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베노, 아빠! 사거리의 거북이 11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박민정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센 베노'는 몽골어로 '안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 아빠와 이별하는 이야기일까요. 어쩐지 슬픔을 품은 듯한 책인 것 같아 마음을 다잡으며 읽기 시작했어요. 이야기는 정말 단순해요.복잡하게 머리 굴려야 하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우리의 삶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진정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여정은 참 쓸쓸하고 힘겨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153일의 겨울>의 뒷 이야기입니다. 갈샨이라는 소녀와 그의 가족을 통해서 변해가는 사회를 받아들이는 힘겨운 싸움을 엿볼 수 있었어요. 양떼를 몰고 다니며 사는 삶을 버리지 못한 할아버지와 거대한 트럭, 우랄을 몰고 다니며 새로운 생활을 꿈꾸는 아버지의 생이 그려집니다. 책속에 나오는 몽골의 자연은 쓸쓸하고 황량해 보여요. 아빠의 트럭을 삼켜버린 무시무시한 자연,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 늑대와 맞서며 양을 키우는 거친 유목생활...

 

 

 

 
누군가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찾게 되고, 또 그 사람의 도움으로 다른 생명을 구하고...
삶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어지지요. 호들갑스럽게 아빠를 찾아나서는 대신 마음을 통해 아빠와 더 가까워지려는 할아버지 바이타르의 묵묵한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아빠의 죽음을 떠올리는 꿈을 매일 밤 꾸는 갈샨 대신 꿋꿋하게 마음속으로 믿으며 행동으로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바이타르는 깊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눈이 보이지 않아도 그냥 삶을 받아들이며 살겠다는 의지는 어쩌면 바보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는데...왜 그리 고집스럽고 답답할까..했는데, 결국 갈샨의 아빠를 찾아낸 건 할아버지의 진한 고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지네요.
 
 
우우간 가족과 만나 함께 양떼를 몰고 다니고, 늑대를 막고, 아빠를 만나게 되는 과정도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 황량한 자연속에서 인간이 뭉쳐서 나눌 수 있는 정감의 가치도 새롭게 깨닫게 됐고요. 죽었을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아빠를 찾아 떠난 시간들...돌아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도록 쓸쓸한 기억이겠지만, 아마 지금쯤 갈샨은 다시 행복해졌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과정,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다시 채워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네요. 짧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삶 전체를 돌아보게 해준 따뜻한 느낌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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