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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ㅣ 밀리언셀러 클럽 10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두 번째 시리즈로 엽기적인 사이코 연쇄살인범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 ‘데니스 루헤인’하면 떠오르는 인간 불평등, 소외문제, 빈부격차, 계층 간의 갈등 등 사회 부조리한 문제는 겉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는 순수 악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할까요? 따라서 사립탐정 켄지와 제나로가 이번 작품에서는 무척 고생을 합니다. 도대체 범인을 알 수가 없으니까요. 시리즈의 시작인 <전쟁 전 한잔>에서도 사립탐정 켄지의 모습이 많이 그려졌는데, 이번 작품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에서는 켄지의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의 고통이나 상처까지도 건드리고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이며 내밀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할까요? 거대한 악의 뿌리 깊은 실체가 겉으로 드러나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꽤나 충격적입니다. 암튼 이번 시리즈에서의 사건은 켄지에게는 참으로 힘든 사건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물론 이 작품은 1996년에 발표되었고, 이런 내용의 추리/스릴러 소설은 너무 흔해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양들의 침묵>이나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등의 작품이 떠오르더군요. 이번 작품에서 연쇄살인범은 십자가형이라고도 불리는 책형으로 사람을 죽입니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사이코 연쇄살인마가 켄지와의 면담을 요청하면서 사건은 더욱 더 잔인해지며,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FBI와 경찰까지 연쇄살인범을 잡으려고 하지만, 범인은 과감하게 FBI와 경찰을 따돌리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켄지와 제나로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국의 사회 문제는 잠시 접어두셔도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 문제를 전혀 안 건드린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성소수자 문제나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빈부격차는 사건의 꽤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정치적인 해석도 가능한데, 사건의 핵심은 개인이 소속된 사회 내에서의 욕망이 아닐까 싶네요. 거대한 악의 실체는 결국 그런 인간들의 명예욕이나 허영심 등의 끝없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켄지 & 제나로 시리즈》는 <전쟁 전 한잔>을 시작으로 <비를 바라는 기도>까지 총 다섯 작품이 발표되었습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꼭 순서대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저는 뒤죽박죽으로 읽었습니다. 물론 각각의 시리즈는 시리즈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켄지와 제나로가 엄청난 사건에 부딪히고 해결하면서 점점 변화되는 모습, 그리고 부바나 데빈 등의 친구들과의 관계 등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릅니다. 또한 켄지와 제나로의 연애 감정의 변화도 이 시리즈의 큰 재미이거든요. 순서대로 읽어야 확실히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이번 작품에서는 부바와 데빈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사실 켄지를 잘 도와주지 않는 경찰 데빈을 조금 싫어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꽤 괜찮게 나오더군요. 무슨 이유로 이들의 관계가 틀어졌는지 그런 소소한 재미를 찾는 것도 이 시리즈의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첫 작품이 가장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라, 아이야, 가라>, <비를 바라는 기도> 등이 저는 더 좋았습니다. 이번 작품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는 추리/스릴러소설로서의 장르적인 재미는 확실히 있지만, 데니스 루헤인 작품의 색깔은 조금 덜한 것 같거든요. 물론 켄지와 제나로가 가장 고생하는 시리즈이기는 합니다(<신성한 관계>는 아직 못 읽어봐서 확신은 못하지만요). 암튼 이 시리즈는 후에 <신성한 관계>가 출간되면, 순서대로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