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계가 무너지면 그 옆의 수많은 세계가 잇달아 무너진다. 추모는 늘 그러한 상실 이후 일어난다. 떠난 이를 간절히 그리며 생각하는 일. 다시 말해 떠난 이와 연결을 유지하려는 힘이다. 그러므로 추모는 고요한 순간에조차 뜨겁다. 애통히 떠난 이를 그리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룰 때, 그 행렬은 새로운 길이 되었다.˝
어떤 일을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누군가의 하늘이 무너질 때 나의 세상도 잇달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믿게 하려면, 그 공통 감각을 사이에 피어나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러나 법과 제도를 바꿀 수도, 책임 있는 모든 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말하는 것.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고 세상에 전하는 것. 이 책에 담긴 것은 매일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게 누군가는 망각의 역사를 기억의 역사로 바꿔 쓰며 10년을 버텨 왔다
-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