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인 에바에게 사랑받지 못합니다. 케빈의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고 보니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의해 길러지고 있군요. 이것은 엄청난 불행입니다.
그래서 자신도 엄마를 사랑하지 않기로 합니다. 엄마가 애초부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듯이, 엄마에 대한 사랑이 애초부터 없었던 아들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죠. 케빈은 도대체 왜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린 케빈으로서 그것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해 불능이기 때문에 자신도 이해 못 할 행동을 하는 것이죠.
자신이 자발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아들이 되는 것이, 자신의 이해 불능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에바가 애초에 케빈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케빈은 에바에게 위악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케빈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은 이미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쓴 바 있습니다. 저는 신형철이 쓴 문장보다 케빈의 마음을 더 정확하게 표현할 재주가 없습니다
에바는 케빈을 찾아가 물어봅니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 케빈은 답합니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르겠어
(used to think I knew, now I’m not so sure)
그리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지만, 교도관이 말합니다.
시간 다 됐습니다(Time’s up).
영화 <케빈에 대하여>가 가장 탁월한 지점은 바로 이 마지막 순간입니다.
이 마지막 대사를 위해 린 램지 감독은
케빈과 에바의 비극적인 운명의 이야기를 연출해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