐까? 지도를 보여줘도 이해못하는 나같은 지도 까막눈도 있을 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대충이나마 철학자들의 이름만으로도 눈치껏 철학을 알아들을 수 있게 해주는 철학지도로 이만한 책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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