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닥칠 불행을 미리 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래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큰일을 겪게 되면 우리의 정신은 그 상황에 압도당해 마비되고 만다. 단 한 번도 이별을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느닷없이 이별을 맞이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사실 아무런 작별 인사도 없이 헤어지는 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별 인사를 한다는 것은 헤어짐을 구체화함으로써, 상대가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헤어진 사람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에 대한 기억을 두고두고 회상한다. 이 아쉬어하던 그의 눈빛이나 힘없이 돌아서는 쓸쓸한 뒷모습 등.... 그러한 장면을 반복해서 회상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헤어짐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은 서로 헤어져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받아들이는 작업이며, 서로가 이별을 애달파하고 슬퍼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또 내가 상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과거를 소중히 간직하고 각자의 길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작별 인사는 떠나가는 사람과 남아 있는 사람 사이에만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어제의 나에게도 안녕 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과거를 소중히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은 흥미롭기도 고통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어린 나를 계속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