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앤 마더
엘리자베스 노어백 지음, 이영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Tell Me You're Mine

소설은 대부분 원제목이 확 와닿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원제목의 여운이 길다.

딸아 너는 내거야! 내거라고 말해!!


20년 전 죽은 딸이 눈앞에 나타났다

두 엄마와 딸, 여성 셋이 펼치는 최고의 심리 스릴러

'아동 실종'이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상실을 주제로 독자를 사로잡다

아동실종이라는 주제는 쉽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단어만으로도 가슴떨리는 공포이기에...

나는 김영하 작가를 안좋아하는데 그의 단편 중에 오래 기억에 남은 작품이 있다. "아이를 찾습니다"

마트에서 카트에 아이를 태우고 부부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감쪽같이 아이를 유괴당한다. 부모는 미친듯이 아이를 찾아 헤매고 시간은 흐르고흘러 엄마는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아빠는 생업도 버린체 매일 아이의 사진이 실린 전단지를 나눠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이를 되찾는다. 아이는 자신이 엄마라고 믿는 여자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는데 그여자가 죽으면서 친부모의 존재를 갑자기 알게 된다. 십수년만에 만난 부모와 아이는 낯설고 불편하다. 아이는 죽은 제엄마가 유괴범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미친여자가 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초라한 집에서 지친기색의 남자가 아빠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빠는 그토록 찾아헤매던 아이를 찾았으나 그사이 아내는 미쳤고 집안경제는 파탄났으며 사춘기의 아들은 어떻게 대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유괴사건을 다룬 소설은 대부분 잃어버리고 상실감에 피폐해져가는 순간을 다루기 마련인데, 한참후 다시 만났을때의 상황을 표현한 작품의 삭막함이 읽기에 너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찾아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단순함이 아닌 것은 신선했지만 찾고난 현실이 찾기전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이 너무 씁쓸했다. 그렇게 불편한데 왜 그토록 아이를 찾아헤맸던 것일까 작가의 차가운 시선이 몹시 불편했다.

마더앤마더 는 극단적 모성의 양끝단을 보여주는 것만 같은 소설이었다. 아동실종 사건을 바탕에 둔.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이 너무 다른 두 엄마.


두 엄마의 사랑과 집착, 희망과 광기가 맞붙다

이사벨의 진짜 엄마는 누구인가

오래전 잃었던 딸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여자 - 스텔라는 행복한 가정을 꾸린 성공한 심리치료사다. 이사벨이라는 젊은 여성을 처음 만났을 때, 스텔라는 그녀가 자신의 딸 알리스라고 확신한다. 20년 전 가족 휴가 때 비극적으로 익사했다는 아기. 그녀는 정말 그 알리스일까? 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어떠한 위험이든 감수할 각오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여자 - 세르스틴은 딸 이사벨을 사랑한다. 이사벨은 아버지가 죽은 뒤 행동이 이상해졌고 급기야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심리치료사가 이사벨의 인생에 끼어들어 위험한 생각을 주입하기 시작한다. 세르스틴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영원히 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싸우는 여자 - 이사벨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분노에 사로잡혔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 후 그것이 끔찍한 실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후로부터 그녀 자신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험에 빠뜨를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데...

저자는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작가로 이 작품이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첫 작품부터 대박이 난 것 같다.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스톡홀름에 살면서 출산 휴가 중 이 심리스릴러를 쓰기 시작해 소설가가 되었다고 한다. 스웨덴 감성이 우리정서와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프레드릭 베크만 의 오베라는 남자를 시작으로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 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우리사회 주변에 사는 이웃들 같아서 친숙했는데, 마더&마더 도 거부감 없이 너무 익숙한듯 읽혔다. 영미소설을 읽을때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이 없어서 신기했다. 저 멀고먼 북유럽반도와 우리의 정서가 이렇게 비슷하다니.


이사벨은 남다른 성장기를 보냈다. 집이외에 어느곳도 놀러가보지 못하고 친구도 사귈 수 없었고 정서적으로 늘 혼란스러웠다.

엄마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내 인생을 속속들이 다 알려고 하고, 나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싫어한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고 사람들은 위험해, 오래전부터 이렇게 믿어온 사람이다. 아무도 믿지마. 큰일나. 그리고 그건 내게 독이 됐다.

나는 또래 아이들과 아주 다른 인생을 살았다. 마치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나 혼자만의 외로운 별.

이사벨은 아빠의 응원으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드디어 독립을 한다. 처음 나와본 사회는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고 친구들은 활기에 넘쳤으며 자신이 괴물인것만 같았는데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사랑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독립후 얼마안되 아빠의 죽음으로 엄마와의 갈등이 시작되지만 엄마외에도 자신의 곁에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겨있었다.


스텔라는 어린 나이에 알리스를 낳았지만 엄마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아기를 너무 사랑했다. 그런데 아기가 유괴됐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다들 아기가 죽었다고만 한다. 그 상처를 공유해주는 남편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아들도 있지만 단 한번도 잃어버린 딸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다 갑자기 알리스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났다. 스텔라는 혼란스럽다.

자식을 애도하는 건 외로운 일이다. 그리움과 상실감은 다른 누구와도 나눌 수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알리스가 살아 있따는 걸 알게 된 지금 그 슬픔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가 돌아온 것이 왠지 슬프기도 하다. 행복에 겨워 기뻐 날뛰며 비명이라도 질러야 하는데. 하지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무게뿐이다. 그 오랜 세월 도둑맞은 시간.

세르스틴은 고독한 사람이다. 상처가 낫지 않게 점점 헤집으며 사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다.

결국엔 이 아이도 깨달을 것이다. 그저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 정신 차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오로지 내 딸이 잘되기만 바랄 뿐이다. 이사벨도 이해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인형같던 딸이 성인이 되었다. 세르스틴과 이사벨은 그 간극을 아빠이자 남편인 한스의 죽음으로 건널 수 없는 강 이편과 저편에 서게 된다. 이사벨은 세르스틴과 다른 삶을 선택했다. 함께하는 삶.

하지만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와야 한다. 엄마의 주장대로 나를 잘 키우고 인도해줬다면 엄마가 나를 걱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사벨의 독립은 세 여자의 독립이기도 하다. 아이가 자라서 당연하게 해야 할 한 인간으로서의 독립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엄마와 상처를 기억하느라 피폐해진 엄마의 독립을 부추긴다. 이 작품은 세 여자의 인생독립기 이기도 한 소설인 셈이다.

범인이 누구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소설도 재미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알겠는데 알면서도 몰입되는 스릴러의 재미는 남다르다. 이 책은 스릴러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면서 여성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었다. 인물심리에 빠져들어 읽다가 나도 미쳐가는 줄 ㅎㅎㅎ


미국여성작가중에 샬롯 퍼킨스 길먼 의 누런벽지 라는 단편이 생각난다. 심약한 여자의 정신이 피폐해져가는 묘사가 그 미쳐가는 과정이 묘하게 공감가는 단편이었는데, 마더&마더의 심리묘사도 그랬다. 고집스럽고 갈팡질팡하고 혼란스러운 세 여자의 심리에 집중하느라 마음이 지쳐갈때쯤 휘몰아치듯 순간에 끝나버린 결말은 조금은 급작스러워서 다 읽고 나서 멍 해지지만 곧 다시 찬찬이 생각하게 된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구조의 소설이라서 왠지 언젠가 극장에서 다시 보게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잡생각이 나지 않게 훅 읽히는 재밌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역시 재밌고 볼 일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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