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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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진행한 가제본 증정이벤트에 당첨되어 출간되기 전에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비오는 장마기간에 배송되어 책이 젖은체 도착해서 마음아팠지만, 읽고 나서 보니 젖은뒤 마른 얼룩이 왠지 어울려 보인다.

하얗고 깨끗한 표지에서 퍼펙트 데이즈 라는 제목이 깔끔하게 한눈에 들어왔었는데, 얼룩져 내려온 ​무늬아닌무늬가, 퍼펙트했던 표지를 변형시킨 그 무늬아닌무늬가 어울린다. 이 소설과.


가제본이다 보니 홍보문구도 저자에 대한 설명도 없다.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젊은 신예 작가인것 같고, 전작도 스릴러 소설이었던 듯 하다.

온전히 소설 자체에만 몰두하게 되는 것이 가제본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이 작품은 사랑이야기다. 그런데 스릴러다.

왜냐하면 사랑의 주체가 싸이코패스다. 싸이코패스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완벽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사실 싸이코패스는 사랑을 할 수 없다. 사랑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싸이코패스인 거다.

그런데 싸이코패스의 사랑이야기라니! 반전으로 시작해 반전에 반전을 하다가 반전으로 마무리되는 독특한 소설이었다.


<<그는 대화와 음악, 모든 것이 완벽한 이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다.>>


테우는 자신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테우의 가장 친한 친구는 시체다.

그런데 그 사실을 테우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어머니조차도.

그러던 어느날, 파티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클라리시!

그녀의 사소한 행동이 테우의 모든 감각을  사로 잡았다.

테우는 완벽한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테우는 알고 있다.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더 완벽을 추구하게 되고, 퍼펙트한 날들을 쌓아가기로 결심한다. 퍼펙트 데이즈를.


<<테우는 그녀를 공주 모시듯 할 마음이 없었다. 여자들은 가사 노동을 할 때가 가장 여자다우니까.>>


테우는 왜곡된 생각 투성이이지만, 클라리시를 공주모시듯 할 마음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성이 제어하는 한 그녀를 왕비 모시듯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행동들에 대해 몹시 뿌듯해 한다. 그래서 더욱 인정받기를 원하게 된다. 하지만 클라리시는 납치된 상태다.


<<어릴 적부터 그는 늘 위화감을 느끼며 살았다. 실없이 웃기나 하고 지적 야망이나 고상한 사고가 없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게 무척 불편했다.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로 한껏 들뜨고, 생일에 옛 친구들을 초대하고, 8개월 아기가 마침내 아빠!라고 부를 줄 알게 됐다는 걸 이웃에게 자랑하는 사람들, 그런 삶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에 테우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연속극에서 그려지는 정상 상태의 개념에 혐오감을 느꼈다. '정상 상태' 에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실은 조금의 양보도 없었다. 자기 확신에 찬 채 살아가고 있던 그에게 클라리시가 나타난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의 벽을 허물고 나올 수 있었다. 그녀가 길을 잃고 방황하는 그를 붙잡아준 것이었다. 테우는 여전히 인류를 낮춰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등한 그들에게 초탈한 연민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건 '사랑' 덕분이었다.>>


테우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완벽한 자신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클라리시를 만난 순간 그의 안에 잠들어있던 본성이 밖으로 표출되게 된다. '사랑' 은 그를 변화시켰다. 정상적으로 보이던 사람에서 싸이코패스임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척 연기하고 싶은 욕구, 그에게는 재밌는 놀이였다.>>


테우는 스물두 살의 의대생이다. 그는 진심으로 사람에게 사람과의 관계속에 자신을 몰입시켜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런척 하는 연기의 달인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클라리시에게는 그런척 하는 연기따위 집어던져 버리게 됐다. 그녀가 쓰고 있던 시나리오 '퍼펙트 데이즈' 라는 시나리오 까지도 자신의 의도데로 만들어가며 클라리시의 모든것을 손아귀에 쥐고 흔든다. 그녀의 정신상태까지도.


<<그는 합당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지만 세상은 그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법규와 규칙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테우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테우는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합당한 조치를 취했을뿐인 그를 이해하지 못할 세상을 걱정한다.

완벽한 날들 속에는 완벽한 범죄가 숨겨져 있었고, 완벽한 범죄는 완벽한 사랑 때문이었다.

싸이코패스 테우가 클라리스를 사랑하기 시작하고, 납치해서 여행가방안에 넣은체 여행을 하고, 그녀와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돌아오게 되는 과정은 그냥 그렇게 돌아오고 나서 끝났다면 이미 읽어봤음직한 싸이코패스 스릴러 소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테우가 강력한 뒷통수를 맞으며 끝을 맺는다. 싸이코패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결말.

그 마무리가 싸이코패스의 새로운 등장일지, 범죄를 저지른 싸이코패스에 대한 복수가 될지 뒷얘기를 독자 스스로 상상하게 한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 브라질을 배경으로, 싸이코패스의 독특한 사랑이야기는 소재도 내용도 결말도 색달랐다.

싸이코패스 가 지냈을 법한 완벽한 날들, 퍼펙트 데이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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