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선언 - 더 나은 인간 더 좋은 사회를 위한
피터 바잘게트 지음, 박여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2017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의 원제목은 The Empathy Instinct 공감 본능 이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감능력에 대한 다각도의 설명을 하면서 마지막 장에서 구체적 실행방법들을 담은 공감 헌장 들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판 책의 제목이 마지막 챕터의 제목인 공감 선언이 된 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감 능력을 이해하고 향상시키는 즉, 구체적인 공감 선언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AI 나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공통적으로 정리되는 내용이 인공지능 시대가 될수록 인간은 더 인간다워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계가 처음 나왔을땐 인간이 점점 기계화 되어 가는 것이 부각되었다면, 이제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기계 수준이 높아졌을때 인간은 기계가 할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이 부각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계산하는 기계가 할 수 없는 것,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 다운 것, 그것이 바로 공감능력 다시말해 인간만의 본능적 공감능력 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뇌의 물리적인 발달이 어린 시절에 끝난다고 믿어졌지만, 현대 들어와서 밝혀진 바로는, 성인이 돼서도 뇌가 지속적으로 발달한다고 한다. 우리 뇌는 성인이 돼도 이전에 작동하지 않았던 회로를 치유하며 성장한다. 집에 있을 때나 직장에 있을 때, 또는 놀 때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넓힐 수 있다. 이것을 '공감본능' 이라고 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고 감정 이입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저자는 과학자도 심리학자도 아니지만, 우리가 학습한 공감능력을 가정에 더 넓게는 유용한 공공정책에 더 나아가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고 그 영향력과 구체적 적용사례들을 살펴보며 앞으로 해야할 지침들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책의 각 장별로 인상깊었던 내용들에 대해 조금씩 정리해 보았다.



1장 공감 없는 사회 - 공감은 가족, 친구, 단체 그리고 종교나 인종 등 비슷한 점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가장 강력하게 발휘된다. 하지만 종족 내에 강한 유대감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종족  외 사람에게는 적대감이 존재하며, 이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때 사회 전체가 공감 없는 사회가 된다. 저자는 홀로코스트, 아르메니아 대학살, 르완다 대학살 을 구체적 사례로 살펴보며 학살자들이 어떻게 적을 만들고 불공정하다는 인식과 소외감, 철저한 혐오를 부추기며 대학살의 조건을 만들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20세기에 벌어진 대학살에 '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무력할 뿐 아니라 체념적인 변명의 행위일 뿐이라고 말한다. 악 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악은, 악행은 설명될 수 있다.

2장 공감의 과학 - empatheia 라는 그리스어는 강한 감정이나 열정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 단어가 영어권에고 공감=empathy 이 됐다. 타인의 행동에 자신을 대입해서 생각하는 능력은 본능 이다. 다수의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많이 알려진 거울신경은 다른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는 수단이며 단순히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거울신경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공감하는 능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공감하려면 먼저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이 "공감은 스위치처럼 끄고 켤 수 있다" 였다. 우리는 언제 그 스위치를 끄게 될까? 인간의 두려움 역시 공감 능력의 지표라고 한다. "한 사람이 죽으면 비극이지만 백만 명이 죽으면 통계다" 라는 문장에서 스위치가 꺼지는 상태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몇년전 4월 그 바다에서의 뉴스들에 우리도 어느 순간 공감 스위치를 껏던 것은 아닐까...

3장 타고난 공감 능력과 양육된 공감 능력 - 인간은 본성과 양육의 산물이며, 이 둘의 상호작용은 대단히 중요하다. 유전 과 양육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늘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팽행하게 서로의 연구 결과들을 맞받아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우선적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공감 능력은 길러진다는 것이다. 공감 능력은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는 공감능력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4장 디지털 디스토피아 - 디지털 시대가 유토피아 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현실을 보면 오히려 디스토피아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웹서비스 들은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문자를 기반으로 하는 소통 방식에는 중요한 정보가 누락돼 있으며, 이모지를 선택하는 것은 말과 표정에 담긴 다양하고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의 말이 미치는 실제 효과를 눈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공감이 상실된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 처음 한국 이 언급되고 있는 부분이 4장인데, 한국의 십대 청소년 64퍼센트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5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하루에 7시간 이상 사용하여 불길한 조짐이 생기고 있는 듯 하다는 구절이다. 인정하면서도 씁쓸했다. 디지털 소통의 비인격화로 인해 공감 능력의 결여, 즉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고방식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공감되었다. 기계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이 공감 능력과 인간적인 교감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개끄덕여졌다.

5장 죄와 벌 - 죄수들과 감옥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 들이 나온다. 19세기식 인과응보 모델로 지어진 감옥이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됐다. 단순한 직업교육 같은 갱생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서도 그렇고 재범율에 대해서도 그렇고 '회복적 사법' 이 범죄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도 적용해 보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범죄자들에게 예술문화 를 접하게 함으로써 공감능력을 향상시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의미있었다.

6장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 사람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고 요즘 같은 장수시대에 병원과 의료진은 점점 더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환자와 의사와 간호사, 요양사 등의 공감능력에 대한 현실을 살펴보니 조금은 암울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공감능력 증대가 환자 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사례들에서 희망을 보기도 했다.

7장 인종, 종교, 갈등해소 - 공감은 같은 종족에게는 충성심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종족엥게는 적대심이 될 수 있다. 종족을 나누는 가장 큰? 흔한? 기준이 인종 그리고 종교 일 것이다. 현재진형형인 인종 갈등 종교 분쟁 등을 봤을 때 저자가 제시하는 갈등해소의 방법들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8장 공감의 기술 - 간단히 정리하면 예술과 문화가 공감의 가장 강력한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인것 같다. 공감은 내면의 자아가 성장해야 생기고, 공감능력을 가지고 싶은 사람은 동료의식 또는 우정을 일깨우는 경험을 추구해야 하는데, 예술가와 철학자들은 예술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술과 문화의 범주에는 책도 큰 몫을 차지한다. 저자도 구준히 독서를 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말한다. 나는 책을 읽으며 공감능력을 키운 것으로 ㅎㅎ

9장 공감 선언 - 앞서 언금 했듯이 마지막 장은 구체적 헌장들을 담은 장이다. 지속적인 탐구와 연구, 아이들의 양육, 감성지능 교육, 공감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도움, 온라인 지침, 의료 서비스, 사법 체계, 편견들에 대해, 예술과 대중문화,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꼼꼼히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한 필요성과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이러한 공감 헌장이 실현된다 해도,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무효로 만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우려한다. 최근 읽은 인공지능의 윤리에 관한 책이 생각나면서 인공지능 관련 규칙들이 시급히 정리되어야 할 필요성을 또한번 느낄 수 있었다.


쉽게 집어든 책이었는데, 예상보다 시작부터 어렵게 느껴져서 읽는 속도를 내기 어려운 책이긴 했지만, 알아야 할 내용이 너무 많은 책이었다.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고, 개인주의가 일반화되었으며, 개인대 개인으로도 대면하는 것보다 비대면 관계가 늘고 있는 시대에 가장 인간다운 공감능력이 더욱더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은 아이러니 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늘 변함없이 인간다움, 인간답게 공감하는 본능 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그것을 잊었다가 다시 떠올려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닐까? 우리에겐 누구나 공감의 스위치가 있다. 이제 다시 그 스위치를 켜야할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