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돼지의 낙타
엄우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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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나 표지에

'감색 운동화 한켤레 , 푸른 광장에서 놀다 의 작가 엄우흠 신작 장편소설' 이라고 되있는데,

이중 '감색 운동화 한켤레' 의 작가 라는 점에서 끌렸다.

'감색 운동화 한켤레' 라는 작품은 내 기억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소설이었던지라 오랜만에 제목을 보니 반가웠다.

노동소설로 읽었던 작품이었는데 당시 난쏘공 그리고 공지영 소설과 함께 대표적으로 읽히던 노동문학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때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사람아 아 사람아' 라는 소설도 일반적 소설은 아니었는데 방송인 오상진씨가 아내와 자신을 연결해준 책이라고 해서 놀랐었다. 아직도 읽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신기했고, 요즘 세대가 읽으면 무엇을 느낄까 궁금하기도 했고.


1968년생 작가가 1991년 첫 작품 '감색 운동화 한켤레' 이후 1999년 출간한 '푸른 광장에서 놀다' 소설 이후 2011년에 1년간 계간지 문예중앙에 연재했던 작품이 이 책이라고 한다. 당시 제목은 '올드 타운' 이었다고. 참 드문드문 작품을 내는 작가인것 같다. 여하튼 반가웠다.


전반적인 느낌이 참 묘한 소설이었다.

처음엔 인물들의 사고방식이 좀 낯설고 이야기가 파편적이라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인물들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짜임새가 딱딱 들어맞는 이야기구조라서 신기했다. 경수네 가족을 중심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듯이)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등장하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건가 싶었는데 어느새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등장인물 한명한명 묘사하는 방식도 신선했다. 인물들마다 속생각이 표현될 때 순진하달까 순수하달까 솔직하달까... 웃긴건 아닌것 같은데 웃음이 터져나오는 장면이 곳곳에 있었다. 작가가 그사이 유머가 늘은것 같기도 하고 ㅎㅎ

하지만 배경이 더이상 갈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비닐하우스 빈민촌이고 각각의 인생들은 소위 밑바닥 인생이라 불려지는 삶인지라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쏟는 작가의 날카로움은 여전한 것 같기도 했다.


제목이 워낙 독특해서 책을 읽는 내내 제목을 생각하며 읽게 됐다. 마리의 돼지의 낙타 면 결국 낙타가 핵심인건가???

작가의 유머와 날카로움은 마리의 돼지의 낙타를 묘사하면서 환상의 영역을 넘나든다.

인물들 사건들 배경들 모두 다 현실적인데 소녀 마리와 마리의 돼지와 돼지의 낙타 는 비현실적 느낌을 준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면서 소설은 좀더 부드러워진다. 마치 현실같은 꿈 혹은 꿈같은 현실처럼...


연재할 당시의 제목이었던 '올드 타운' 에서 제목을 잘 바꾼것 같다. 올드 타운 이라는 제목은 소설에 대한 경계선이랄까 한계랄까 뭔가 울타리를 치면서 범위를 한정하는 듯한 예상이 가능할 것 같은 소설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비해 마리의 돼지의 낙타 라는 제목은 왜 이제목일까 생각하면서 소설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속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낙타라는 존재가 주는 이질감에 대해 그 이질감이 소설 전체에 주는 분위기에 대해... 그리고 개인적 의견으로 이 소설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존재가 마리의 돼지의 낙타라는 것에 동의한다.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존재들의 연결성은 믿으면 자연스러워지고 의심하면 부자연스러워졌다. 때로는 나비효과 였고 때로는 플라시보효과 였던 작은 사건들이 비현실에서 현실로 되는 계기들은 지극히 사소했다. 비현실적 존재가 현실에 존재함으로써 상징되는 것이 흔하디 흔한 희망이니 꿈이니 하는 단어들로 표현되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좋았다.


서민들의 이야기이고 이웃들의 이야기이면서, 낯설게 읽히고 감정의 파고를 겪지 않게 해주는 소설이 참 특별하고 매력적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읽은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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