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 -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열세 가지 지적 탐험
손승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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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은 독특한 편이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 KBS에서 라디오 PD를 10년간 하다가 법학을 새롭게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어 활동중이다.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전문 변호사로 일하게 되어 자의반 타의반 으로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담은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일단 예쁘다 ㅎㅎ 표지도 예쁘고 글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도 예쁘다. 문체도 예쁘다. 구어체로 서술되고 있어서  읽다보면 바로 옆에서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 표현도 예쁘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때도 최대한 배려하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정보를 알려는 주되 저자 본인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겉핡기 식으로 취합 정리만 한 정도의 책과 저자 스스로가 제대로 이해한 후 본인이 소화시킨 내용을 풀어주는 책. 이 책은 후자다. 설명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제대로 알고 설명해줄 때와 대충 알고 설명해줄 때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기 마련인데, 저자는 본인이 공부한 것을 잘 소화해서 읽는 이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격변의 시대를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운 '개인'으로 살아내야 할 우리를 위한 고맙고 유용한 지침서다' 라는 추천사에 완전 동의한다. 참 고마운 책이다.


저자는 새로운 세상 속 연결의 의미를 상상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하지 않더라도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최소한의 개념은 머릿속에 기억될 수 있도록 썼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잘 쓴 책이라도 결국 읽는 이의 몫이 더 큰 법, 새로운 세상을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할 때 비로소 이 책의 가치가 더욱 확연히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열세 가지 지적 탐험' 이라고 되어 있다. 하나하나 챕터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정리해봤다.

아날로그x디지털 - 태어날 때부터 일상에서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 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를 자연스럽게 사용해온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와 아날로그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이후 학습을 통해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배우고 익힌 디지털 이민자 세대 는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는 패러다임을 전환 시킬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직면하게 될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은 간단히 말하면 '초연결' 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하는 곳에 있고,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의 다른 이름은 '융합혁명'이다.

까다로운x복잡한 - 현재 우리의 사고는 '일단 쪼갠 후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굳어져 있다고 한다. 일명 환원주의. 지금까지는 이 방식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잘 통했다. 조각을 끼워 맞추는 과정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취하는 방법도 나누고 쪼개서 그 구성요소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공학 등으로 각각 분석하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이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하나하나 쪼개놓고 보면 복잡하지 않더라도, 그 구성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면 전체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해지는 이유는 전 지구가 놀라운 속도로 서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예전처럼 사고하는 습관을 '멈추는' 것이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입체적인 구조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노드x링크 -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심리적 거리' 와 '물리적 거리' 의 상관관계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어떤 사람이 바로 옆집에 사는 내 이웃보다 가까울 수 있다는 말이다. 네트워크 사회는 현재 안정적인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 권력이 재집중되려는 순간마다 저항하는 개인들이 분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심리스 서비스x커스터마이징 - 새로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새롭고 훌륭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보다 사람들이 얼마나 편안하고 재미있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상을 넘나들도록 해주느냐의 문제다. 새로운 기술을 알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떠오를 거라는 믿음은 함정이다. 우리가 진짜 보아야 할 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 어딘가에서 새로운 연결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유경제x실패유전자 - 다가올 세상에서 우리는 시행착오나 실패 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비록 실패했지만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것보다는 실패 자체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아니었더라도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고, 큰 실수만 안 해도 칭찬받는 개인, 조직, 사회에겐 미래가 없다. 실패로부터 안전한 것보다 실패를 통해 끊임없이 배워야 할 때이다.

빅데이터x직관 - 중요한 것은 누가 기술을 더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세상에 널린 빅데이터 중 어떤 데이터를 골라 어떻게 활용하느냐 이다. 그렇다고 앞으로는 데이터가 직관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양자택일에 익숙한 사고 습관부터 경계할 필요가 있다.

사고의 범주화x패턴인식 사고 - 앞으로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분야가 두 가지 있는데, 패턴인식 과 복잡한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유추능력

창의성 패턴x확장 가능한 협력 - 저자는 창의성의 패턴을 더 많이, 더 자주 만난 곳은 책이라고 한다. 수업, 멘토링 등의 형식적인 프로그램은 거의 효과가 없다. 뛰어나 성과를 내는 인재는 경험, 관찰, 성찰, 독서, 토론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다. 그들이 뛰어난 사람들과 큰 도전에 둘러 싸여 있는 한 말이다. 직관은 우리 뇌의 무의식 레벨의 수많은 단계를 동시에 관통하면서 의식 레벨로 순식간에 튀어 오른다. 미래의 선물 같은 우연한 연결을 기대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무언가에 완전히 사로잡혀 빠져드는 것, 이 두가지가 힌트다.

스스로 학습x입체적 구조화 - 인류 역사의 궤도는 점진적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겨우 200년 전에 있었던 '어떤 갑작스러운 엄청난 일'에 의해 거의 수직적으로 뒤바뀌었다. 슈밥이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한 것은 꽤 느닷없는 일이었다. 왜냐면 아직 3차 산업혁명이 진짜 3차 산업혁명이었는지에 관한 논의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논의는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이 진짜 4차 산업혁명일까 라는 질문이 가능하려면 먼저 3차 산업혁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네트워크 효과x플랫폼 비즈니스 -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파레토 법칙x롱테일 법칙 - 정답도 없이 연결된 새로운 세상에서는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사실도 서로 다른 층위에서 함께 얽혀 공존할 수 있다.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들은 점차 줄어들고 관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들이 늘어날 것이다.

낯선 사람과의 공유x동료생산 - 지난 시대 경제의 중심이 희소성 이었다면 적어도 당분간 경제의 중심은 공유와 신뢰일 것이다. 만일 소중한 데이터를 발견했다면 누구보다 먼저 내어주기를. 다른 사람이 내어주기 전에, 이왕이면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 부터

지능 폭발x인간과 기계의 공생 - 하필 인공지능이 못 하는 일들은 대부분 우리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일들이다. 패턴인식이나 복잡한 의사소통 같은 분야는 인공지능이 잘 못하면서 인간도 누구나 잘하는 일은 아니다. 지금 눈앞의 작은 성공만을 보고 나아가다 보면 작은 봉우리에 발이 묶은 등반가의 처지가 되기 십상이다. 용기를 내어 때로는 돌아가는 길도 선택하면서 시행착오를 무릅쓰고 산을 올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느 길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는 유연함과 길이 아니더라도 돌아 나올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지금 미래를 위해 언급되어 지고 있는 어려운?! 용어들을 거의 다 다루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실에서의 적용 사례로 이해를 돕고 외국과 한국을 비교해 주기도 한다. 다양한 학자들의 의견도 꼼꼼이 보충해 주고, 이론과 실험도 적절이 섞였다. 두루두루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데 정말 유용한 책인것 같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 여전히 낯선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단지 지식을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기를, 실제로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책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저자의 의도와 바램이 충분히 전달되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연결과 공유의 시대에 저자가 먼저 자신이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며 독자와 새로운 세상을 연결시켜 주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나도 한동안 잊고 있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가 내가 읽은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였는데, 좀더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하고 있는 것이 갑자기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좀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 겠다는 고민이 생겼지만 설레는 고민이다. 정보를 주는 책을 읽으며 이렇게 마음이 따듯해질 수 있다니 ㅎㅎ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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