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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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임성순 첫 소설집 이라는 홍보문구처럼 뭔가 상을 탔다는 책은 일단 호기심이 일긴 한다.

그리고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들은 경험상 맘에드는 작품들이 많았어서 호감이 가기도 했다.​

얇고 작은 하드커버책이라서 장편소설로도 짧은 분량인데 단편소설집이었다.

페이지수가 적으면서도 작품마다 분위기가 다 달라서 손에 잡은 뒤 한번에 죽 읽히는 책이었다.

간단한 감상평으로는 전체적으로 검은색 이라는것?!

몰mall 이라는 작품은 삼풍백화점사건 직후의 이야기이다. 철거촌에 사는 청년이 일일노동자로 파견되어 나간 난지도에서 삼풍백화점의 폐기물들 사이에서 발견해야 했던 것은... 청년이 흘린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이라는 작품은 소설집의 제목이자 작가에게 젊은작가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미술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주인공을 통해 재벌들이 미술작품들로 돈세탁을 하는 과정을 보며 미술작품 자체에 대한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몰락의 위기에서 미국에서 경험하게 되는 공포퍼포먼스를 통해 마무리되는 것이 새로운 시작인지 완전한 몰락인지 단편 특유의 애매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계절의 끝 이라는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단편이었다. 우주에서 다른 항성의 폭발로 인해 지구 오존층이 없어지고 인류멸망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 변해가는 계절과 기다림과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있을법한 현실이기에 여러가지 가상의 상황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사장님이 악마에요 라는 작품은 이 소설집에서 가장 가볍게 읽히지만 어쩌면 가장 무거운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복지사업을 하는 회사의 사장님이 실은 악마였다. 악마가 왜 인간세상에 올라와서 선행을 하는가? 키득 웃으며 읽다가도 선행과 악행에 대해 뒤바뀐 모든 가치들에 대해 실소가 나오는 그런 작품이랄까

불용 이라는 작품은 현실은 아니지만 판타지도 아닌 단편이었다. 열쇠공이 무엇에도 맞지 않는 열쇠를 만들어 뻥뚫린 가슴에 넣은 이유는... 그 쓸모 없는 열쇠의 의미를 생각하면 가장 현실적인 단편이었던것도 같다.

인류 낚시 통신 이라는 작품믄 은어낚시통신 이라는 작품의 패러디라서 원작을 읽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는데 원작을 읽진 않았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읽진 못했더라도 나대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인간이 너무 많아서다 라는 관점은 최근 유행하는 어벤저스시리즈의 누구를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 진정한 휴머니즘은 인간을 없애야 가능해진다는 아이러니

보통 단편집들은 뒤에 평론가의 작품해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소설집은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작품하나하나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어서 좋았다. 그 작가의 말이 작품을 해설한다기 보다는 작가자신은 이런 의도가 있었는데 독자는 그렇게 읽지않아도 된다는 식이라서 편했다. '아마 모르셨겠지만 이 소설집의 콘셉트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닥치는 대로 준비했어'입니다. 쓰는 사람은 재밌게 썼던 글이니 어쨌거나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작가의 말 부분에서 빵 터졌다. 솔직하기도 하셔라 ㅋ

검색을 좀 해보니 작가는 1976년생으로 스스로 B급감성의 비주류적 생각과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인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시니컬하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조리한 사회를 바라보되 혁명은 커녕 개선의 의지도 없고 날카롭고 서늘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랑에 가슴이 뻥 뚫리고 쇼를 지속시키기 위해 그 쇼에 직접 뛰어드는 인물들의 묘사는 신선하면서도 쓴웃음이 났다. 

독창적이고 다양한 작품들인데 본인은 쉽고 재밌게 쓴듯하여 작가적 역량도 뛰어난것 같다. 흥미로운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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