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가까운 사람의 심리적 학대에서 벗어나는 법
샤논 토마스 지음, 송지은 옮김 / 사우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가까운 사람의 은밀한 심리적 학대에서 벗어나는 법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학대를 알아차리고 나를 조종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 부서진 삶을 복구하는 6단계 로드맵

심리적 학대 최고 전문가가 들려주는 다정하고 명쾌한 조언>>

​이 얇은 책이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길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1장과 2장이 본문이라고 할 수 있고 3장은 자신의 이야기를 저자의 안내에 따라  써보는 노트이기 때문에 본문은 178페이지까지이다.

200쪽도 안되는 얇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한장한장의 글들이 충분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자가 말하듯 심리적 학대는 눈에 보이는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멍이 들지도 않고 뼈가 부러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삶이 망가진다.

망가지기 시작하거나 망가지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자신이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음을.


그 심리적 상처가 심리적 학대가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이에 의해 이루어졌기에 일찍 알아챌 수 없었고 알아채고 나서도 벗어나기 힘들고 벗어난 후에도 회복하기 힘들다.

저자는 시원시원하게 말해준다.

그 사람은 독이 되는 사람이라고. 독이되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심리적 학대를 당하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라고. 오히려 공감능력이 높고 자아성철능력이 높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공감능력이 높아서 가해자의 입장을 공감해주려고 노력하고, 자아성찰능력이 높아서 가해자가 한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자신이 받아들이려고 하다보니 더욱 깊고 오래 심리적 학대를 당하게 되는 거라고.

피해자를 생존자라고 지칭하면서 생존자의 탓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준다.


저자는 자기자신 또한 심리적 학대의 피해자였다고 말한다.

생존자로서 극복하고 심리치료사가 되었다고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사실 치료는 치료자가 그 상처를 직접 겪어보았을 때 가장 큰 공감을 할 수 잇는 것 아니겠는가? 글로 배우는 것보다 몸으로 배우는 것이 더 효과가 큰 법이다. 아무리 유명한 심리학자이고 정신과의사이고 심리치료사라고 해도 학문으로만 배웠다면 그 사람은 평생 진정한 치료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말 얼마나 힘든 상처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전문가보다 힘든시간을 공유했던 사람이 더 큰 위로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글은 심리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 같다. 6단계 로드맵을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그 공감의 깊이 만으로도... 위안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읽고 3장의 노트에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문제를 좀더 명확히 해결할 수 있을 테지만, 그게 어려우니까 그렇게 못하니까 심리적 학대를 당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1장과 2장의 내용을 다시 읽고, 때로는 필요한 부분만 조금씩 읽어가며, 언젠가 3장의 노트부분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을 때, 그때 극복의 에너지를 갖게 되는 것일지도... 책장에 꽂아두고 그 기운을 계속 느껴야 하는 책이다. 저자의 응원이 필요할 때 꺼내 볼 수 있도록...

 

ps. 밑줄치고 싶은 문장이 참 많았다. 생각날 때 다시 읽어볼 수 있도록 여기에 조금 적어놓아 본다.

 

학대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바꾸고 싶어서 상담을 받으려고 한다. 반면 심리적 학대의 가해자는 다른 사람이 변하길 기대한다. 자신은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독이 되는 사람' 이라는 용어가 간간이 사용될 것이다. 이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나르시시스트)와 반사회적 성격장애(소시오패스 또는 사이코패스)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이들은 대부분 정식으로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 중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가 임상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 나르시시스트는 당신의 차를 들이받고는 당신이 자기를 방해했다며 질책할 것이다. 당신이 어떻게 해서 자기 차를 망가뜨렸는지 끝도 없이 불평할 것이다.

- 소시오패스는 당신의 차를 들이받고는 당신이 자기를 방해했다고 질책하며 히죽댈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혼란을 보며 속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 사이코패스는 치밀하게 계산된 방법으로 당신의 차를 들이받으면서 웃는다. 그리고 피해를 최대로 주기 위해 다시 들이받는다.

성격장애의 차이점은 얼마나 극심한 해를 가하느냐에 달렸다. 이들은 타인에게 진정한 애착을 갖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고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가해자는 자신에게조차 정직하지 않으며 자신의 거짓말을 진짜로 믿는 사람이다.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양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감 능력과 희생적인 면모가 없다. 아이보다 자신의 필요를 먼저 챙기면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 자녀가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다. 가해자인 부모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어째서 우리 집은 다른 집처럼 화목하지 못한지 궁금해 한다. 독이 되는 부모는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성찰하지 못한다.

심리적인 학대를 가하는 가족은 표적이 되는 희생양이 없이는 살지 못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에 직면해야 할 테니 말이다.


생존자는 독이 되는 가족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무언의 요구이든 말로 표현하는 요구사항이든 간에 말이다. 자신의 안전과 평화는 중요하지 않다고 배우며 자란 사람이 특히 의무감이 강하다.

가족들의 학대에서 치유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생존자의 깊은 믿음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학대에서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


독이 되는 사람들은 연기력이 뛰어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계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눈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달라진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을 땐 감정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생존자를 조종해서 자신이 주도하는 게임으로 다시 끌어들이려는 수작이다. 남을 이용하는 자들은 온갖 감정 연기로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려 한다. 눈물 뿐만 아니라 죄책감을 이용하기도 한다. 생존자가 경계를 설정하려고 하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

가해자는 자신의 의도를 감추려고 애쓴다. 거짓말을 하고 생존자에게 책임을 돌린다. 수많은 사건을 통해 깊은 상처를 받고 나서야 학대의 패턴이 보인다. 심리적인 학대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독이 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생존자에게 의존함으로써 생존자가 경제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만든다.

 


심리적 학대의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독이 되는 사람들은 생존자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를 좋아한다. 가해자 없이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수치심을 준다면, 생존자는 즐거움을 누리는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학대에서 벗어나기 전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가해자의 응징이 두려워 나가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의 망상에 가까운 거대한 자기 이미지는 보호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가해자는 자신이 항상 옳다는 착각에서 깨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해자에게 진심에서 우러나는 후회란 있을 수 없다.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상처가 된다는 걸 단호히 부인할 것이다.


조울증이나 자폐를 가진 채 태어날 수는 있지만, 성격장애는 선천적인 문제가 아니다. 성격장애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주양육자와 건강한 애착이 형성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안타깝게 여긴다. 제발 그러지 마시라. 사랑 없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많다. 대부분은 공감 능력이 높고 타인을 배려한다. 그런데 독이 되는 사람은 다르다. 어린 시절 양육자가 자신에게 진정한 애착관계를 형성해주지 못했으므로 삶이 자신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만족할 줄 모르는 습성을 갖게 된다. 이들의 삶 속에는 '주는 사람' 으로 가득하고 자신은 '가져가는 사람'일 뿐이다.


애착 결핍이 가해자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이들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해가 되는 행동을 계속해 나간다는 게 핵심이다. 이들은 항상 남을 비난하며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뭐하려 달라지겠는가. 이들의 눈에는 남들에게 큰 결함이 있고 남들이 달라져야 하는데 말이다.


보이지 않는 학대의 생존자 대부분은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다.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자들은 공감능력이 높은 사람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여기는 바로 그부분을 이용한다. 생존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성격적 특징으로 자아성철 능력을 들 수 있다. 독이 되는 사람은 생존자에게 퍼부은 비난이 생존자를 깊게 관통한다는 걸 알고 있다. 생존자가 그 말이 사실인지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존자는 가해자와 연락을 하지 않거나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건강하지 않은 환경이 야기하는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통제력을 갖게 되면 자존감을 되찾는다.

가해자가 당신의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하고 있다면 더 이상 맞추려고 애쓰지도 말고 낙담하지도 말라. 당신은 최선을 다했을 테니 말이다.


생존자는 가해자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그게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생존자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대우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을 대하겠는가? 아니라고 답한다면 학대관계라고 볼 수 있다. 부정하지 말라. 진실을 보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 대부분 독이 되는 행동을 유발하는 정신건강 상의 문제가 없다. 가끔씩 감정기보기 있다고 해서 모두 나르시시스트이거나 소시오패스, 또는 사이코패스인것은 아니다.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심리적인 학대를 가하는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와는 매우 다른 내적 동기가 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독이 되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이다. 따라서 절대로 이들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심리적 학대를 이해하는 사람들을 만다는 것이 생존자에게 힘이 된다. 안전한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는데, 오프라인 독서 모임이 적절한 예가 아닐까 싶다. 보이지 않는 학대의 생존자는 고립되기 쉽다. 때로는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서 안전한 장소를 찾을 필요도 있다. 미소와 체온을 나누는 일은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다.


심리치료사인 나는 인간관계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는 생존자에게 어째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지 않고 가해자를 기쁘게 해주려고 하는지 이야기 해야 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연락을 끊는 것이 회복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감정적 거리두기나 연락을 끊는 방법을 생각해내야 온전한 당신으로 살 수 있다. 심리적인 학대에서 회복되는 데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생존자가 남은 인생을 망가진 채 보낸단 할지라도 가해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생존자가 겪는 충격을 가해자는 경험하지 않는다. 가해자는 생존자처럼 고통을 겪지 않고 곧바로 자기 생활을 계속해 나간다.


자유시간을 치유에 대한 공부와 연관 없는 일을 하면서 보내고 싶어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생존자들은 그동안 알게 된 새로운 지식으로 인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어쩌면 이런 일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 학대를 받은 경우라면 말이다. 이 단계에서 생존자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려 하고 자신의 삶이 윤택하게 하는 일에 끌린다. 이는 바람직한 형상이며 새로운 모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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