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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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서울대 학생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할 때 김헌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다. 기회가 생기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그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학생이나 일반이나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이미 해봤고, 가봤고, 먹어봤어 새로울 게 없어, 질문한다는 건 내가 모른다는 것인데 나의 무지를 들키고 싶지 않아이런 이유로 묻고 따져보는 일을 이토록 어색하고 불편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이 책은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시작으로 나는 누구인가,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의 한 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등 9가지 거대한 문을 통과하여 일상의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델피를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 지점에는 옴파로스라는 이름의 돌이 놓이게 되었다. 옴파로스는 그리스 말로 배꼽이라는 뜻이다. 아폴로 신전은 신전 자체보다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구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보다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가며 상대가 스스로 깨우치도록 이끄는 사람이었다. 상당히 겸손한 태도로 보이는 이 말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고, 오래 깊이 숙고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로마 신화가 아니라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묶어서 이야기하는가? 기원전 4세기 그리스에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은 영토를 확장해서 그리스 제국이라 할 만한 나라를 건설했다. 대왕이 죽은 뒤 거대한 제국은 크게 네 개의 나라로 나뉘고, 모두 쇠퇴했다. 이탈리아 중부의 조그만 도시에서 시작된 로마는 팽창하고 로마는 그리스 본토를 침략한다.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인들은 굉장히 놀랐다. 그리스의 문화가 너무 멋졌던 것, 로마도 발달하였지만 군사력이 강했다. 그리스에는 로마가 갖추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정신적인 면에서 앞서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스인들은 예술과 철학을 즐기고 문학과 연극의 형식 속에서 신화를 이야기했다. 로마 고유의 신화도 지워지면서 상당 부분이 그리스 신화와 유사하게 변하게 된 까닭에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붙여서 말한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일단 재미있다. 기발하고 황당하고 신기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걸 읽고 있으면 삶의 시름 같은 걸 잠시 잊게 된다고? 나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어렵다기 보다 신들이 많이 나와서 못 외우는 문제도 있었는데 이 책으로 신화가 재미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자아에 관한 오이디푸스 이야기와 커피 농장의 노동 문제, 저자가 학창 시절 겪었던 방황, 청소년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꿈을 가지라는 말 등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에까지 생각이 미칠수도 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가는 평소에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는다. 가까운 지인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 죽음이 피부 가까이 느껴지는 듯하고 그동안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외면해왔던 죽음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불멸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의 삶을 선택한 오디세우스의 선택, 짧고 굵은 영웅의 삶을 선택한 [일리아스] 속 아킬레우스의 선택 등 죽음을 주제로 수천 년의 세계를 넘나드는 지식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답을 고민하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비록 답이 틀려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해도 그 경험은 인생을 항해하는 힘이 될 것이다. [천년의 수업]은 자신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묻는 사람의 눈에는 또 다른 길이 보이며,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는 점점 더 넓은 세상이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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