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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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치명적 변화를 맞게 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숨가쁜 대활약!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그 네번째 이야기

​계절마다 주로 유행하는 장르가 있는 걸까? 여름이라 그런지 스릴러, 범죄물이 자주 눈에 띈다.

날씨가 더워도 심장 쫄깃한 소설을 읽다보면 시원하다기 보다는 서늘한 그 느낌이 좋으니 어쩌면 당연히 여름에 인기가 높은 장르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범죄소설이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앞 작품들을 읽지 않았어도 아무 문제 없이 읽히는 독립적 내용이다.

주인공이 동일할뿐, 그 주인공이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작품 하나씩 나오는 셈이라서.


전작들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도록 앞 부분의 몇 장에서 인물소개와 배경안내를 미리 해준다. 친절하다. ㅎ

주인공은 데커. 에이먼스 데커다. FBI 준요원이고 키198센티에 체중130킬로그램이 넘는 전직 프로 미식축구선수이자 전직 형사였다. 선수활동시 경기도중 뇌를 다쳐 과잉기억증후군을 갖게 된 그는 그야말로 완벽한 기억력을 갖게 되었다. 아내와 딸을 살인사건으로 잃었으며 범인들을 잡아넣었지만 이후로 살인사건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냥 살해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기에.

배경은 배런빌 이라는 소도시. 오하이오주 경계선 근처에 있으며 배런빌이란 이름은 광산을 채굴하고 제분소를 지어 도시를 일으킨 배런 가문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한때의 번영은 쇠락한지 오래이고 지금은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배런가문을 욕하며 도시의 번영을 유지하지 못한 책임을 한 가문을 저주하는 것으로 무너져있는 상태다.


데커와 동료 요원 재미슨은 휴가로 재미슨의 언니네 집에 내려와 있는 중이었다. 재미슨의 언니 앰버에겐 조이라는 다섯살 딸이 있는데, 데커에게 열살도 안되어 죽은 딸 몰리를 생각나게 하는 정서적 교감의 존재다. 그런데 옆집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알고보니 이 사건은 벌써 3번째의 살인사건이었고, 살해당한 사람이 여섯명. 사건을 파헤치던 중 앰버의 남편이 살해당하고 조이의 안전이 위협 받는다. 범인을 추적하는 데커와 재미슨은 죽을 뻔한 사고도 당하고 그 사고로 데커가 머리를 다쳐서 완벽한 기억력에 처음으로 문제가 생긴다. 범인은 누구일까? 왜 그들을 죽였을까?


배런빌에 배런가문의 마지막 후손 배런4세가 혼자 살고 있다. 허물어져 가는 장원의 가운데 도시를 내려다보는 쓰러져가는 대저택에서 혼자 사는 존 배런. 마을 사람들에게 수없이 모욕을 당하고 오해를 받으면서도 그는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 살해범으로 지목된다. 그는 왜?


배런빌에 대규모의 물류센터가 들어선다. 앰버의 남편은 이 회사의 직원으로 배런빌에 발령받았다. 하지만 이사온지 얼마 안되어 죽임을 당한다. 물류센터는 쇠락한 배런빌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선망의 직장이다. 대규모의 인력채용을 하는 중이지만 배런빌 주민들은 거의 신체검사에서 탈락된다. 주민들 대부분은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다. 마약의 시작은 대부분 진통제였고, 미국에선 합법적으로 처방되는 진통제로 인해 중독자가 되어 불법적인 마약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일하다가 몸을 다치고 진통제를 처방받고 중독이 되고 더 쎈 마약을 찾게 되는 악순환의 사이에는 보험사기와 마약조직이 연관되어 있다. 열집 중에 일곱집이 비어있다시피한 배런빌에선 가족의 장례식장에서도 마약을 흡입하다 911에 실려가는 경우가 나올 정도로 모두가 손쉽게 마약에 빠져있고 내일이 없는 삶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다. 이런 배런빌에 떠도는 소문중에 배런빌 가문에 전해져 내려온다는 엄청난 보물 이야기는 배런빌 가문에 대한 저주와 함께 여전히 강력하게 유효한 전설로 남아있다.


생면부지의 사이로 함께 죽은 사람들과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배런빌 가문과 도시의 번영을 다시 가져올 것처럼 보이는 물류센터의 연결고리는 마약이다. THE FALLEN 은 타락한, 타락할 만큼 타락한 미국의 마약중독 현실을 한 도시의 쇠락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커의 머릿속에서 맞춰지는 퍼즐 조각들은 때론 따라가기 버거울 때가 있다. 특히 이름이 헤깔렸는데, 예를 들어 에이먼스 데커를 에이먼스 라고 부르다가 데커라고 부르니 동일인물인지 바로 알아채기 힘든데, 여러명의 사람들이 다 이렇게도 불렸다가 저렇게도 불렸다가 하니 이사람이 그사람인지 헤깔려서 앞쪽을 찾아보게 되곤 했다. 희곡처럼 작품 앞에 인물별 소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인물들의 이름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범죄소설의 묘미는 사건의 해결을 따라가면서 독자가 사건해결의 주체가 되는 듯한 간접체험의 맛이 아닐까? 이 작품은 독자가 데커의 머릿속을 공유하며 사건을 추적해가는 재미가 충분한 책이었다. 다만, 마무리가 좀 아쉬웠는데... 마지막 몇 장은 사건의 해결을 데커의 설명으로 완성하고 있었다. 게다가 설명의 대부분은 잡힌 범인이 자백한 범죄사실들로 퍼즐이 꿰어 맞춰지는데 그 악랄한 범인이 자백은 왜 그렇게 술술 하는지;;;


저자는 1960년생으로 지금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범죄소설가 라고 한다. 변호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스릴러와 미스터리가 버무려진 범죄소설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출간되는 작품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어보니 그럴 법 하다. 촘촘이 엮어진 그물처럼 차근 차근 관계를 이어가는 사건해결은 읽는 재미가 쏠쏠 했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 딘 쿤츠 나 예전에 읽은 스티븐 킹 의 작품들을 생각했을 때 아직 대가의 반열엔 이르지 못한 차세대 대가 같은 느낌이랄까.


헐리우드 범죄영화 생각할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미국식 범죄소설을 생각할때 떠오르는 대표적 이미지들의 집합체 같은 이 작품은, 비슷해보이면서도 재미있게 보는 헐리우드 영화처럼 너무나 미국식 범죄소설이지만 여전히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었다. 더운 여름 너무 잔인한 공포물 말고 너무 무서운 스릴러 말고 너무 현실적인 범죄 말고, 적당히 심장 쫄깃하고 적당히 서늘한데다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시원함까지 갖춘 이 소설 정도면 휴가용으로 딱 좋지 않을까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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