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
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1977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구리로 만든 LP판 모양의 ‘골든 레코드‘를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어서 우주로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구인입니다˝

이 골든 레코드는 서로 다른 쉰다섯 개의 언어로 녹음한 인사말과 인류가 사랑한 음악과 사진을 품은 채로, 지금 이 시간에도 우주를 유영하고 있을 터인데, 칼 세이건의 그 소망처럼 우리는 언젠가 새로운 우주를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은 분명히 알 것이다. 우리가 희망과 인내를… 그리고 우주와 접촉하고자 하는 뚜렷한 열의를 지닌 종이었다는 사실을˝
- 칼 세이건 [지구의 속삭임]

과학을 전공한 SF작가 김초엽은 작품을 통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로 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말조차 귀 기울이지 않는 반면에, 또다시 새로운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 수많은 비용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하는 것이죠.
작가는 어느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 이라고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어로도 녹음이 되어 있는 보이저호의 실린 지구인의 인사말. 그러나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그 메시지가 실제로 외계생명체에 닿을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이 메시지는 지구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 연구원)

그것은 오히려, 오늘을 사는 우리, 지구인 스스로를 향해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꿈꾸고 소망하지만, 우리가 우주를 향하여 어차피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는 것‘ 이라면 먼저 나의 옆 사람에게 당도하라는... 그것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피폐한 것인가


2019.12.26 JTBC 앵커브리핑


어차피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는 것‘ 이라면 먼저 나의 옆 사람에게 당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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