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미술치료 - 나를 찾아가는 심리치유 여행
요시다 에리 지음, 이수미 옮김, 김선현 감수 / 진선아트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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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으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

요즘 독서나 춤, 미술로 심리치유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죠.  좋은 그림을 보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이 무척 끌려요. 혹시 그림을 잘 그려야하지 않을까, 미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하지 않을까, 조바심도 생겼지만  책을 읽어보면서 쓸데없는 걱정이란 걸 알았어요.

 

우리는 늘 강한 감정에 '의식' 이라는 화살을 겨누고 있습니다.

즉, 느끼는 것을 소홀히 하는 대신, 의미를 부여하거나 판단을 내리는 데에만 열중합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익숙해진 태도이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화내는 건 안 좋은 거야' 라고 늘 생각해 왔으니까요.

우리의 신경은 24시간 쉬지 않는 ' 생각'과  강한 ' 감정' 사이에 팽팽히 당겨진 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그 실을 조금만 느슨하게 풀어 주는 게 어떨까요?  빡빡해진 감정과 감각을 풀어 주는 거예요.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몸속 세포에게 물어 보세요. 그리고 느낀 것을 판단하려 하지 말고 그저 관찰해 보세요.( 19쪽)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타인과의 소통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나아가 미래의 꿈도 짚어볼 수 있는 과정이  나와요. 그림을 보고 그리는 건 아주 일부분이구요. 만들기, 글쓰기, 움직이기, 나누기, 연주하기, 모두 미술치료 활동에 속한다고 하네요. '나'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안내하고 있어요.  실제 모델이 등장해서 각각의 과정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진이 선명하고 감각적이어서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따라해보고 싶고, 치유가 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시작의 문

의식의 문

감정의 문

해결의 문

인연의 문

희망의 문

 

여섯 단계를 거쳐 마음의 안정을 찾고 스스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다른 사람과의 원활한 교류를 이끌어 줍니다. 하나 하나 단계별로 이루어야 할 목표와 진행과정, 그리고 실제 얻어지는 효과에 대해 알려주어요. 과정과 방법이 감각적인 사진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눈이 즐거워집니다.

 

저는 '자화상의 상자'를 꼭 만들어보고 싶어요. 상자가 이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 라는 이름의, 세상에서 하나뿐인 상자를 만들어서 무얼 채워넣을지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지금까지의 인생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거라고 하네요. 인생을 회고하면서 긴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것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미술치료로 인해서 생기는 뜻밖의 감정에서 헤어나오는 방법도 알려 주네요. 갑자기 슬픔이 밀려올 때, 뭐하는 거지, 라는 회의가 들 때,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요. 무엇이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꼭 한번씩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나, 혹은 자신도 주체 못하는 감정에 휩쓸려 헤매곤 하지요. 그런 과정도 모두 정상적인 범주에 들어가는 것인 듯해 마음이 놓이네요.

 

누군가와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신뢰 체험하기'도 기억에 남아요.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바닷가를 걸어보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느껴보고 싶어요. 자연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편안함과 따뜻함이 자신을 돌아보고 힘을 얻는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작품들이 사진에 그대로 담겨 있어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삶에서 스스로의 안위를 찾아가는 여행, 그리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옵니다. 제일 좋은 건 자연스러움인 것 같아요. 억지로 판단하고, 자신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 나의 모든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즐거워질 수 있다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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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지구 DK 아틀라스 시리즈
수잔나 반 로스 지음, 여상진 옮김, 리처드 본손 그림, 김수진 외 감수 / 루덴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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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매일 발디디며 살고 있지만, 지구가 왜 둥근 모양인지, 지구속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을지, 지구 구석구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보기 어려워요.  과학시간에 배웠던 따분한 내용들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아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자신이 없을 거예요. 지구의 구조와 지형, 자연현상에 대해 사진과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어요. 백과사전처럼 든든하고 ,시원시원하고 큼지막한 크기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해 볼 수 있었어요.

 




지구에 대해 제대로 해부해 놓은 책이라 읽고 나면 뿌듯해집니다. 세상에 하나뿐이 없는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자전과 공전으로 생기는 현상들,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요.단면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자꾸 더 궁금해졌어요. 화려한 색과 실감나는 움직임 덕분에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어요. 실제 화산이 폭발하고 빙하가 녹는 듯해서 아찔한 기분이 드는 페이지도 있어요.

 

물이 순환하는 과정과 다양한 지형에 대해 배웠어요. 강과 지하수의 존재를 보면서 물의 소중함에 대해 돌아볼 수 있어요. '놀라운 지구'라는 페이지에 나오는 곳은 모두 직접 가보고 싶어졌어요. 특이한 지형과 독특한 모습의 공간이 지구 안에 존재한다는 게 참 놀랍고 신기하네요. 빙하와 사막이 동시에 존재하는 멋진 곳이기도 하구요. 세계지도를 통해서 각 지형이 분포하고 있는 형태도 보여주고 있어요.

 



과학시간에 배웠던 사실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유진이도 어려워 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해하고 관심을 보이네요. 특히 땅 밑에 어마어마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나 봐요. 땅을 파면 뭐가 나오는지  자꾸 물어보았어요. 흙으로 덮여있는 줄 알았는데, 다양한 물질로 이루어진 걸 보면서 재미있어 하더군요. 지진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말해주었더니 조금 무서워 했어요.

 

지구에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참 신비롭죠. 지구 표면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면서도 조금 두려운 일이기도 해요. 예전 지구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상상해 보았는데, 정말 모르겠네요. 단순하게 땅, 하늘, 공기, 물의 존재만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에요. 유진이가 모두 받아들이고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하면서 많이 의지하면서 찾아보게 될 것 같은 책입니다. 지구에 대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담고 있지만, 더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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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입학전 영어 첫공부 엄마는 선생님 4
이현주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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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어교육에 왕도는 없다고 하죠. 무조건 반복하고 꾸준히 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하는데, 뭘 어떻게 꾸준히 열심히 해야하는지 몰라서 헤매는 저같은 사람도 많을 거예요. 영어학원과 과외에 관심은 많지만 , 아직 부족한 엄마표 영어를 하고 있는 저같은  사람들에게 반가운 책이 나왔어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저자가 직접 아이들과 놀아 본 경험을 그대로 담아낸  영어놀이 책입니다.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유아들에게 책을 주고 외우라고 시키면서 들들 볶으면 열이면 열 모두 도망가겠죠. 그래서 엄마들은 여기저기 영어관련 카페를 기웃거리면서 영어 그림책을 찾아서 읽어주고, 독후활동과 놀이학습을 해주려고 애를 쓰지요. 좋은 방법과 노하우가 많겠지만,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 많지 않아서 늘 아쉬움이 남아요. 영어놀이 관련 책들이 가끔 보이지만 , 실제 아이 연령과 맞지 않는 허당인 경우도 많아요. 보기에는 좋아보이고 괜찮아 보여도 막상 아이와 해보려면 번거롭고 복잡해서 엄두가 안 나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은 그림의 떡처럼 보여요. 이 책은 실제 아이들과 함께 해보았던 놀이와 학습을 사진과 함께 실어놓아서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일 절로 생깁니다.

 

해당연령과 준비물을 알려주고 자세한 소개 덕분에 어렵지 않게 따라해 볼 수 있겠어요. 저도 아이랑 해보았던 놀이도 있었어요. 동물이름과 신체이름을 배울 때 비슷한 방법으로 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림을 인쇄하고 오려서 색칠하고 영어 이름을 붙이고 나서, 그림을 보면서 영어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어요. 저는 간단한 문장만 연습했는데, 이 책에는 좀 더 구체적인 문장이 제시되어 있어서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집니다. 실제로 아이와 주고 받을 수 있는 문장을 다양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단순하게 이름을 묻고 대답하는 문장의 범위를 뛰어넘어, 다양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장갑에 그림을 붙이고 서수 세기를 배우는 부분도 꼭 따라해 보고 싶어집니다. 기수도 겨우 세는데 서수까지...하면서 엄두를 못냈는데, 장갑놀이와 사다리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꼭 해보려구요. 문장이 조금 길고 어렵지만 반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자주 연습하면 잘 할 수 있겠어요.

 

점점 뒤로 갈수록 놀이와 영어대화의 수준이 높아지네요. 문장도 길어지고 상황도 조금씩 복잡해집니다. 음식이 우리에게 오는 과정을 가르쳐주는 페이지도 열심히 봤어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정보도 익히고 다양한 단어도 써볼 수 있을 것 같아요.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면서 그 음식의 재료가 되는 것들에 대한 내용도 익힐 수 있는 내용입니다.

 

쇼핑하는 방법, 옷입히기 놀이처럼 아이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와 영어를 접목시킨 부분이 많아서 재미있게 따라해 볼 수 있겠어요.따로 그림책이나 교재없이도 엄마가 만들어 준 교구와 책으로 공부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도 생겼어요.

 

가장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엄마표 영어 교구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부분이었어요. 어떻게 만들지,어떤 교구가 좋은지, 간단한 책 만들기와 워크시트 만드는 방법까지 나와 있어서 정말 반가웠어요. 저는 영어관련 교재는 모두 사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엄마가 조금 부지런해지면 꼭 그맇지도 않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자기소개하는 것부터 유진이랑 하나씩 해보려구요. 엄마표 영어의 해답은 바로 '반복적 영어 놀이' 라고 하네요. 어떤 학원에서도 엄마만큼 친절하게 꾸준히 사랑을 쏟아부으며 해줄 수는 없을 거예요. 반복이 중요한 과목이라 더욱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공부일 수도 있구요.어렵지 않고 복잡하지 않아서 아이와 직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놀이들이 소개되어 있어요. 저도 하나씩 따라해 보면서 친절한 영어샘이  되기위해 노력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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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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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년 겨울,『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고 혼자서 마음이 울그락 불그락 난리가 났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혹시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혼자 김칫국 마시고, 그러다가  아무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두근거림은 아닐 거라고 여기면서 냉정을 되찾았다.  결말을 보면서 혼자 중얼중얼 투덜거리기도 하고, 뭐 이렇게 끝났나 싶어서 아쉬움도 남았다. 그리고는 절대 후편이 나오면 안된다고 혼자 다짐도 해보고, 한편, 에미와 레오가 이렇게 끝나면 안되는데...안타까워 하면서 아주 조금 뒷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드디어 나왔다.

 

에미의 이메일을 잡아먹은 줄 알았던 시스템이 다시 그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전편에서 이별이 회오리 바람처럼 몰아쳤다면 , 후편에서 그들의 만남은 조금 싱거웠다. 폭풍처럼 설레임을 몰고 올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했는데 여전히 그들의 만남은 이메일 안에서 이루어졌다. 누구의 잘못인지 책임인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그들의 두근거림은 다시 시작되었고, 그리고 끝을 향해 나아간다. 그들의 만남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번민하던 그들에게 또 다른 모습의 기회가 찾아온다.

 

 

설마 설마..혹시나.. 나의 기대를 살짝 얹어서 책장을 마구 넘기면서 결말을 상상했다. 그래 좋다...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야 그래도 여운을 남겨야지, 멈춰 ~~ 

 
                


 

밀고 당기고, 주도권이 에미에게 갔다가 다시 레오에게 돌아오기도 하면서 그들의 이메일은 오고 간다. 반년 뒤, 10초 뒤, 사흘 뒤, 한 시간 뒤, 10분 뒤...읽는 사람은 그냥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느껴지겠지만, 메일을 기다리고, 고민하면서 썼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독한 기다림,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또 기다림, 에미와 레오가 메일을 주고 받으면 지냈던 시간은 그들에게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또는 열정과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을지도.  그들의 생활의 일부, 혹은 전부였을지도 모르겠다.

 

얼굴도 몸매도 성격도 모르는 사람과 주고받는 글, 느낌이 어떤 것일지 상상만 해도 설렌다. 인터넷 세상에서 글을 주고 받는다는 건, 어쩌면 뜬구름을 잡는 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말을 주고 받고 마음을 나누다가도 어느 순간, 남이 되버리기도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글로 누군가를 사귀고 좋아하고 사랑하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인연이 존재한다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잡아오고 싶어진다.

 

사랑은 내 것으로 만들어 소유할 수 있어도, 또는 안타깝게 놓쳐버려도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 참으로 묘한 존재이다. 읽는 내내 두 사람에 대한 바람이 자꾸 바뀐다. 이루어져라, 깨져라, 또 한번 안타까운 이별이 있기를, 또는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기를, 인생은 짧으니까..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재미있게 읽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 뿐이다, 라는 칙칙한 생각까지 끄집어낼 만큼  절실한 장면도 있었고, 제발 진부한 사랑소설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기도 했다.

 

책을 덮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잘 됐다. 아니면 아쉽다. 어떤 결말이었든 아쉬움은 남았을 것이다. 영원한 사랑은 없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더 아름답다고도 하지만 ... 두근두근...마지막장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무척 바라면서도, 두 사람이 설마 그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신선하고 재미있고, 두근거리고, 설레고, 미워하게 되고, 안타까워 하면서 읽었다. 한바탕 찐한 연애를 하고 난 듯하다.  상상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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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우리 집은
수잔 마리 스완슨 글, 베스 크롬스 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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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중에 멀리 보이는 어떤 집 안의 불빛이 참 정겨워 보일 때가 있어요. 그냥 지나치면서도 자꾸 들여다 보고 싶어지고, 누가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죠. 노란 불빛의 따스함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  낯설기도 하고, 쓸쓸해지고 무언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지요. 정이 새록새록 새어나오는 듯한 집 안은 어떤 모습일까, 누가 누구와 함께 살고 있을까, 지금 가족들은 모두 둘러앉아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한없이 궁금해집니다. 그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황금보다 더 귀한 열쇠가 있어야 하겠죠.

 

아이가 있는 집의 저녁 풍경은 비슷비슷 할 거예요.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 집 안을 뛰어다니며 놀다 지친 아이들이 졸음이 몰려올 즈음, 그림책을 몇 권 들고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찡찡 대지요. 바쁜 엄마는 할 일을 제쳐두고 아이와 함께 누워서 아이가 들고 온 그림책을 하나씩 펼쳐들고 함께 책나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바로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 그림책이에요. 잠들기 전 아이에게 읽어주면 아이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책, 그림,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는 그림책, 아이와 읽어보면서 밤의 세계 속으로 성큼 발 들여놓을 수 있는 책입니다.

 

검은 색과 하얀 색, 그리고 빛을 상징하는 노란 색만으로도 풍요로운 저녁 풍경을 담을 수 있네요.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맞이하는 어두 컴컴한 밤은 결코 무섭고 두려운 밤과는 거리가 멀지요. 그림책 속 새가 튀어나와 훨훨 날아 먼 하늘의 공간으로 안내해 주어요. 아이들은 꿈을 꾸는 걸 좋아해요. 무서운 꿈 말고, 현실에서는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엉뚱한 꿈이요. 새가 하늘로 날아가 달님과 햇님을 만나고 한 바퀴 돌고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와 아이 옆에 존재하는 꿈, 상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마치 시 한 편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졌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단어놀이, 말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새근새근 잠에 빠져들 것 같아요. 듣기 좋은 말들이 노래처럼 음악처럼 펼쳐집니다.

 

별빛 총총한

밤하늘의 어둠을...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달님.

달님의 얼굴을 비추는 햇님.

햇님은 달님을 비추고,

달님은 어둠을 밝히고,

밤하늘의 어둠을 노래하는,

노래하는 새

 

                                                                               - <본문 중에서> -

 

 

인형들이 가득한 방 안에서 그림책을 읽고 있는 아이의 모습, 그리고 집 안 가득 비추고 있는 따뜻한 불빛, 빛이 가득한 집. 어둡고 음침해 보이는 그림책이지만 곳곳에 묻어나오는 따스함이 미소짓게 하네요. 어두운 듯, 환한 판화가 집 안 가득한 행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요.  한 권을 조용한 목소리로 읽어주고 나면, 어느새 아이의 쌕쌕 거리는 숨소리를 듣게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열광하는 베스트셀러 그림책 중에는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별볼일 없어서 어른이 읽어보면, 이거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하는 책들이 종종 있어요. 흥미진진한 서사도 없고, 그저 단어가 반복될 뿐이고, 너무 쉬운 단어때문에 아이가 지루하지 않을지, 혹은 배울 게 없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기곤 하는데, 아이들은 펄쩍 뛰면서 좋아하는 책들이요. 분명 그런 책들이 집에 몇 권씩 있을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왜 저 책을 좋아할까, 왜 자꾸 갖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아이의 뇌구조와 어른의 그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는 단순하고 반복되는 말들 속에서 편안함을 찾아낼 줄 아는 여유를 갖고 있는 거였어요. 그래서 내용도 없고, 그림도 단순한 그 책들을 좋아했던 거구요. 이 그림책도 그래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건 아니지만, 읽으면서 편안함이 느껴지고, 흥얼흥얼 노래가 떠오르는 그림책, 아이에게 엄마의 품과 같은 편안함을 주는 책이죠. 2009년 캇데콧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가네요.  여러번 읽을 수록 느낌이 달라지는 그림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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