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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매지컬 - 살육기술의 니오우노미야 남매, Faust Novel ㅣ 헛소리꾼 시리즈 5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라이트노벨 성향이 강한 본격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접한 《헛소리 시리즈》, 추리적인 요소는 점점 줄어들고, 판타지적(라이트노벨 성향)인 요소는 점점 늘어나는 것 같네요. 시리즈의 처음인 <잘린 머리 사이클>은 밀폐된 공간에서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밀실살인의 트릭과 알리바이 등을 해체하는 나름 추리적인 요소와 재미가 많았는데, 이거 점점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그리고 스토리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결말에 대한 우려가 생기더군요(만화 「간츠」가 연상되더군요). 물론 이 작품을 (다섯 번째 시리즈까지 읽은 시점에서) 본격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읽는 독자들은 별로 없겠지만요. 니시오 이신이 구축한 (살인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세계, 그 이상한 세계를 살아가는 다양한 캐릭터들, 이 두 가지의 재미 때문에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나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야기꾼) ‘나’의 마지막 결말, 그리고 그와 엮인 다양한 인물들의 마지막 역시 궁금하고요. 암튼 《헛소리 시리즈》는 독자를 차별합니다. 니시오 이신이 창조한 세계에 적응하는 독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오락이라고 할까요?
헛소리꾼 이짱(나)과 살육기술의 니오우노미야 남매의 만남. 주인공 이짱은 이상한 인간들만 만납니다. 필연이자 인연(악연)이며 스토리를 이어나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이자 도구이죠. 이짱은 그런 이상한 살인자들 밖에는 만날 수가 없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가기 위해서는 말이죠. 허풍쟁이(라고 저는 부르고 싶은), ‘키가미네 야쿠’라는 생물학 조교수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습니다(모니터 요원). 물론 몇 명의 모니터 요원이 더 필요하고요. 그래서 이짱은 같은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함께 외딴 곳의 실험실로 찾아갑니다. 암튼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황당한 연구와 믿지 못할 등장인물의 등장, 마지막으로 어이없는 살인사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주인공 이짱. 이곳에 트릭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건 후 마주치게 되는 정체모를 (이짱이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 난봉꾼. 이 난봉꾼의 등장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 같은데, 스토리의 주인공과 독자들에게 시비를 겁니다. 아마 이 난봉꾼의 활약은 시리즈의 마지막 <모든 것의 래디컬>에서 드러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물론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독자의 무지와 오해가 원인이겠지만요)로 추리적인 요소는 빈약합니다. 또한 스토리나 플롯 자체도 조금 엉성하고 유치합니다. 사실 사건이라고 부를만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요. 그냥 외딴 곳(밀실은 아닙니다)에서 사람이 죽고,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고, 마지막으로 유인해서 싸웁니다. 정말 간단하죠? 잘 짜인 이야기나 뭔가 묵직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과감하게 패스하세요(물론 저는 이 시리즈가 절대 가볍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표현은 가벼울지 모르지만, 곱씹어보면 나름 의미 있는 주제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그 주제에 깊이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주인공 이짱이 자주하는 대사처럼 그냥 “헛소리”이니까요). 역시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데, 니시오 이신이 구축한 캐릭터와 세계에 빠져들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또한 장난식의 이야기나 미소녀 캐릭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요(미소녀들이 정말 예쁩니다. 따라서 그녀들이 죽을 때는 너무나 슬픕니다. 작가의 잔인함에 분노합니다. 물론 이 말은 헛소리가 아닌 진심입니다. 미소녀를 살려내라!).
니시오 이신이 구축한 세계와 캐릭터 말고도 이 시리즈가 재미있는 것은 바로 작가의 스토리에 대한 개입입니다. 주인공 이짱은 무척 나약합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전투력은 제로라는 얘기인데, 이상하게 엄청난 사건 속에서도 계속 살아남습니다. 주변의 강한 적들은 모두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저 자식이 왜 아직까지 살아남은 거지?’ 전투력 제로의 주인공 이짱이 죽으면 헛소리 시리즈의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짱은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건 이짱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 같고요. 작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등장인물의 말이나 생각을 통해서 넌지시 암시합니다. 사실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에 갑자기 작가 본인이 등장하여, “이 이야기는 모두 뻥입니다!”(물론 이야기 자체는 원래 허구이지만, 그래도 독자들은 이야기 내에서는 ‘진짜’라고 믿고 싶어 하잖아요) 이번 <카니발 매지컬>에서 그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옵니다. 특히 난봉꾼의 등장으로 더욱 더 이런 황당한 이야기 자체에 의심이 가고요. 과연 작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낼까요? 낚시도 이런 낚시가 없습니다. 결국 시리즈의 마지막 <모든 것의 래디컬>을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닌 이야기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알기 위해서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