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자신을 무한정 믿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드는 때가 올 것이다. 이미 그런 상황인데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 갑자기 어떤 신경전달 물질이 과도하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내 뇌가 자신을 이해하는 일에 관심을 접고 오로지 생존에만 집착하는 날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전에 세상을 떠나면 좋겠지만 그것도 원하는 대로 되진 않는다. 나는 욕심 많고 인색하고 어리석고 보수적인 노인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내가 하는, 더 젊은 내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부정하는 언행을 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뇌의 하드웨어 퇴화로 인해 벌어진 신경생리학적 사건으로 여겨 주기를, 나쁜 놈이라고 욕하지 말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동정해 주기를 바란다. 내 자아가 오늘의 상태를 유지하는 한, 어떤 경우에도 자유의지로 그런 변화를 선택하지는 않을 테니까˝
지문처럼 묻어나는
유시민님의 자기고백의 문단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