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장수 엄기둥, 한양을 누비다 - 조선 후기 사계절 역사 일기 8
이영서.이욱 글, 김창희.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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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정말 어렵고 복잡해요. 외울 것도 많고, 이것저것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한번 실이 꼬이면 엉망이 되듯이, 처음 시작을 어설프게 하면 학교 다니는 내내 역사를 제일 싫어하는 과목으로 여기게 될 수 있죠. 고학년이 되면 사회시간에 우리나라 역사가 나온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어요. 어떤 방법으로 역사 공부를 시작하면 아이가 부담갖지 않고 흥미를 보일지 늘 고민하게 되네요. 역사일기 시리즈는 각 시대와 어울리는 캐릭터가 나오고,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회적인 배경이나 역사적인 상황, 문화 현상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엄기둥의 이야기는 한양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를 잘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 포함되어 있어서 한양의 역사는 곧 '서울'의 역사이기도 하죠. 공연을 보거나 고궁 나들이를 할 때, 동대문 시장이나 미술관 구경을 할 때 서울 중심가를 다녀와요. 고작 일년에 몇 번이지만, 갈 때마다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쭉 뻗은 고층건물 사이 사이 오래된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촌스러움과 거친 숨결들을 엿볼 수 있어요.

 

고향을 떠나온 엄기둥네 가족들은 엄청 고생해요. 한양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나 봐요. 텃새도 있고, 낯선 사람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문화도 있었어요.다리 밑에 겨우 살 곳을 마련하지만, 그들 가족은 힘든 일을 겪게 되네요. 돈벌이도 마땅치않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실망하게 되고, 한양이라는 꿈을 쫓아 왔지만, 꿈은 달콤하지 않았어요. 엄기둥네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일기 형식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당시 한양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요. 그리고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나 장터의 분위기, 어떤 것을 먹고 살았는지, 어떤 집에 살았는지, 그들이 좋아했던 문학에 대한 설명도 나와요.

 

 

 

정겨운 그림과 함께 나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겨울에 한강이 얼면 그것을 얼음창고에 저장했다가 날이 풀리면서 내다 파는 곳이 있었다고 합니다. 엄기둥은 얼음배달꾼으로 발을 들여놓지만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당당하게 자리잡게 됩니다. 동생 밑둥이 역시 제 밥벌이를 시작하게 되고요. 그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한양의 생활모습이나 분위기,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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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아카시 예술과 심리 동화 시리즈 3
한유진 그림, 김수련 글 / 나한기획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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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아카시면 일본 사람인가..했는데 '아카시아 나무'라고 하네요.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참 다양해요. 찡그리는 얼굴, 실망하는 얼굴, 기대에 찬 얼굴들, 아이들의 얼굴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배울 수 있어요. 열정 넘치는 빛깔의 그림들, 단순하지만 선을 굵은 그림을 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하는지 배웠어요.

 

키가 크고 잘 생겼다면 세상을 살아가기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적어도 외모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놀림을 받을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일동이는 친구들에 비해 키가 작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놀렸어요.하지만 일동이는 꿈쩍도 안 했어요. 놀리거나 말거나...일동이가 사는 마을에 불이 나고, 마을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나 의논 끝에 나무를 심기로 해요. 바쁜 농사일 때문에 나무 심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어른들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아이들이 멋있어 보였어요.

 

 

 

각자 좋아하는 나무를 심기로 해요. 아이들은 궁리끝에 나무를 심어요. 벚나무, 소나무, 백일홍 나무...일동이는 아카시아 나무를 심었어요. 다른 나무들에 비해 키가 쑥쑥 안 크는 아카시아 나무를 보면서 아이들은 또 놀려요. 별볼일 없다고 놀리면서 자신들의 나무를 뽐내죠.

정말 아카시아 나무는 키도 작고 가시도 있고...겉으로 보기에 빛나는 나무는 아니었어요. 화려한 꽃을 피우는 나무들, 튼튼하게 쑥쑥 자라는 나무들 사이에서 외로워 보이기도 했어요. 일동이는 전혀 서운해하지 않았어요.

 

뿌리를 크고 튼튼하게 뻗고 있는 아카시아 나무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 있었거든요. 태풍이 부는 날, 가지가 부러지고 꺽이기도 하는 나무들과 달리 아카시아는 꿋꿋하게 서있었어요. 친구 나무들이 없어져 서운하고 쓸쓸했지만, 아카시아 나무는 멋있게 남았어요.

 

 

 

외모가 훌륭하다고 좋은 사람은 아니겠죠. 하지만 사람들은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보다 못하고, 나보다 작다고 우습게 보고, 내가 가진 것만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죠. 주변 사람들은 적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고 친구인데, 그들과 비교하면서 서로를 깍아내리려고 합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네요. 지금은 빛이 덜하더라도 언젠가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가르쳐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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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베노, 아빠! 사거리의 거북이 11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박민정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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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베노'는 몽골어로 '안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 아빠와 이별하는 이야기일까요. 어쩐지 슬픔을 품은 듯한 책인 것 같아 마음을 다잡으며 읽기 시작했어요. 이야기는 정말 단순해요.복잡하게 머리 굴려야 하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우리의 삶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진정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여정은 참 쓸쓸하고 힘겨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153일의 겨울>의 뒷 이야기입니다. 갈샨이라는 소녀와 그의 가족을 통해서 변해가는 사회를 받아들이는 힘겨운 싸움을 엿볼 수 있었어요. 양떼를 몰고 다니며 사는 삶을 버리지 못한 할아버지와 거대한 트럭, 우랄을 몰고 다니며 새로운 생활을 꿈꾸는 아버지의 생이 그려집니다. 책속에 나오는 몽골의 자연은 쓸쓸하고 황량해 보여요. 아빠의 트럭을 삼켜버린 무시무시한 자연,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 늑대와 맞서며 양을 키우는 거친 유목생활...

 

 

 

 
누군가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찾게 되고, 또 그 사람의 도움으로 다른 생명을 구하고...
삶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어지지요. 호들갑스럽게 아빠를 찾아나서는 대신 마음을 통해 아빠와 더 가까워지려는 할아버지 바이타르의 묵묵한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아빠의 죽음을 떠올리는 꿈을 매일 밤 꾸는 갈샨 대신 꿋꿋하게 마음속으로 믿으며 행동으로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바이타르는 깊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눈이 보이지 않아도 그냥 삶을 받아들이며 살겠다는 의지는 어쩌면 바보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는데...왜 그리 고집스럽고 답답할까..했는데, 결국 갈샨의 아빠를 찾아낸 건 할아버지의 진한 고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지네요.
 
 
우우간 가족과 만나 함께 양떼를 몰고 다니고, 늑대를 막고, 아빠를 만나게 되는 과정도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 황량한 자연속에서 인간이 뭉쳐서 나눌 수 있는 정감의 가치도 새롭게 깨닫게 됐고요. 죽었을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아빠를 찾아 떠난 시간들...돌아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도록 쓸쓸한 기억이겠지만, 아마 지금쯤 갈샨은 다시 행복해졌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과정,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다시 채워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네요. 짧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삶 전체를 돌아보게 해준 따뜻한 느낌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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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옆 작은 논 사회와 친해지는 책
김남중 지음, 김병하 그림, 박광래 감수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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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씻다가 몇 톨 흘러가는 건 별로 신경 안쓰게 되네요. 먹다가 식탁에 흘려도 그런가 보다 하고요. 저희 할머니는 쌀 한 톨도 버리면 절대 안된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아마 직접 농사를 지어보신 분이라 그러신 듯해요. 다른 먹거리보다 쌀 가격은 그다지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들죠. 20킬로짜리 쌀 한 봉지면 한 달 이상 먹고...그 이상 먹을 때도 많아요. 빵이나 국수, 다른 먹거리랑 같이 먹다보면 온전하게 밥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밥은 조금 먹고, 빵이나 다른 간식을 더 많이 먹게 되네요.

 

 

 

도시 한 가운데에서 벼농사를 짓는다는 게 신기했어요. 밭도 아니고 논이 정말 있을까? 했는데 진짜 있었어요. 한새봉두레를 만들어서 이웃과 함께 벼농사를 지으면서 아이들에게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농사짓는 기쁨을 배우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씨를 뿌려서 모종을 만들고 물이 찬 논에 심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였어요. 함께 하기로 했던 사람들은 이리저리 빠지고..일손이 모자르기도 했죠. 하지만 서로 힘을 합해서 모르는 것을 물어가면서 끝까지 농사를 포기하지 않아요. 농약없이 쌀농사를 지으면 그 논에서는 별별 생물들을 다 구경할 수 있다고 하네요. 흔하게 보지 못하는 곤충들, 동물들을 지켜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깨달을 수 있을 듯해요.

 

 

쉬고 싶은 주말을 농사짓는데 다 써버리는 건 저도 망설여질 만큼 어려운 결정인데요..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농사에 참여해요. 1년 동안 꿋꿋하게 버텨내면서 결실을 이룬다면 얼마나 뿌듯할까요. 그들이 땀흘리고 노력하는 과정이 정겹게 나와요. 편안한 그림이 따뜻한 분위기와 단결된 힘을 말해주네요.

 

맛있는 것만 찾고, 인스턴트 음식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쌀의 소중함, 농사의 귀중함, 생명의 신비로움에 대해 두루두루 알려줄 수 있는 책입니다. 베란다 텃밭부터 만들어서 우리가 먹는 음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높여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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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의 앨리스 동화 보물창고 52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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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가 엉뚱해졌어요. 책에 나오는 인물들도 특이하고요. 이름도 독특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속편이라고 합니다. 앨리스가 거울을 보면서 그 안의 세계는 ...궁금해하면서 다시 한번 거울 속으로 모험을 떠나요. 거울로 보는 모습을 거꾸로죠. 좌우도 바뀌고...거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역시 뒤죽박죽 엉뚱해요. 앞 뒤가 바뀌기도 하고, 먼저 일어나야 할 일이 나중에 일어나기도 하죠.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이 나오고,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라는 펑퍼짐한 인형같은 것도 나와요. 체스 놀이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저는 체스에 대해서 잘 몰라서 낯설었어요. 염소가 나오기도 하고,곤충들이 등장하기도 해요. 땅속으로 들어가서 모험을 즐겼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정신이 없어요. 잠깐 딴 생각을 하면 이야기를 놓치기도 해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지? 잠깐 다시 읽어봐야겠다...앞부분으로 가보기도 하죠. 체스판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체스 규칙이라도 알고 있었다면..아쉬웠어요.

 

 

거울 나라에 사는 인물들이 모두 특이해요. 괴물같은 이들도 나오죠. 이름도 생소해서 귀기울여 들어봐야 합니다.

 

앨리스가 여왕이 되고 싶어하네요. 엉뚱한 싸움에 휘말려 허둥대다가 여왕이 되어야겠다고 선포하죠. 진짜 앨리스가 여왕이 될 수 있었을까요? 나중에 앨리스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또다른 고민에 빠져요. 완벽한 꿈이 이루어지기는 힘든가 봐요. 허둥대다가 잠에서 깨어난 앨리스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앞으로 아플 걸 예언하면서도 미래를 막지 못하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거울처럼 뒤바뀌어 상황이 엉뚱하게 흘러가네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미리 알고 있으면 얼마나 신날까요. 사는 게 재미없어질까요. 그리고 이상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노래들도 생각나요. 따라불러보면 옆에 있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 듯 쳐다봐요. 어디서 그런 이름을 갖고 왔는지, 발음하기도 웃기고, 노래를 따라 하다보면  엄청난 장난꾸러기가 된 느낌이 들어요. 키티와 아웅다웅 대화를 나누던 장면도 재미있었어요. 말도 안되는 말을 이끌어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대단했어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또 엉뚱한 말을 끌어오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는 다른 분위기예요. 좀 더 정신없고, 훨씬 엉뚱하고, 말도 안되는 장면들도 툭툭 나오죠. 독특한 매력을 가진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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