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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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에 종종 귀신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귀신들이 등장하는 장편은 『메롱』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오린이라는 귀여운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데, 그녀의 부모님의 요릿집 후네야가 바로 귀신들의 소굴이거든요. 안마사 귀신, 메롱만 하는 여자 아이 귀신, 젊은 무사귀신, 요념하지만 상냥한 여자 귀신 등등 온갖 귀신들이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인간들에게는 귀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단, 귀신과 어떤 공통점이 있는 인간들은 그 귀신만은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오린은 이 모든 귀신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귀신들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서 방황을 하는 것일까요? 바로 그 이유를 오린이 귀신들과 함께 찾아갑니다. 30년 전 지금의 후네야가 있던 곳에서의 어떤 참혹한 사건과 연관이 있습니다. 범인은 이미 초반에 밝혀집니다. 그러나 왜? 그러한 일이 그곳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왜 후네야의 귀신들은 저승을 가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는 것일까요? 30년 전 사건의 내막은 무엇이고, 귀신들은 왜 구천을 방황하며, 주인공 오린은 왜 이 모든 귀신들을 다 볼 수 있는 것일까?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소설답게 이런 떡밥(궁금증, 호기심)을 살짝 뿌려놓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주제)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냅니다.

  나쁜 인간이고 나쁜 귀신이지만, 나름대로의 사정과 이유가 있고, 또한 슬픔과 아픔도 느껴져서 무조건적으로 그들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역시나 마음 따뜻한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마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인간 또는 귀신의 어둠과 진실이 드러나는데, 울림이 있습니다. 잔인함에 놀래다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듣다보면 또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죽어서 괴물 같은 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쁜 마음을 갖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 미야베 미유키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네요. 제목의 메롱에서 연상되듯이 밝고 재미있기 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무섭고 슬픕니다. 단,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미스터리 중에서는 조금 지루하기는 한 것 같네요. 너무 이야기가 깁니다. 이야기를 조금 압축해도 괜찮았을 텐데, 그 점은 조금 아쉽네요. 그 부분만 제외하면 무척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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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그릇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3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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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범인을 미치도록 잡고 싶은 형사가 등장하죠. 비를 맞으면서 용의자에게 묻죠. “너 정말 아니냐?” 마쓰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은 그런 면에서 《살인의 추억》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이마니시 형사가 수사가 종결되었음에도 사비까지 털어가면서 집요하게 범인의 흔적을 쫒거든요. ‘가메다’라는 동북지방 사투리 하나로 정말 지능적인 범인의 범죄 사실을 밝혀냅니다. 조금 우연적인 요소가 많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요, 생각해보니 560페이지 분량의 소설이더군요. 우연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는 이마니시 형사의 수사 과정이 대부분입니다. 허탕을 치는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기차를 타고 멀리 원정까지 갔음에도 얻은 수확이라고는 아내에게 줄 선물 뿐. 무척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극적인 순간이 거의 없거든요. ‘가메다’라는 사투리 하나로 전철 조차장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다는 것은 과학적인 수사 기법이 발달된 요즘에도 무척 힘든 일인데, 오로지 발로 뛰는 형사에게는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이마니시는 직감으로 움직입니다. 마치 동물처럼요,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처럼요. 범인을 쫒는 이마니시 형사의 불굴의 집념과 의지, 독자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공감하기도 쉬웠습니다. 세상에 천재적인 명탐정이 많은 것은 아니니까요. 무척 현실적인 형사 캐릭터가 현실적인 수사와 동물적인 직감으로 범인을 잡습니다. 그 과정은 지루하고 고난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범인이 잡혔을 때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이마니시 형사, 정말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과 공통점이면서 조금 다른 점, 바로 ‘여자’의 역할 이 부분도 참 재미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러한 부분을 의식하고 읽으면 깜짝 놀랄 어떤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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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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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츠 이치의 『ZOO』나 『GOTH』를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앞의 두 작품만 읽었을 때는 오츠 이치 정말 좋아했었는데, 요즘에는 살짝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 이후) 실망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미치오 슈스케는 (호러소설을 좋아하는 제 취향하고 너무 잘 맞아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작품 『술래의 발소리』가 정점을 찍었지 않나 싶습니다. 새롭고 신선하며 독특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섭습니다. 『등의 눈』(만화로만 나왔지만), 『섀도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모두 어느 정도는 호러에 기반을 둔 작품들이죠. 호러적인 색채가 강한 미스터리여서 제 취향에 무척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적은 분량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싼 느낌이 들어서 외면을 한 작품인데, 작품 자체는 정말 좋네요. 물론 아직까지 가격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연작 단편집으로 소개가 되어있는데, 이런 작품도 연작에 포함이 되나요? S라는 남자와 까마귀가 6개의 단편들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작품들 간의 연결 고리는 없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봐도 S라는 인물은 다 다른 인물들 같은데, 뭐 암튼 그건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니 그냥 넘어가죠. 그나저나 작가는 동물이나 곤충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동물의 이름이 들어간 ‘십이지 시리즈’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이 작품에서도 까마귀가 관찰자의 시점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사건이 발생하는 곳에는 항상 까마귀가 있거든요. 덧붙여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에도  S가 등장하는 것 같은데, S도 무척 좋아하는 듯. 그냥 잡담이었습니다.

  미스터리 호러 괴담집입니다. 으스스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미스터리나 반전도 짧은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어가 있고요. 사실 단편에서 이 모든 재미들을 녹여내기가 힘든데, 완벽하더군요. “도대체 왜?”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로 끝을 맺습니다. 정말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을까요? (한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 정말 짐승입니다. 인간은 나쁜 짐승이고, 사악한 악마입니다. 「짐승」이라는 작품에서는 살짝 에도가와 란포 특유의 음울함과 음침함도 살짝 보이더군요. 「요이기츠네」라는 작품은 살짝 몽환적인 공포감을 주고요. 「방울벌레」라는 작품은 슬픔과 고통 사이의 사이코적인 면을 살짝 보이고, 「겨울의 술래」 역시 안타까움과 슬픔이 느껴지는 공포를 잘 담아냈고요. 「악의의 얼굴」 역시 정상적인 마음가짐으로는 버틸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행위가 소름을 돋게 하고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짓거리들. 그런데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무서움과 두려움, 그래도 자꾸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못된 호기심. 그 호기심이 슬픈 괴물의 내면의 길로 안내를 하는데, 결코 들여다봐서는 안 될 곳을 본 느낌. 인간의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어두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으신 분들은 미치오 슈스케가 마련한 판도라의 상자를 한 번 열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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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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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빨리 몰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없다면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라도 심각한 사고를 낼까 두려워 시속 40~50킬로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업이 자기 인생을 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큰 정부가 사람들을 변화에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경제도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p.300)

  장하준 교수는 이제는 불편해질 때가 왔다고 말을 합니다. 저자는 요즘 전 세계를 지배하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많은 독자들이 불편해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자가 유명인이 아니고, 한국에서 활동을 하는 경제학자였다면 아마도 정치인이나 동료 경제학자들에게 많은 배척을 받으며 좌파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가 세계 경제학계에서 유명하다는 것이 한 명의 독자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너무나 많은 것으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무런 고민도 없이 지금의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너무 맹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모두가 잘 사는 가장 효과적인 경제정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 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암튼 경제 전반에 관한 내용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세계를 이해하는데도 무척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설명한 내용들도 많아서 이해하기도 편했고요.

  미국의 CEO들의 평균 보수는 노동자 평균 임금의 300~400배라고 하네요. 회사가 망해도 그들은 챙길 것은 다 챙기고, 크게 타격을 입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우리나라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나요?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으려고 불합리한 대우에도 꾹 참고 그냥 직장을 다니죠. 하루하루를 정말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면 갈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그냥 참습니다(노동자들의 계속되는 임금 하락 위협, 간단해진 해고 절차와 정규직을 대신하는 임시직의 증가 등. p.208). 이런 처우를 개선할 만한 제도를 확고히 마련한다면 노동자들도 좀 더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텐데… 문제를 알면서도 외면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지, 이대로 계속 간다면 과연 앞으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무척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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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4
하야시다 규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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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진흙구정물'이라는 표현 정말 마음에 듭니다. 블랙 판타지+호러+코믹. 권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확장되는 세계관. 이것이 도로헤도로. 카이만, 혼자 마법사의 세계로 떠납니다. 해골 아가씨 에비스의 마법 연기의 정체도 드러나고, 도마뱀 머리의 카이만의 정체도 아주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니카이도, 카이만, 바우크스 의사, 카스카베 박사 등으로 이루어진 중앙 병원과 평화 병원과의 야구 게임도 있습니다. 5, 6권은 1월에 출간되네요. 암튼 갈수록 재미있어집니다. 3D 입체 엽서 카드는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일반판으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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