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탐정이 되다 인형 탐정 시리즈 1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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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화술 명탐정 인형 마리오가 등장하는 유머 미스터리 연작 단편집. 충격 잔인 미스터리 <살육에 이르는 병>과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네요. 유머라고는 하지만 조금 썰렁하다고 할까요? 인형 마리오와 복화술사 요시오, 그리고 유치원 선생 오무츠가 나름 개그를 날리는데 오래 전 유머라서 그런지 무척 썰렁합니다. 닭살스러운 멘트들도 많이 날리고요. 사실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명탐정 인형의 정체는 이중인격입니다. (인형) 마리오=(복화술사) 요시오. 인간의 모습을 띄고 있는 요시오는 무척 소심한 20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인형의 모습을 띄고 있는 마리오는 머리가 아주 좋은 소년이고요. 이중인격을 소재로 한 작품이기는 한데, 이게 또 조금 이상합니다. 암튼 이들(?)의 관계 자체가 미스터리하더군요. 명탐정 인형 마리오가 해결하는 사건은 조금 시시하게 보입니다(일상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잔인한 연쇄살인사건이 등장하지도 않고요. 분위기가 밝아서 그런지 굉장히 소소한 사건들로 보이기는 합니다). 토끼를 죽이고 유괴한 범인 찾기, 텐트 안에서 죽은 마술사의 범인 찾기(밀실살인사건), 꿈 에 등장하는 지크프리트에게 살해당한 남자의 범인 찾기(다잉 메시지), 인형 살해범 찾기(이런 인형이 살해당하기도 합니다) 등등 사람이 죽는 잔인한 상황인데, 이야기는 이상하게 코믹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니 사람이 죽어도 결코 무섭지는 않아요. 코믹과 트릭, 청춘소설(요시오와 오무츠의 러브 라인)의 뒤섞인 작품이라고 할까요? 개그는 썰렁하고, 트릭이나 반전 역시 조금은 식상하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확실히 있네요(참고로 1990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그러니 트릭이나 반전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유치원 선생 오무츠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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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밀리언셀러 클럽 10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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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두 번째 시리즈로 엽기적인 사이코 연쇄살인범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 ‘데니스 루헤인’하면 떠오르는 인간 불평등, 소외문제, 빈부격차, 계층 간의 갈등 등 사회 부조리한 문제는 겉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는 순수 악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할까요? 따라서 사립탐정 켄지와 제나로가 이번 작품에서는 무척 고생을 합니다. 도대체 범인을 알 수가 없으니까요. 시리즈의 시작인 <전쟁 전 한잔>에서도 사립탐정 켄지의 모습이 많이 그려졌는데, 이번 작품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에서는 켄지의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의 고통이나 상처까지도 건드리고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이며 내밀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할까요? 거대한 악의 뿌리 깊은 실체가 겉으로 드러나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꽤나 충격적입니다. 암튼 이번 시리즈에서의 사건은 켄지에게는 참으로 힘든 사건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물론 이 작품은 1996년에 발표되었고, 이런 내용의 추리/스릴러 소설은 너무 흔해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양들의 침묵>이나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등의 작품이 떠오르더군요. 이번 작품에서 연쇄살인범은 십자가형이라고도 불리는 책형으로 사람을 죽입니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사이코 연쇄살인마가 켄지와의 면담을 요청하면서 사건은 더욱 더 잔인해지며,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FBI와 경찰까지 연쇄살인범을 잡으려고 하지만, 범인은 과감하게 FBI와 경찰을 따돌리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켄지와 제나로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국의 사회 문제는 잠시 접어두셔도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 문제를 전혀 안 건드린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성소수자 문제나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빈부격차는 사건의 꽤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정치적인 해석도 가능한데, 사건의 핵심은 개인이 소속된 사회 내에서의 욕망이 아닐까 싶네요. 거대한 악의 실체는 결국 그런 인간들의 명예욕이나 허영심 등의 끝없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켄지 & 제나로 시리즈》는 <전쟁 전 한잔>을 시작으로 <비를 바라는 기도>까지 총 다섯 작품이 발표되었습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꼭 순서대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저는 뒤죽박죽으로 읽었습니다. 물론 각각의 시리즈는 시리즈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켄지와 제나로가 엄청난 사건에 부딪히고 해결하면서 점점 변화되는 모습, 그리고 부바나 데빈 등의 친구들과의 관계 등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릅니다. 또한 켄지와 제나로의 연애 감정의 변화도 이 시리즈의 큰 재미이거든요. 순서대로 읽어야 확실히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이번 작품에서는 부바와 데빈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사실 켄지를 잘 도와주지 않는 경찰 데빈을 조금 싫어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꽤 괜찮게 나오더군요. 무슨 이유로 이들의 관계가 틀어졌는지 그런 소소한 재미를 찾는 것도 이 시리즈의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첫 작품이 가장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라, 아이야, 가라>, <비를 바라는 기도> 등이 저는 더 좋았습니다. 이번 작품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는 추리/스릴러소설로서의 장르적인 재미는 확실히 있지만, 데니스 루헤인 작품의 색깔은 조금 덜한 것 같거든요. 물론 켄지와 제나로가 가장 고생하는 시리즈이기는 합니다(<신성한 관계>는 아직 못 읽어봐서 확신은 못하지만요). 암튼 이 시리즈는 후에 <신성한 관계>가 출간되면, 순서대로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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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매지컬 - 살육기술의 니오우노미야 남매, Faust Novel 헛소리꾼 시리즈 5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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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트노벨 성향이 강한 본격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접한 《헛소리 시리즈》, 추리적인 요소는 점점 줄어들고, 판타지적(라이트노벨 성향)인 요소는 점점 늘어나는 것 같네요. 시리즈의 처음인 <잘린 머리 사이클>은 밀폐된 공간에서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밀실살인의 트릭과 알리바이 등을 해체하는 나름 추리적인 요소와 재미가 많았는데, 이거 점점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그리고 스토리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결말에 대한 우려가 생기더군요(만화 「간츠」가 연상되더군요). 물론 이 작품을 (다섯 번째 시리즈까지 읽은 시점에서) 본격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읽는 독자들은 별로 없겠지만요. 니시오 이신이 구축한 (살인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세계, 그 이상한 세계를 살아가는 다양한 캐릭터들, 이 두 가지의 재미 때문에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나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야기꾼) ‘나’의 마지막 결말, 그리고 그와 엮인 다양한 인물들의 마지막 역시 궁금하고요. 암튼 《헛소리 시리즈》는 독자를 차별합니다. 니시오 이신이 창조한 세계에 적응하는 독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오락이라고 할까요?

  헛소리꾼 이짱(나)과 살육기술의 니오우노미야 남매의 만남. 주인공 이짱은 이상한 인간들만 만납니다. 필연이자 인연(악연)이며 스토리를 이어나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이자 도구이죠. 이짱은 그런 이상한 살인자들 밖에는 만날 수가 없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가기 위해서는 말이죠. 허풍쟁이(라고 저는 부르고 싶은), ‘키가미네 야쿠’라는 생물학 조교수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습니다(모니터 요원). 물론 몇 명의 모니터 요원이 더 필요하고요. 그래서 이짱은 같은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함께 외딴 곳의 실험실로 찾아갑니다. 암튼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황당한 연구와 믿지 못할 등장인물의 등장, 마지막으로 어이없는 살인사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주인공 이짱. 이곳에 트릭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건 후 마주치게 되는 정체모를 (이짱이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 난봉꾼. 이 난봉꾼의 등장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 같은데, 스토리의 주인공과 독자들에게 시비를 겁니다. 아마 이 난봉꾼의 활약은 시리즈의 마지막 <모든 것의 래디컬>에서 드러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물론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독자의 무지와 오해가 원인이겠지만요)로 추리적인 요소는 빈약합니다. 또한 스토리나 플롯 자체도 조금 엉성하고 유치합니다. 사실 사건이라고 부를만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요. 그냥 외딴 곳(밀실은 아닙니다)에서 사람이 죽고,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고, 마지막으로 유인해서 싸웁니다. 정말 간단하죠? 잘 짜인 이야기나 뭔가 묵직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과감하게 패스하세요(물론 저는 이 시리즈가 절대 가볍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표현은 가벼울지 모르지만, 곱씹어보면 나름 의미 있는 주제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그 주제에 깊이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주인공 이짱이 자주하는 대사처럼 그냥 “헛소리”이니까요). 역시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데, 니시오 이신이 구축한 캐릭터와 세계에 빠져들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또한 장난식의 이야기나 미소녀 캐릭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요(미소녀들이 정말 예쁩니다. 따라서 그녀들이 죽을 때는 너무나 슬픕니다. 작가의 잔인함에 분노합니다. 물론 이 말은 헛소리가 아닌 진심입니다. 미소녀를 살려내라!).

  니시오 이신이 구축한 세계와 캐릭터 말고도 이 시리즈가 재미있는 것은 바로 작가의 스토리에 대한 개입입니다. 주인공 이짱은 무척 나약합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전투력은 제로라는 얘기인데, 이상하게 엄청난 사건 속에서도 계속 살아남습니다. 주변의 강한 적들은 모두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저 자식이 왜 아직까지 살아남은 거지?’ 전투력 제로의 주인공 이짱이 죽으면 헛소리 시리즈의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짱은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건 이짱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 같고요. 작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등장인물의 말이나 생각을 통해서 넌지시 암시합니다. 사실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에 갑자기 작가 본인이 등장하여, “이 이야기는 모두 뻥입니다!”(물론 이야기 자체는 원래 허구이지만, 그래도 독자들은 이야기 내에서는 ‘진짜’라고 믿고 싶어 하잖아요) 이번 <카니발 매지컬>에서 그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옵니다. 특히 난봉꾼의 등장으로 더욱 더 이런 황당한 이야기 자체에 의심이 가고요. 과연 작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낼까요? 낚시도 이런 낚시가 없습니다. 결국 시리즈의 마지막 <모든 것의 래디컬>을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닌 이야기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알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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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 카가미 료코와 변화하는 밀실
사토 유야 지음, 주진언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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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미 료코와 변화하는 밀실

  저는 19금 판정을 받은 일본 추리공포소설이 참으로 좋습니다(잡담으로 시작). 일본의 유명 라이트노벨 작가하면 역시나 오츠 이치(?), 사토 유야, 니시오 이신이죠. 그 중에서도 가장 기괴하고 이상하며 잔인한 스토리에 있어서는 단연 사토 유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목과 부제, 그리고 목차부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먹고 싶은 월요일’, ‘죽고 싶은 수요일’, ‘저지르고 싶은 토요일’ 등 각 장의 제목이 독특해서 의미를 파악하려고 하였으나 포기, 그냥 별 의미 없는 표현이라 이해하고 넘어감. 그래야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 <플리커 스타일>의 주인공 카가미 키미히코의 누나인 고등학교 2학년생 카가미 료코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카가미 가(家)의 7남매들의 연작 스토리》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세 번째는 차남인 카가미 소지가 등장하는 <수몰 피아노>(출간), 마지막은 <카가미 자매의 나는 교실>입니다.

  <플리커 스타일>의 주인공 카가미 키미히코가 살인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누나 카가미 료코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속해 있는 2학년 B반에 기이한 인간들이 모이면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공작실에서 발생한 밀실살인 사건. 밀실살인 사건은 이 이야기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이야기의 재미 측면에서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도 합니다.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B반의 모든 친구들에게 학대(강간) 당하는 소녀, 인육(살인)을 먹는 소녀, 그리고 도플갱어에게 공격을 당하는 소녀까지 등장인물들이 모두 비현실적이고,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시점은 왔다 갔다 하고, 수수께끼는 더욱더 깊어집니다. 도대체 왜? 잔인함 이면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 궁극적인 동기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이야기는 점점 더 이상해지고, 결말은 짐작조차 되지가 않습니다. 사실 예언자가 등장하는 것부터가 조금은 비현실적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들은 조금은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비현실과 현실의 교차, 그리고 모호한 경계, 예측할 수 없는 결말, 감정을 배제한 잔인함(잔인한 유머라고 해야 할까요?) 등등 암튼 상상하지 마세요. 보기 좋게 배반당합니다. 공포소설이기도 하고 추리소설이기도 한데, 작가는 장르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자꾸 정해진 스토리를 벗어나려고 합니다(이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악취미. 예, 그렇습니다. 지독한 악취미입니다. 코스튬 플레이(코스프레) 이야기도 등장하고 건담, 사무라이 트루퍼, 데밀맨 등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도 대거(?) 등장합니다. 지독한 악취미를 가진 오타쿠들을 위한 공포 추리소설이라고나 할까요? 유쾌하기도 불유쾌하기도 합니다. 사토 유야는 원래 좋아하는 작가였는데, 이 작품을 읽고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암튼 마구 저지르고 싶거나 망가지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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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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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에 과연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헤어졌을까? 달콤 쌉싸름한 청춘 연애소설을 연상시키는 제목 때문에 오해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연애소설은 절대 아닙니다. 본격 미스터리소설이지만 내용이나 형식이 조금은 파격적입니다. 미치오 슈스케는 항상 이런 파격과 충격을 즐기는 것 같아요. 이 달콤 쌉싸름한 제목의 소설은 설명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힘들고 애매한 작품입니다. 『섀도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냥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틀에 박힌 미스터리가 아닌 새로운 미스터리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역시나 일독을 권합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2007년 제7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 『섀도우』에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년이 보는 남녀의 섹스 장면과 그를 누군가 지켜보는 아이, 그리고 병을 들고 이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누군가가 등장합니다. 환상일까? 현실일까? 도대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불가해 한 장면과 이야기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서서히 밝혀지는 감추어진 비밀과 진실들.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에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 작품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도 그런 불가해 한 장면과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읽고 있는 것일까?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지만 책장은 계속 넘기게 됩니다.

  주인공인 초등학교 4학년 미치오는 부모님과 여동생 미카와 함께 생활합니다. 미치오는 여름 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친구 S의 결석 때문에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S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S의 집에 있는 것은 S의 시체 뿐. 선생님에게 알리려고 학교에 왔다 다시 찾아갔으나 시체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동네에서 발생하는 고양이와 개의 연속 살해 사건. 주인공 미치오는 동생 미카와 ‘그것’과 함께 범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참으로 쉽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문장들. 작가가 독자를 데리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요? 세 살 아이가 너무 똑똑합니다. 그리고 거미가 말을 합니다. ‘환생’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미치오의 어머니는 미치오에게(자기 자식에게) “너는 몹시 기분 나쁘고 음침하다.”고 말을 합니다. 제 정신이 박힌 어머니라면 자기 자식에게 기분 나쁘고 음침하다는 말은 안 하죠? 뭔가 어긋나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무척 어긋나 있어요. 그런데 어긋난 이야기 속에서 거미로 환생한 친구 S를 죽인 실제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재미있어지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사이코서스펜스, 판타지소설, 공포소설, 본격 미스터리가 뒤죽박죽. 장르 자체가 애매하고 불투명합니다(물론 본격 미스터리로 분류할 수는 있겠네요).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사건의 동기와 트릭도 밝혀야 하고요. 그런데 부조리하거나 이해 불가한 상황 설정과 그것들에 의해서 이끌려가는 이야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건이 과연 해결되는 할까요? 선배 미스터리 작가들의 능력을 흡수하면서도 비틀고, 재해석하면서 전혀 의외의 결과를 내 놓습니다.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조금 있을 수도 있습니다(일반 독자들보다는 추리소설 매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추리소설 매니아들도 이런 소설은 당황스럽거든요. 사실『섀도우』도 약간은 그런 작품이었죠). 이 소설은 친구 S를 죽인 범인을 잡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범인은 결국 잡힙니다. 그 과정은 부조리하고 이해 불가할지 모르나 결말은 깔끔합니다. “뭐야?”로 시작했다가 “아하!”로 끝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결말은 쓸쓸합니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인간과 이야기에 관한 추리소설입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자체만으로 이 소설은 충분히 감동을 주고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등장인물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와 매력 아닐까 싶네요. 주인공 미치오는 이야기를 만들었다가 해체하고 파괴합니다. 아니 사람 죽인 범인을 잡는 추리소설에 웬 뚱딴지같은 '이야기' 소리냐? 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제가 말한 것이 아마 이해가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의미에서 이 소설은 ‘이야기’의 진실과 허구성을 진지하게 들여다 본 이색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네요. 읽을거리도 재미있는 요소들도 많고 던지는 메시지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독특하고 파괴적인 추리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살짝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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