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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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지옥에 있지 않아요, 지옥을 몰고 오지"

동시에 두 장소에서 목격된 용의자,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참혹한 사건의 이면에 도사린 어둠을 향해 질주하는 추적극

1권에 잔뜩 깔린 밑밥들에 제대로 낚여서 2권이 너무너무 궁금했다.

연이어 바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ㅎㅎ​

1권의 멜론이 2권에서 제대로 잘렸다. 그리고 제대로 쏟아져 나왔다. 썩은 것들이.


1권의 마지막에 등장한 새로운 조사원 홀리 가 2권에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내고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던 것을 증명해 낸다.


사람이 어떻게 동시에 두 공간에 등장하고, 파일로 저정된 뉴스 영상에서 사라져요? 장난 아니면 거짓말이겠죠

라고 할 줄 알았겠지. 나도 밝힐 생각은 없지만, 알렉 펠리가 모르는 게 있다면, 사람이 동시에 두 공간에 등장할 수 있다는 거야.


2권 초반에서 홀리는 1권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존재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등장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권에서 모든 것을 벌려놓고 가능성들만 깔아놓았다면 2권에서는 그 모든 것을 봉합하는 작업을 초반부터 시작한 것이다.

1권에서 했던 모든 추리들을 엎어놓고 멘붕에 빠트렸던 사건의 진실을 2권에서 제대로 추적해 나가는 과정은 1권보다 몇배 더 흥미진진하다.


"정말로 테리가 피터슨을 죽이지 않았다고 믿는단 말이죠?"

"히스 홈즈가 두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믿어요. 다른 자의 소행이에요. '이방인(outsider)'이요"


제대로 등장했다.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의 정체가 드러날 수록 소설속 인물들은 모두 멘붕에 빠진다.


"하늘과 땅 사이엔 우리의 철학으론 상상도 못할 일들이 수없이 많다" 지넷이 말했다.

홀리는 미소를 지었다. "셰익스피어가 그걸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같아요. 사실 셰익스피어는 거의 모든 걸 가장 멋지게 표현했죠"


셰익스피어싀 '햄릿'에 나오는 대사라고 주석이 달려있다. 여기서 잠깐 딴 생각이 들었는데, 서양문학에서는 고대그리스문학이나 셰익스피어의 문학이 정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구나 하는... 여튼, 여전히 몰입도 높게 읽혀서 도대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홀리 기브니가 말하는 이방인을 믿는다면, 그녀가 말하는 엘 쿠코를 믿는다면 모든 게 가능해진다. 우주에 끝이 없어진다.


멕시코전설에 나오는 엘 쿠코의 등장은 스릴러의 거장 스티븐 킹 이 사용했기에 현실감 높은 존재로 다가와 진다. 도대체 안 믿을 수가 없다.


"아뇨, 제 말 잘 들으세요. 저도 이게 정상이 아니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부 끔찍한 사건들에 비하면 엘 쿠코라는 존재가 오히려 더 납득이 되지 않나요? 자연재해나 사고가 아니라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게 저지르는 짓을 두고 하는 얘기에요. 테드 번디도 따지고 보면 엘 쿠코라는 변신 괴물과 다를 바 없잖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보인 모습과 살해한 여자들에게 보인 모습이 달랐으니까요. 그 여자들이 마지막으로 본 건 그의 다른 얼굴, 내면의 얼굴, 엘 쿠코의 얼굴이었어요. 그런 자들이 더 있어요. 그들이 우리들 사이를 활보하고 다녀요. 형사님도 그렇다는 걸 알잖아요. 그들은 외계인이에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괴물이에요. 그런데도 형사님들은 그들을 믿어요. 그들을 체표하고, 어쩌면 처형당하는 것까지 봤으면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믿지 못하는 랠프형사에게 홀리가 하는 말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랬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인간같지 않은 인간이 얼마나 많은가? 차라리 괴물이었으면 좋았을 인간의 모습을 한 인간이 과연 인간인가? 차라리 괴물의 모습을 한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낫지 않은가? 인간의 모습이 아닌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괴물도, 인간도. 누가 괴물이고 누가 인간인지 모르게.


이방인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득의양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리 알리바이가 탄탄하고 평판에 티끌 하나 없어도 별문제 없었는데, 증거와 목격자 진술이 있으면 알리바이와 평판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인간들이 워낙 자기들의 현실 인식에서 벗어나는 설명은 받아들이질 못하거든. 너는 나를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어. 그의 알이바이가 아무리 탄탄했어도 나를 감지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런데도 이렇게 찾아왔단 말이지."


아웃사이더가 말하는 인간의 무지아닌무지는 너무나 현실적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방인의 존재를 현실화한다.


"전에도 이런 일 겪은 적 있죠?" 유넬이 물었다. "아니면 이 비슷한 일을. 맞죠?"

"네. 그리고 경찰은 우리 말을 믿을 거에요, 절대 해소할 수 없는 궁금한 부분들이 남겠지만. 두 분 다 왜 그럴지 이유는 알죠?


홀리에게서 자꾸 느껴지는 기시감은 작가가 홀리를 다른 작품에 등장시켰던 인물임을 넌즈시 드러낸다.

그러다 대놓고 알려준다. 유넬의 질문을 통해. ㅎ 홀리가 등장하는 저자의 다른 작품을 궁금하게 하는 센스가 유쾌하다. ㅎㅎ


랠프는 알았다. 발자국은 그냥 끊기지 않았고 질긴 껍질에 흠집 하나 없이 잘 익은 캔털루프 멜론 안에서 구더기들이 부화할 방법은 없을 테니 그들은 아무리 엉성한 이야기라도 믿을 것이다. 다른 가능성을 인정하면 현실을 의심해야 하기 때문에 믿을 것이었다. 피할 길 없는 아이러니였다.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던 그 오랜 세월 동안 이방인을 보호했던 바로 그것이 이제는 그들을 보호할 것이었다. 우주에는 끝이 없지. 랠프는 생각하며 선물 가게 그늘에서 소방차가 도착하길 기다렸다.


랠프형사는 이제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믿게 되었다.

현실을 의심하게 하는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들로 꿰어맞춘 엉성한 이야기들을 믿게 되는 엉성한 현실과 우주에 끝이 없다는 것을.

하지만 우주에는 원래 끝이 없었고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우주를 깨닫는 순간은 자주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실을 믿고 살게 된다. 그 엉성한 현실이 현실이 아닐지라도.


"이 세상에는 선한 기운도 있다는 거. 저는 그렇다는 것도 믿거든요. 그래야 주변에서 벌어지는 온갖 끔찍한 일들을 생각해도 미쳐 버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음... 그걸 입증하는 증거들이 있지 않아요? 여기뿐 아니라 온 사방에.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힘이 있다는 증거 말이에요."


현실에 대한 부정성을 선한기운으로 바로 회복시켜주는 작가의 센스에 또한번 놀란다. 멋지시다고 엄지척 해드리고 싶다. ㅎㅎㅎ


1권에서 답답했던 테리의 가족들에 대한 처우는 2권에서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있어서 마음이 좀 편해졌다.

"사망 당시, 그는 법적으로 무죄였습니다." 이 한마디를 하기까지 2권의 스토리가 나왔다. 대단하다.

너무나 당연한 상황을 당연하지 않게 시작하더니 당연하게 정리하는 그 과정이 정말 스릴러의 대가 다웠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나... 내가 느끼는 감정은... 정산적인 반응이에요. 현실은 얇은 얼음과도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그 위에서 얼음을 지치는 동안 막판까지 물속에 빠지지 않아요. 우리는  빠졌지만 서로 도와 가며 빠져나왔어요. 지금도 서로 돕는 중이고요."


홀리가 나오는 전작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으나, 그 작품에서 홀리는 동료 빌 을 잃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홀리는 랠프형사를 만났고 사건을 함께 해결했다.

시리즈는 아니지만 어느 작품에선가 나왔던 인물이 다른 작품에서 등장할때 느끼는 반가움은 소설을 읽는 새로운 기쁨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스릴러의 거장은 자신의 수많은 작품들 속에 나왔던 인물들을 이렇게도 활용할 줄 아는 구나 싶어서 또한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권에서 뒤집어졌던 머릿속이 2권에서 하나하나 정리되어져 가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던 소설이었다.

스릴러 소설이 찜찜하게 끝나면 공포소설로 둔갑하기 마련인데, 뭔가 다른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깔끔하게 끝내는 솜씨가 대단했다. 스티븐 킹 은 정말 그 누구와도 다른 독보적인 작가인것 같다.

여름에 스릴러 소설이 인기있는 것은 바깥 온도와 관계없이 안에서부터 느껴지는 서늘함 때문일 것이다.

그 서늘함과 쫄깃한 스토리와 깔끔한 마무리까지 갖춘 '아웃사이더' 를 시원하게 읽으려면, 꼭 2권 모두 준비해놓고 읽어야 한다. 그래야 한꺼번에 1권2권 읽어내려가면서 풀어내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여름엔 역쉬 스릴러소설이 짱인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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