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인생은 슬퍼라. 최고의 대목이 제일 처음에 오고 최악의 대목이 맨 끝에 오는구나. 작가 마크 트웨인의 탄식입니다.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들 하는 유년기에는 너무 어려서 그 행복을 모르고, 이제 인생을 알 만하다 싶은 나이가 되면 우리는 이미 늙고 병든 노인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피츠제럴드가 이런 생각을 했나봅니다. ‘그러가? 그 순서를 뒤집어보면 어떨까. 거꾸로 살면 인생은 행복해지는가?‘ 과연 소설가다운 반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소설을 통혀 모의실험을 해보기로 작정하고, 시간을 거꾸로 사는 한 사내의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를 썼습니다.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져서 마침내 갓난아이가 되어 죽습니다.
과연 거꾸로 사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에 비해 행복한가 불행한가? 확실한 것은 거꾸로 사는 삶도 특별히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건, 그건이 한 생이 함유하고 있는 기쁨과 슬픔의 배합 비율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중요한건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방식이겠지요.
시간이 어떻게 흐르건, 우리 모두 벤자민이고 우리는 모두 벤자민이 아닙니다. 그러니 무슨 상관이람. 그저 열심히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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