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자신을 무한정 믿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드는 때가 올 것이다. 이미 그런 상황인데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 갑자기 어떤 신경전달 물질이 과도하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내 뇌가 자신을 이해하는 일에 관심을 접고 오로지 생존에만 집착하는 날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전에 세상을 떠나면 좋겠지만 그것도 원하는 대로 되진 않는다. 나는 욕심 많고 인색하고 어리석고 보수적인 노인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내가 하는, 더 젊은 내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부정하는 언행을 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뇌의 하드웨어 퇴화로 인해 벌어진 신경생리학적 사건으로 여겨 주기를, 나쁜 놈이라고 욕하지 말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동정해 주기를 바란다. 내 자아가 오늘의 상태를 유지하는 한, 어떤 경우에도 자유의지로 그런 변화를 선택하지는 않을 테니까˝


지문처럼 묻어나는
유시민님의 자기고백의 문단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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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02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선생의 바램이 저의 바램같기도 합니다. 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어리숙한 행동들!
예전엔 안그랬거든요 ㅎㅎ ㅠㅠ

나와같다면 2023-07-02 15:51   좋아요 2 | URL
또한 저의 바램이기도 합니다
유시민님의 솔직하고 처연한 자기고백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기억의집 2023-07-03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부터 읽고 있어요~!

나와같다면 2023-07-03 18:12   좋아요 0 | URL
과학공부라고 하지만, 너무나 유시민님이 묻어나오는 필체에 행복해하고 있어요

기억의집님 좋은 독서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