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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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방화 능력(파이로키네시스)이라는 초능력과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결합시킨 초능력 미스터리입니다. 사이코메트리, 사이코메트리, 사이코키네시스(염동력) 등의 초능력자들이 등장함에도 초능력 자체의 신기함과 화려함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초능력자들의 불안과 고통, 외로움 등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대부분의 사회파 미스터리소설이 그렇듯이 그래서 읽고 나면 씁쓸한 여운이 남습니다. 초능력자가 범죄자(언론에서는 피해자라 부르는)를 살해하는 내용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사회악(미성년자,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묘사되어 있는데, 정말 처벌을 강화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잔인합니다.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거든요.)에 대한 처벌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들의 잔인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괜찮은가?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법 외적으로 이들을 처단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 것인가? 이런 의문점들이 초능력을 범죄자 처벌에 사용하는 준코와 연쇄살인방화사건을 뒤쫓는 형사 치카코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해결됩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용은 잠들다>에서 이미 초능력자를 등장시킨 적이 있죠. 바로 물건이나 사람에게 남겨진 어떤 기억을 읽어낼 수 있는 초능력(사이코메트리, psychometry)이 등장하죠. <용은 잠들다>에서는 어린 소년이 이러한 능력을 가졌고, <크로스 파이어>에서는 20대 중반의 여성이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는 어린 소년과 여성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많은 것 같아요. <용은 잠들다>의 청소년 버전의 초능력 미스터리라면, <크로스 파이어>는 성인 버전의 초능력 미스터리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용은 잠들다>에 비해 액션 장면이 많이 등장하더군요. 물론 중반 이후부터는 액션보다는 이야기에 치중을 하지만, 초반 준코의 연쇄방화사건은 굉장히 스펙터클하게 진행이 됩니다. 사실 이런 장면 묘사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새롭더군요. 범죄자를 잡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하는 준코, 그리고 그 당사자와 주변의 관찰자들에 대한 처단, 총기와 도주, 염력 방화 능력을 이용한 살해 등 암튼 무척 긴박하고 스펙터클하게 전개됩니다.

준코는 옥상에서 폭행당한 여성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그녀를 총으로 쏘아 죽인 제3의 인물은 누구일까? 그리고 초능력자 준코와 형사 치카코는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될까? 그리고 치카코에게 협력하는 듯한 인물들의 진짜 정체는? 사회악에 대항하는 초능력자 이야기라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등장할 여지가 없음에도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답게 곳곳에 이런 궁금증을 숨겨 놓습니다. 물론 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설을 끝까지 계속 읽게 만드는 요소로서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다음으로 미성년자들의 범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미야베 미유키의 기존 작품들과는 다르게 조금 냉정하더군요. 미성년자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는 내용도 없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해 가능한 동기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잔인한 범죄 행각도 경악할 정도이고요. 그러니까 사회악입니다. 소설 속 표현을 빌리자면 '쓰레기들'인 것입니다. 사회악은 사회악일 뿐,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범죄자의 범행 동기보다는 그 범죄자(사회악)를 대하는 방법의 차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초능력자 준코(와 가디언이라는 비밀단체)는 좀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그래서 폭주를 하기도 합니다. 범죄자들에 대해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형사 치카코(와 동료 마키하라)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고 해도 무조건 처형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사실 말과 행동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용서라는 말이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도 너무 크고요. 최단 거리로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과연 나쁘다고 말 할 수 있을지, 저는 확신하지 못하겠네요.

덧. 스티븐 킹 원작,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참고로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플라이』, 『비디오드롬』, 『폭력의 역사』, 『이스터 프라미스』, 『크래쉬』, 『네이키드 런치』 등의 주옥같은 걸작들을 엄청나게 만든 감독입니다), 그리고 소수의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크로스토퍼 월켄의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 『데드 존(The Dead Zone, 1983)』과 조금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인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처음에는 언론에 주목도 받고, 그 초능력을 이용하여 범죄를 해결하기도 하는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하는데, 점점 그 초능력으로 인해 괴로워하게 되고 고통스러워하게 됩니다. 이유는? 암튼 굉장히 비슷하더군요. 그러나 영화는 사실 그다지 재미는 없습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명성에는 조금 어울리지는 않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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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7-0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읽고 있는 중인데 로네리님 리뷰를 보니 새롭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