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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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긴장감이 정말 못 견디게 궁금하여 끌려가듯 읽게 된다. 에드거상 최우수 신인상 수상작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는 뛰어난 문학성을 지닌 심리 스릴러이다.

 

보조 조경사로 일하는 주인공 노라는 런던을 벗어난 마을 말로에 있는 언니 레이첼의 집에 가기 위해 기차에 오르며 언니와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한다. 지난 여름 언니와 함께 지내려 콘월에 집을 하나 빌렸었다. 크리스마스에 휴가를 낼 수 있어 집을 예약할 계획이다. 언니가 역에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언니는 교대가 늦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에 이상할 것 없다.

 

언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끔찍하기 짝이 없다. 언니가 기르던 저먼셰퍼드 페노가 계단 꼭대기에 자기 목줄로 매달려 있다. 층계참까지 새빨간 손자국이 나 있다. 언니는 이미 숨이 멎은 상태이다. 언니를 향해 기어가며 울부짖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린다. 맞은편 차를 세워두는 문 없는 헛간은 지금 비어 있다. 옥스퍼드대 교수가 사는 곳으로, 언니는 고상한 농부라고 부른다. 경찰차와 구급대가 오고 애빙던 서 모레티 경위에게 누구 짓이죠? 묻는다.

 

15년 전 열일곱 살 언니가 인적이 드문 길을 걷다가 모르는 남자에게 당했던 무차별 폭행을 떠올린다. 혹시 그 남자가 다시 언니를 찾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경찰은 언니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언니가 마신 술의 양과 언니가 울지 않았다는 사실에만 집착했고, 사기를 치거나, 몸을 팔려다가 과격하게 거절당했을 거라고 의심했었다. 경찰은 노라를 말로에 있는 여관에서 쉬게 한다.

 

누군가 테넌츠라이트에일을 마시고 던힐을 피우면서 언니를 지켜보았다. 내 뒤의 능선을 유심히 살펴본다. 뾰족한 바위를 하나 찾아 한 바퀴 빙 돌자, 발밑에서 쓰레기와 낙엽이 탁탁 소리를 낸다. 남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본다. 난 무섭지 않다. 언니한테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보고 싶을 뿐이다.p61

 

엄마는 어릴 때 돌아가시고 가끔 연락만 하는 아버지는 3년 전 마지막 대화를 했다. 경찰은 언니가 1년 동안 사귄 남자가 있는지 묻는다. 2년 전 결혼할 뻔했던 스티븐은 그날 하루 종일 자기 식당에서 일을 했다. 노라는 진술을 하다가 일요일에 언니가 마틴이란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했었다. 마틴이라는 이름은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환자 중에는 없었다.

 

노라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 범인을 찾는 데 자신이 몰랐던 언니의 비밀들을 알게 된다. 언니가 남모르게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입양했다는 페노는 방범용으로 훈련된 개였던 것이다. 언니 차 트렁크에 짐이 가득 든 여행 가방이 두 개 있었다. 콘월로 이사하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했던 것이다. 노라는 남자친구 가방에서 검정색 레이스 팬티를 발견하고 연애를 끝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남자친구가 한눈을 판 여자가 언니였다는 것에 놀란다.

 

경찰은 언니가 자신을 폭행한 남자를 찾으러 다니다 5년 전에 그만 찾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준다. 15년 전 언니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남자, 언니의 집 주변을 배회하며 언니를 지켜본 남자, 언니와 언니의 저먼셰퍼드를 잔혹하게 죽인 남자, 노라가 지금 찾는 것은 세 사람인가, 한 사람인가?

 

사람들은 레이첼이 노라와 닮았지만 더 아름다운 여자라 기억한다. 키스 덴턴의 집 욕실 바닥에서 레이첼 사진이 발견되고, 경찰은 그를 심문했다. 노라는 키스의 중간 이름이 마틴은 아니지만 마틴이 키스를 지칭하는 이름일 가능성은 존재한다 생각한다. 언니의 스토킹으로 추정되는 키스가 구속중일 때 노라는 언니 유해를 가지고 자매의 추억이 서린 폴페로로 향한다. 키스가 무혐의로 풀려나고 오히려 노라를 의심한다. 소방관이 보니 언니가 죽었는데 노라가 울지 않았다는 이유다. 끝까지 범인을 추적해 가는 노라는 과연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콘월의 제일 좋은 점이 뭐야?” 언니한테 물었었다. 하지만 속 뜻은 따로 있었다. 사실 이런 뜻이었다. “살아 있어서 제일 좋은 점이 뭐야?”

언니가 대답했다. “글쎄.”

우선은 --” p374

 

언니가 나에게 하려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언니는 누구였을까. 너무나 많은 연루자들과, 생각과는 달랐던 언니의 삶. 과거의 그 사건에서 자매가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 경찰도, 자신의 기억도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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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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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서울대 학생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할 때 김헌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다. 기회가 생기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그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학생이나 일반이나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이미 해봤고, 가봤고, 먹어봤어 새로울 게 없어, 질문한다는 건 내가 모른다는 것인데 나의 무지를 들키고 싶지 않아이런 이유로 묻고 따져보는 일을 이토록 어색하고 불편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이 책은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시작으로 나는 누구인가,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의 한 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등 9가지 거대한 문을 통과하여 일상의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델피를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 지점에는 옴파로스라는 이름의 돌이 놓이게 되었다. 옴파로스는 그리스 말로 배꼽이라는 뜻이다. 아폴로 신전은 신전 자체보다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구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보다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가며 상대가 스스로 깨우치도록 이끄는 사람이었다. 상당히 겸손한 태도로 보이는 이 말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고, 오래 깊이 숙고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로마 신화가 아니라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묶어서 이야기하는가? 기원전 4세기 그리스에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은 영토를 확장해서 그리스 제국이라 할 만한 나라를 건설했다. 대왕이 죽은 뒤 거대한 제국은 크게 네 개의 나라로 나뉘고, 모두 쇠퇴했다. 이탈리아 중부의 조그만 도시에서 시작된 로마는 팽창하고 로마는 그리스 본토를 침략한다.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인들은 굉장히 놀랐다. 그리스의 문화가 너무 멋졌던 것, 로마도 발달하였지만 군사력이 강했다. 그리스에는 로마가 갖추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정신적인 면에서 앞서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스인들은 예술과 철학을 즐기고 문학과 연극의 형식 속에서 신화를 이야기했다. 로마 고유의 신화도 지워지면서 상당 부분이 그리스 신화와 유사하게 변하게 된 까닭에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붙여서 말한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일단 재미있다. 기발하고 황당하고 신기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걸 읽고 있으면 삶의 시름 같은 걸 잠시 잊게 된다고? 나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어렵다기 보다 신들이 많이 나와서 못 외우는 문제도 있었는데 이 책으로 신화가 재미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자아에 관한 오이디푸스 이야기와 커피 농장의 노동 문제, 저자가 학창 시절 겪었던 방황, 청소년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꿈을 가지라는 말 등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에까지 생각이 미칠수도 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가는 평소에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는다. 가까운 지인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 죽음이 피부 가까이 느껴지는 듯하고 그동안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외면해왔던 죽음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불멸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의 삶을 선택한 오디세우스의 선택, 짧고 굵은 영웅의 삶을 선택한 [일리아스] 속 아킬레우스의 선택 등 죽음을 주제로 수천 년의 세계를 넘나드는 지식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답을 고민하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비록 답이 틀려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해도 그 경험은 인생을 항해하는 힘이 될 것이다. [천년의 수업]은 자신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묻는 사람의 눈에는 또 다른 길이 보이며,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는 점점 더 넓은 세상이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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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주. 생각. -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오지윤.권혜상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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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이 40주년이 되었다. 광주는 요즘 사람들에게 어떤 도시일까? 시작한 이 책은 12명의 밀레니얼이 바라본 사건과 역사를 넘어 새롭게 광주를 이야기한다. 광고회사 근무하던 카피 오지윤과 아트 권혜상은 한달 넘게 계속되는 새벽 근무와 주말 출근으로 인해 지쳐있었다. 어느 날 칼퇴의 기회가 찾아오고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영감을 얻어 각자의 직업적 능력을 살려 광고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가 브랜딩의 관점에서 본 광주 인터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두 저자는 광주에 연고도 없을뿐더러 광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광주에 대해 잘아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이미 세상에 많았으니까. 오직 2030세대의 목소리를 담기로 했다. ‘광주리라는 프로젝트 이름을 짓고, 프로젝트의 로고를 디자인했다.

 

광주의 초등학교 교사인 서희, 민지는 학교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자세히 배웠다. 교사로서 518민주화운동을 사건위주로 가르치기보다는 가치위주로 가르치려고 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5년 차 베를리너. 지나는 한국 사회에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유학하며 느낀 게 있는데 518민주화운동만 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세계에서 꼽을 만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사람은 국가가 잘못했다는 걸 이미 어릴때부터 배운다고 하였다. 도시 연구가 준영은 아름다운 광주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게 할 수 있을까 연구한다.

 

서울말이 더 편한 서울살이 7년차 광주 청년 구글전은 광주는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분이 많은 도시인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 서울살이 11년 차 PSK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부산 사람인데 남자친구의 친구가 광주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되는데 하였다. 광주라는 도시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자기검열이 필요하다. 독일의 홀로코스트라는 콘텐츠가 많은데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콘텐츠가 많았으면 좋겠다.

 

승리와 소연은 오랜 연인인 광주 남자와 서울 여자.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페미니즘 서점 달리, 을 함께 운영 중이다. ‘달리, 에 쓰인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위에 광주와 역사, 광주와 여성, 광주와 상징 등 뽀족하지만 말랑말랑한 말들이 쏟아져 내렸다.

 

5년차 방송국 PD. 쩨리는 전주가 고향이다. 아버지가 518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이었다고 알고 있다. 아버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 적은 없지만 <화려한 휴가> 봤는데 무서웠다고 아버지는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실제로는 훨씬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 당시는 시민이나 전경이나 모두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의무경찰 종은 평화롭게 시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광주 하면 용감한 도시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눈앞에 총 든 사람들을 보며 무서운 상황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건 신념 말고는 없다. 광주는 억압에 굴하지 않는 용기의 상징 같다.

 

철썩은 회사원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남자이자 페미니스트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재조명 자체를 비판하는 건 아니다. 페미니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집회 현장은 성희롱도 많이 일어난다. 한국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읽는 역사 속에서 오직 남성들이 과잉 대표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명되지 않은 부분이 조명 받았으면 좋겠고 광주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알았다. 자세히 알지 못할 때 영화나 소설로 보는 그날의 광경은 끔찍했다. 이 책을 통해 공부하는 역사가 아닌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의 축 안에서 518민주화운동이 가진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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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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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탄 많이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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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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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인을 살리는 최고의 처방전 읽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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