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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를 쏘다 - 안티기자 한상균의 사진놀이
한상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사진이 참 잘 나왔다'
뭘 보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사진을 처음 보게 되면 내 얼굴이 제대로 나왔을까 먼저 살펴보게 되죠. 눈을 감았나 얼굴을 찡그렸나 빛이 들어가서 피부의 질감이 너무 드러났나 더 날씬해 보이나 뚱뚱해 보이나 아니면 표정이 괜찮은가, 보고 또 보게 됩니다. 거울로 보이는 느낌보다 나으면 더 잘 나왔다고 하기도 하고요. 한상균 기자가 말하는 잘 나온 사진은 전혀 다른 의미였어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 그 순간을 최대한 실감나게 표현한 사진,보이는 것 이상의 뭔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하네요.

작가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왜 그랬을까,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게 되네요.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왠지 나도 같이 참여했던 것처럼 생생함이 전해지기도 하고요. 웃는 사람, 표정이 없는 사람,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모두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요. 책속 사진을 보면 그동안 제가 찍어왔던 사진은 엉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의 예를 비교해 놓았는데 제가 찍었던 사진이 대부분 나쁜 사진의 스타일이었던 듯해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사진 기자들이 쭉 늘어 앉아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그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 알 듯해요. 바로 그 순간에만 찍을 수 있는 것,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품은 사진을 찍는 것, 사진 이상의 무언가를 상상하게 하는 것, 그들이 바라는 사진이 아닐까요. 작가의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쩌면 사진 하나가 이야기를 주렁주렁 달고 다닐까, 신기하기도 했어요.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이는 사람을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드네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있고 그들의 삶을 남기고 싶어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세계를 찾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 일부러 사진을 찍기 위해 만들어진 장면은 조금 촌스럽기도 하죠. 물 흐르듯이 시간이 흐르고 그 안에 있는 누군가를 찍고, 풍경을 담는 것이 사진을 찍는 이유이기도 할 듯해요. '안티사진'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신선하고 독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