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Off - 휴대폰을 내려놔.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될 거야!
스테판 가르니에 지음, 최진영 그림, 권지현 옮김 / 큰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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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차고 유쾌한 책이었다.

핸드폰 보다는 크지만 휴대용탭 보다는 작은 사이즈인 책으로 표지가 책을 굉장히 잘 드러내 주고 있다.

표지엔 실제 사이즈의 핸드폰이 떡 놓여져 있고, 한 개의 메세지가 떠 있다.

휴대폰을 내려놔.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될 거야!

이 메세지는 2018년에 출판된 프랑스 원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OFF! Ta vie va enfin pouvoir commencer


저자는 프랑스에 살면서 언론인이자 작가로 활동중인 사람이라고 한다. 짧지만 통통 튀는 글들이 술술 읽힌다.

차례를 보고 92개의 제목이 가득 차 있는 페이지를 보면 헉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거 없다. 모든 글들의 분량이 아주 짧다. 거의 시 의 길이에 가깝다고나 할까. 부담없이 때로는 큭큭 웃어가며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가볍게 읽히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내용들이 곳곳에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스마트폰의 무용성과 해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이야말로 스마트폰을 해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이다. 누구나 들어가 있는 새로운 가상의 현실 같은 존재가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어느새 목숨줄이라도 되는 양 24시간 가상의 세계에 연결되어 살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을 조금씩 바꾸었고, 그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서 우리의 생활 전체가 달라졌다. 하지만 이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저자가 깨달은 것은 결국 저자의 어리석음이 더 커졌다는 사실 뿐이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도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조금씩 중독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매일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기를 바라며. 서두부분부터 경고를 시작한다. '전화기를 내려놔.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될 거야!'


노래방기기가 나왔을 때 우리는 어느새 가사를 외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었다. 휴대전화기가 나왔을 때 우리는 어느새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었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우리가 외우지 못하는 것들은 셀수없을 정도다. 우리가 외우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스마트폰만 저장하고 기억하고 있는 것을 그게 무엇무엇들인지를 우리는 과연 알고 있는 걸까?


저자는 스마트폰을 OFF 하면 삶을 ON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스마트폰은 훌륭한 도구이지만 문제는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다. 그러나 유혹은 크고 공짜로 제공되는 느낌의 서비스와 앱들이 우리를 현혹한다. 전부 공짜라고? 저자는 '누가 공짜로 뭘 준다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얘기다' 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ON 에 두면 현재와 진짜 삶을 OFF 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삶의 질, 행복한 순간, 발견의 기회는 버튼 하나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ON 또는 OFF. 스마트폰을 ON 해놓고 우리도 모르게 호구의 삶을 살 것인가? OFF 해놓고 우리가 선택하며 살 것인가? 질문만 보면 너무 당연한 대답이 있을 것 같지만, 아마 OFF 하겠다고 쉽게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책 속의 내용들은 유쾌하게 빵빵 터지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다시 보면 그 문장들은 뒤통수를 치는 명문장, 명표현 이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싸우자는 거지? 다른 곳은 늘 지금, 여기보다 더 위급하다 누군가와 만나고 있으면서 쉴 새 없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신호이다. 내가 만약 [적을 만드는 법] 이라는 책을 쓴다면 한 꼭지 전체를 그런 식으로 무례하게 구는 법에 할애할 것이다. 휴대전화 저 편에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당신보다 더 중요하다.

휴가기간에만 네트워크의 '비건' 이 되는 것과 휴대전화 사용을 매일 절제하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 중 무엇이 더 합리적일까?

대기업들은 기적과 같은 신기술을 내놓는다고 하더니 우리에게 신기루만 팔았다

누구나 운전을 할 때 속도계를 주시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자는 운전을 하면서도 남아 있는 휴대전화 배터리 막대기를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 보듯 살펴본다.

디지털 붕대를 풀어라. 새해 복은 휴대전화를 타고. 어른들의 곰 인형. 타임아웃의 아웃. 제발 나를 퍼가요. 멜라토닌 킬러.

휴대전화가 우리에게 아직 제공하지 못하는 유일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할 시간, 삶을 살아갈 시간을 찾아주는 것이다.

영어로 smart 가 똑똑하다 라는 뜻인 것 틀림없는데 스마트폰을 쓰는 우리는 모두 바보가 되었다.


가장 현실적인 역효과 는 부메랑 부분에서 많이 느껴졌다. 수시로 자신의 사생활을 올리고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은 성장과정이 온 세계에 공개되는 판이다. 나중에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갈때 면접관들이 SNS 를 찾아 보는 것이 관행처럼 될 것이고, 무심코 올렸던 개념없는 사진들이 부메랑이 되어 수험자의 인성평가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때 과연 완전히 과거를 삭제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요즘 범죄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압수하는 게 범죄자의 스마트폰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까지 스마트폰은 기억하고 있으며, 우리가 지운 것까지 인터넷은 기억하고 있다. 과시와 허영에 들뜬 시기를 현명하게 관리하며 지나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누구나 우리도 모르게 실수를 할 수 있고 책임을 망각할 수 있으며 우리 삶의 리모컨을 애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쥐어주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제일 뒤편에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가 나오는데, 어렵거나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태확인 차원에서 해보았다. 너무 양호하게 나와서 문항을 좀더 빡빡하게 했어야 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 해보고 나는 괜찮네 하면서 더 스마트폰을 하면 역효과일 테니. 하지만 뭐 이런 테스트라는게 재미삼아 보는 심리테스트 같은 거니까 믿거나 말거나 이긴 하지만....


프랑스인이 쓴 책인데 우리 현실과 너무나 흡사해서 놀랐다. 스마트폰 중독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인가 보다. 44살에 꼰대 소리 들을 만큼 스마트폰 사용의 중독성을 경고하는 저자의 입지는 매우 좁아 보인다. 우리도 주변에 스마트폰 중독 이라고 조언하면 비슷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기준은 법적 으로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식 수준에서 지금보다는 좀더 인간적인 삶을 지향하는 쪽으로 세워지면 좋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지 말아야 할텐데, 우리는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어떻게 고치지 하며 스마트폰 검색만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팍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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