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버 클럽 Medusa Collection 11
리사 가드너 지음, 이영아 옮김 / 시작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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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만부 이상 판매되며 이름을 알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리사 가드너는 명성만큼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국내에는 『서바이버 클럽』과 『얼론』 두 작품이 소개가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많이 언급되는 작가는 아닌 것 같아요. 『서바이버 클럽』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답게 오락적인 요소가 많지만, 결코 내용이 가볍지는 않습니다. 묵직합니다. 『서바이버 클럽』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연쇄강간범에게 강간을 당하고 살해 위협을 받은 세 명의 여자 생존자들이 서바이버 클럽이라는 모임을 통해 연쇄강간범을 처벌하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물론 서바이버 클럽은 강간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후유증 등을 치료하는 목적도 있지만요. 범인은 에디 코모. 그러나 법원에서 공판이 열리기로 한 날, 연쇄강간범이 저격수에 총에 맞고 죽습니다. 그리고 그 저격수는 자동차 폭발로 죽고요. 1년을 기다려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죠. 강간범이자 살인범이 죽었음에도 그녀들의 상처는 결코 치유되지도 않고, 마음의 안정도 얻지 못합니다. 이런 무슨 빌어먹을 상황이 있답니까?

  그런데 범인이 죽으면 이야기는 끝이 나겠죠. 서바이버 클럽의 세 명의 여자 중의 한 명이 저격수를 고용해서 살인을 사주한 것일까요? ‘캔디맨’이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동료 폭행죄를 저지르고 정신적인 외상까지 입어 휴직을 하게 된 그리핀 경사가 복직하면서 재수 없게도 이 사건을 맡게 됩니다. 그리핀 경사가 겪은 과거의 사건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연쇄강간범이 죽은 후에 또 다시 강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시체에서는 바로 얼마 전에 죽은 연쇄강간범의 정액이 발견됩니다. 죽은 범인이 유령이 되어서 정액을 뿌려놓고 간 것일까요? 사건은 계속 꼬이기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궁금증과 긴장감을 서서히 상승시키며 독자들을 점점 더 미궁 속으로 이끕니다, 영리하게 말이죠.

  스토리 자체가 무척 매력적입니다. 당연히 죽은 범인이 살아나서 정액을 뿌리고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겠죠? 과거와 현재 사건의 연결 고리를 찾고, 그 관계를 파헤쳐 현재 벌어지는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합니다. 플롯은 굉장히 복잡하게 보이지만, 사건 추리는 굉장히 단순하게 그리고 명쾌하게 흘러갑니다. 어렵지 않으면서 내용도 풍부하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강간당하고 살해 위협까지 받은 세 명의 여성 피해자입니다. 여성 피해자들이 주인공인 소설이죠. 재미있는 것은 서바이버 클럽, 피해자 클럽이 마지막에 가서는 각각의 독립된 여성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더 이상 생존자도 아닌, 피해자도 아닌 당당하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죠. 반전과 충격 역시 빠질 수 없습니다. 추리소설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점점 더 범죄는 잔인하고 변태적이며, 악독하고 가학적으로 되어가는 것 같아요. 도덕이나 윤리는 당연히 무시되고요. 미친, 그러나 무척 대범하고 영리한 사이코들이 날뛰는 세상이니 형사들의 무능함도 뭐 이해가 되더군요. 이 소설에서 형사들 정말 답답하거든요. 반대로 생각하면 범인이 너무 영리한 것이겠지만요. 반전의 의외성, 그러니까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물론 이런 식의 반전 많습니다) 나름 매력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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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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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염력 방화 능력(파이로키네시스)이라는 초능력과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결합시킨 초능력 미스터리입니다. 사이코메트리, 사이코메트리, 사이코키네시스(염동력) 등의 초능력자들이 등장함에도 초능력 자체의 신기함과 화려함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초능력자들의 불안과 고통, 외로움 등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대부분의 사회파 미스터리소설이 그렇듯이 그래서 읽고 나면 씁쓸한 여운이 남습니다. 초능력자가 범죄자(언론에서는 피해자라 부르는)를 살해하는 내용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사회악(미성년자,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묘사되어 있는데, 정말 처벌을 강화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잔인합니다.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거든요.)에 대한 처벌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들의 잔인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괜찮은가?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법 외적으로 이들을 처단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 것인가? 이런 의문점들이 초능력을 범죄자 처벌에 사용하는 준코와 연쇄살인방화사건을 뒤쫓는 형사 치카코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해결됩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용은 잠들다>에서 이미 초능력자를 등장시킨 적이 있죠. 바로 물건이나 사람에게 남겨진 어떤 기억을 읽어낼 수 있는 초능력(사이코메트리, psychometry)이 등장하죠. <용은 잠들다>에서는 어린 소년이 이러한 능력을 가졌고, <크로스 파이어>에서는 20대 중반의 여성이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는 어린 소년과 여성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많은 것 같아요. <용은 잠들다>의 청소년 버전의 초능력 미스터리라면, <크로스 파이어>는 성인 버전의 초능력 미스터리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용은 잠들다>에 비해 액션 장면이 많이 등장하더군요. 물론 중반 이후부터는 액션보다는 이야기에 치중을 하지만, 초반 준코의 연쇄방화사건은 굉장히 스펙터클하게 진행이 됩니다. 사실 이런 장면 묘사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새롭더군요. 범죄자를 잡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하는 준코, 그리고 그 당사자와 주변의 관찰자들에 대한 처단, 총기와 도주, 염력 방화 능력을 이용한 살해 등 암튼 무척 긴박하고 스펙터클하게 전개됩니다.

준코는 옥상에서 폭행당한 여성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그녀를 총으로 쏘아 죽인 제3의 인물은 누구일까? 그리고 초능력자 준코와 형사 치카코는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될까? 그리고 치카코에게 협력하는 듯한 인물들의 진짜 정체는? 사회악에 대항하는 초능력자 이야기라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등장할 여지가 없음에도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답게 곳곳에 이런 궁금증을 숨겨 놓습니다. 물론 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설을 끝까지 계속 읽게 만드는 요소로서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다음으로 미성년자들의 범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미야베 미유키의 기존 작품들과는 다르게 조금 냉정하더군요. 미성년자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는 내용도 없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해 가능한 동기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잔인한 범죄 행각도 경악할 정도이고요. 그러니까 사회악입니다. 소설 속 표현을 빌리자면 '쓰레기들'인 것입니다. 사회악은 사회악일 뿐,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범죄자의 범행 동기보다는 그 범죄자(사회악)를 대하는 방법의 차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초능력자 준코(와 가디언이라는 비밀단체)는 좀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그래서 폭주를 하기도 합니다. 범죄자들에 대해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형사 치카코(와 동료 마키하라)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고 해도 무조건 처형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사실 말과 행동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용서라는 말이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도 너무 크고요. 최단 거리로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과연 나쁘다고 말 할 수 있을지, 저는 확신하지 못하겠네요. 


덧. 스티븐 킹 원작,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참고로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플라이』, 『비디오드롬』, 『폭력의 역사』, 『이스터 프라미스』, 『크래쉬』, 『네이키드 런치』 등의 주옥같은 걸작들을 엄청나게 만든 감독입니다), 그리고 소수의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크로스토퍼 월켄의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 『데드 존(The Dead Zone, 1983)』과 조금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인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처음에는 언론에 주목도 받고, 그 초능력을 이용하여 범죄를 해결하기도 하는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하는데, 점점 그 초능력으로 인해 괴로워하게 되고 고통스러워하게 됩니다. 이유는? 암튼 굉장히 비슷하더군요. 그러나 영화는 사실 그다지 재미는 없습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명성에는 조금 어울리지는 않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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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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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방화 능력(파이로키네시스)이라는 초능력과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결합시킨 초능력 미스터리입니다. 사이코메트리, 사이코메트리, 사이코키네시스(염동력) 등의 초능력자들이 등장함에도 초능력 자체의 신기함과 화려함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초능력자들의 불안과 고통, 외로움 등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대부분의 사회파 미스터리소설이 그렇듯이 그래서 읽고 나면 씁쓸한 여운이 남습니다. 초능력자가 범죄자(언론에서는 피해자라 부르는)를 살해하는 내용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사회악(미성년자,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묘사되어 있는데, 정말 처벌을 강화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잔인합니다.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거든요.)에 대한 처벌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들의 잔인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괜찮은가?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법 외적으로 이들을 처단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 것인가? 이런 의문점들이 초능력을 범죄자 처벌에 사용하는 준코와 연쇄살인방화사건을 뒤쫓는 형사 치카코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해결됩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용은 잠들다>에서 이미 초능력자를 등장시킨 적이 있죠. 바로 물건이나 사람에게 남겨진 어떤 기억을 읽어낼 수 있는 초능력(사이코메트리, psychometry)이 등장하죠. <용은 잠들다>에서는 어린 소년이 이러한 능력을 가졌고, <크로스 파이어>에서는 20대 중반의 여성이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는 어린 소년과 여성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많은 것 같아요. <용은 잠들다>의 청소년 버전의 초능력 미스터리라면, <크로스 파이어>는 성인 버전의 초능력 미스터리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용은 잠들다>에 비해 액션 장면이 많이 등장하더군요. 물론 중반 이후부터는 액션보다는 이야기에 치중을 하지만, 초반 준코의 연쇄방화사건은 굉장히 스펙터클하게 진행이 됩니다. 사실 이런 장면 묘사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새롭더군요. 범죄자를 잡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하는 준코, 그리고 그 당사자와 주변의 관찰자들에 대한 처단, 총기와 도주, 염력 방화 능력을 이용한 살해 등 암튼 무척 긴박하고 스펙터클하게 전개됩니다.

준코는 옥상에서 폭행당한 여성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그녀를 총으로 쏘아 죽인 제3의 인물은 누구일까? 그리고 초능력자 준코와 형사 치카코는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될까? 그리고 치카코에게 협력하는 듯한 인물들의 진짜 정체는? 사회악에 대항하는 초능력자 이야기라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등장할 여지가 없음에도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답게 곳곳에 이런 궁금증을 숨겨 놓습니다. 물론 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설을 끝까지 계속 읽게 만드는 요소로서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다음으로 미성년자들의 범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미야베 미유키의 기존 작품들과는 다르게 조금 냉정하더군요. 미성년자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는 내용도 없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해 가능한 동기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잔인한 범죄 행각도 경악할 정도이고요. 그러니까 사회악입니다. 소설 속 표현을 빌리자면 '쓰레기들'인 것입니다. 사회악은 사회악일 뿐,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범죄자의 범행 동기보다는 그 범죄자(사회악)를 대하는 방법의 차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초능력자 준코(와 가디언이라는 비밀단체)는 좀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그래서 폭주를 하기도 합니다. 범죄자들에 대해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형사 치카코(와 동료 마키하라)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고 해도 무조건 처형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사실 말과 행동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용서라는 말이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도 너무 크고요. 최단 거리로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과연 나쁘다고 말 할 수 있을지, 저는 확신하지 못하겠네요.

덧. 스티븐 킹 원작,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참고로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플라이』, 『비디오드롬』, 『폭력의 역사』, 『이스터 프라미스』, 『크래쉬』, 『네이키드 런치』 등의 주옥같은 걸작들을 엄청나게 만든 감독입니다), 그리고 소수의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크로스토퍼 월켄의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 『데드 존(The Dead Zone, 1983)』과 조금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인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처음에는 언론에 주목도 받고, 그 초능력을 이용하여 범죄를 해결하기도 하는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하는데, 점점 그 초능력으로 인해 괴로워하게 되고 고통스러워하게 됩니다. 이유는? 암튼 굉장히 비슷하더군요. 그러나 영화는 사실 그다지 재미는 없습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명성에는 조금 어울리지는 않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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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7-0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읽고 있는 중인데 로네리님 리뷰를 보니 새롭게 느껴지네요.^^
 
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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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 제2탄. 198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명문 '다카야나기 발레단'에서의 의문의 연속 살인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발레 무대가 배경입니다. 즉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인원 내에서 추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사실 사건은 조금 루즈하게 진행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가가 형사(및 수사팀)의 추리가 조금 늦다고 할까요? 뭔가가 발견되는 것이 늦습니다. 미국까지 수사팀을 보낼 정도입니다. 또한 독자가 추리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 없다고 할까요? 형사들이 수사를 해서 뭔가가 발견되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가가 형사의 추리도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가 많고요("가가는 멍하니 생각을 더듬다가 문득 눈이 번쩍 뜨인 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 이야기가 그렇게 된다면 실로 앞뒤가 딱 맞아떨어진다." 이런 표현들이 그렇습니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뭐 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각기 알맞은 자리에 채워 넣으면 될 뿐, 결코 반칙은 아닙니다.

<잠자는 숲>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가 「가가 형사 시리즈」에 얼마나 애정이 많은지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정당방위 살인사건과 객석 위에서의 (니코틴) 독살사건이 주요 사건인데, 과감하게 배팅을 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트릭 역시 빼놓을 수 없고요. 사실 이번 작품은 <졸업>에서의 그 '삼월화 살인게임'처럼 수학 논리적인 사고력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인간관계에 초점을 둔 추리라고 할까요? 결국 범행의 동기는 인간관계에 숨어 있습니다. 그 관계도를 파악하는 것이 물론 쉽지는 않죠. 그러니까 이번 작품은 트릭보다는 인간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파헤치는 사회파 미스터리 계열에 가까운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여담으로 <졸업>에서는 대학 동기와의 풋풋한 로맨스가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발레리나와의 조금 적극적인 로맨스가 있습니다(참고로 이 작품에서 가가 형사는 30세 전후로 나옵니다. 이미 교사를 그만 둔 상황입니다. 교사로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네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 소설에서의 가장 중요한 트릭,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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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7-0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별 3개! 썩 훌륭하진 않았나보군요;

로네리 2009-07-03 09:46   좋아요 0 | URL
3개 반인데... 반은 줄 수가 없어서 그냥 3개 줬습니다. 사실 4개를 줘도 크게 상관은 없어요.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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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가가 교이치로의 대학생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최근작 <붉은 손가락>을 가장 먼저 읽고, 다음으로 세 번째 작품 <악의>를 읽은 후에 첫 작품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을 읽었습니다. 보통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제 맛이지만 뒤죽박죽 읽어도 나름대로 재미있네요. 처음 <붉은 손가락>을 읽었을 때는 가가 형사라는 인물에 대해 잘 몰랐는데,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을 읽으니 가가 형사란 인물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도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는 다도의식인 설월화 의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본격 미스터리소설입니다. 그리고 청춘 미스터리소설이기도 하고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공계 출신이라는 말을 정말 하기 싫지만 이 소설의 트릭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이공계가 맞습니다. 수학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려는 분들에게는 유용한 학습서가 아닐까 싶어요(농담이 아닌 진담입니다). 설월화 살인 게임은 본 게임이고 워밍업 게임으로 백로장 밀실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백로장 살인사건의 트릭은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교수와 형사 구사나기' 시리즈를 생각나게 합니다. 어느 정도 사전지식을 갖추어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할까요? 설월화 의식 도중에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트릭은 사실 인내심을 갖고 풀면 풀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구요. 사실 일본의 다도 문화를 전혀 몰라서 무척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의외로 쉽더군요. 그래도 설월화 의식에 숨겨 놓은 트릭들은 무척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시 가가 교이치로로 돌아와서, 시리즈를 한 권이라도 읽으신 분들은 가가 형사가 교사 출신인 것을 알 겁니다. 왜 그가 교사가 되려고 했는지, 그리고 왜 그가 교사를 그만두고 형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번 작품을 읽고 나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의 연애관과 사랑, 우정. 시리즈의 시작, 시리즈의 주인공, 가가 형사라는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악의>나 <붉은 손가락>에서의 그의 멋진 활약들이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더 멋지고 그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것 같네요. 사실 멋진 영웅이라고 보기에는 힘듭니다. 그리고 어떤 특별한 매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검도는 잘 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가가 형사에 대한 그냥 애정 어린 잡설이었습니다.

청춘 미스터리, 본격 미스터리, 그리고 뭉클한 감동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소설의 특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작품입니다. 대학교 4학년생들의 풋풋한 학교생활(동아리, 커플, 단골 카페에서의 수다, 자취 생활 등등. 물론 졸업과 취업이라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을 보노라면 그립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잔인한 살인 사건과 청춘, 그 순수하고 풋풋함 사이에서의 이질감 때문에 책장을 덮고 나면 안도감보다는 슬픔이 찾아옵니다. 청춘으로부터의 졸업 의식은 확실히 고통과 아픔을 수반한다는 것 같아요. 살해 수법(트릭), 살인 동기 모두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습니다. 누가 도대체 왜 죽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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