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9일 밤, 김초롱씨(33)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골목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김씨는 당사자로서 사회적 참사가 개인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지켜봤고, 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목격했다. ‘생존자’라는 무게감에 짓눌릴 때마다 김씨는 고통 속에서 경험한 삶의 변화를 기록했다.
책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는 참사 이후 319일간 남겨온 기록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참사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보통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김초롱씨는 기록을 통해 알리고 싶은 바를 이같이 설명했다

참사 현장을 목격한 그날부터, 김씨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집에 돌아왔는데도 온몸이 떨렸다. 이틀 내내 잠을 미루며 그는 미친 듯이 뉴스 화면만 쳐다봤다.

그러면서 여러 감정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귀여운 텔레토비 친구들에게 꽂혀서 바로 뒤로 사람이 실려 가고 있었음을 몰랐다는 ˝무지함˝, CPR을 해달라는 요청을 듣고도 모른 척한 ˝비열함˝, 놀았던 흔적을 인스타에 올렸다가 삭제한 후에 밀려든 ˝창피함˝이 스쳐 지나갔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분노가 치밀었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떠들고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우울증에 빠졌다

책은 김씨의 일상이 무너진 과정을 담고 있다. 김씨는 “어디까지 솔직하게 써야 하는지가 가장 큰 집필 기준이었다”며 “‘일상이 무너졌다’는 간단한 표현에 다 담기지 않는 실제 모습도 적나라하게 썼다”고 했다.

참사 당일 인파에 휩쓸려 숨이 막히고 발이 동동 뜨는 경험을 한 김씨는 그 자신도 트라우마의 피해자였다. 간신히 골목을 벗어난 그는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찾아왔다고 했다. 김씨는 “내가 대신 죽을 수도 있었는데 ‘내가 저 사람 삶의 일부를 가져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사과를 하고 싶었다”며 “동시에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대다수가 이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사과를 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핼러윈은 참사의 원인도, 본질도 아니다. 축제에 나선 사람들은 죄가 없다˝며 ˝축제는 삶의 한 부분이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삶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안전을 도외시하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고,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지금껏 유족과 생존자들이 참사 폄훼와 냉대 속에서도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겠다‘고 손 내밀어 준 시민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 ˝돌이켜보면 나를 살린 것은 ‘연결감‘이었다˝ 이 세 글자는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서 사람의 위안과 회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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