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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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가 이런 고전 걸작은 잘 발굴하는 것 같아요. 출판사는 마음에 안 들지만, 워낙 좋은 미스터리들을 국내에 많이 소개해서 미워할 수 없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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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그래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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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고쿠 나쓰히코의 최근작, 그리고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 요괴와 미스터리, 충격적인 반전, 암튼 그러한 것이 없어서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고쿠 나쓰히코만의 색깔은 확실히 있는 작품이네요. 교고쿠도의 장광설까지는 아지만, 사건 관계자들을 주인공(어느 청년)이 만나 “죽지그래?” 이후 내뱉는 독설은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기존의 교고쿠 나쓰히코의 소설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느 젊은 여성 아사미가 죽습니다. 청년 겐야는 그 여성과 관련된 인물들(애인, 엄마, 옆집 여자, 직장 상사 등)을 만나 인터뷰를 합니다. 이 겐야라는 청년은 아사미라는 여자를 네 번 밖에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아사미라는 여자는 어떤 여자였습니까?” 그 청년이 만나는 관계자들의 시점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즉, 시점이 계속 바뀝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바라 본 아사미라는 여자는 과연 어땠을까? 과연 그녀는 누구이고, 어떠한 삶을 살다가 죽게 되었을까? 순수한 호기심이 이후 등장인물들을 만나면서 슬프게, 그리고 절망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사미와 관계된 사람들은 모두 불평불만을 이 낯선 청년에게 풀어 놓습니다. 내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가 쓰레기라서 그렇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 나보다 못한 동료가 성공한다, 너무나 불합리하다,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를 괴롭히냐? 왜 이해를 해 주지 않느냐? 그리고 그 여자 아사미의 죽음은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런 온갖 핑계를 늘어놓습니다. 듣기 싫습니다. 짜증납니다. 한 대 때리고 싶습니다. 청년은 말합니다. “죽지그래?” 그렇게 힘들면 그냥 죽지그래? 그런데 죽어도 이 관계자들은 죽기는 싫다고 말합니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이래도 불행하고, 저래도 불행하고… 모두 남 탓만 하고… 이래서야 사는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암튼 이 부분(“죽지그래?” 이후) 정말 좋습니다. 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더군요.

  그렇다면, 이 청년 겐야가 그렇게 알고 싶었던, 아사미라는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요? 그리고 그 여자는 왜 죽었을까요? 마지막에 그 비밀이 밝혀집니다. 이 소설은 (교고쿠 나쓰히코의 소설 대부분이 그렇지만. 요괴 이야기라도 결국에는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죠)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다보니 결말이 뭔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해하기 힘듭니다. 차라리 요괴가 이해하기 쉽지, 인간의 마음은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책장을 덮어도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확실한 결말(?)은 아니거든요. 열심히 살아라! 뭐 이런 교훈 정도는 얻을 수 있겠네요. 교고쿠 나쓰히코의 이런 변화, 괜찮네요. 뭐 교고쿠도 시리즈에 비해서는 아쉽지만, 그래도 재미있네요. 요괴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읽으신다면 실망, 인간 심리를 관찰한다는 자세로 읽으면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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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의 신부
노나미 아사 지음, 이가림 옮김 / 창우BOOK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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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가 유하 감독, 송강호, 이나영 주연으로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습니다(제목은 《하울링》). 사실 원작 『얼어붙은 송곳니』를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자연 발화라는 소재와 서스펜스와 긴장감, 마지막의 반전은 좋았습니다. 암튼 읽을 만한 작품입니다. 그런 기대감을 살짝 갖고 이번 작품 『6월 19일의 신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죽어도 잊지 않아』도 괜찮았고요. 소재는 (제게 있어) 흥미로우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은 미스터리보다는 심리 서스펜스 쪽이라서 저하고는 살짝 궁합이 안 맞는 듯. 이번 작품 『6월 19일의 신부』는 6월 19일에 결혼을 하기로 한 치히로라는 한 여성이 교통사고로 인해 기억 상실증에 걸립니다. 그녀가 깨어난 곳은 웬 낯선 남자의 오피스텔. 그리고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오로지 6월 19일이라는 날짜. 그녀의 노력과 어떤 사건들에 의해서 그녀는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진짜(?) 그녀와 마주하게 되고요. 스토리상으로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얘기 했지만, 미스터리보다는 심리/서스펜스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흘러가는지라 뭔가 추리하는 재미는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밝혀지는 비밀이나 뭐 그런 것도 딱히 충격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 예상도 가능합니다. “하나씩 드러나는 그녀의 놀라운 과거, 그리고 애절한 결말!” 이 문구에 혹해서 읽었는데… 딱히 놀랍지도 않고, 애절하지도 않네요. 무난했습니다. 추리적인 재미가 조금 덜할 뿐, 긴장감과 서스펜스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 여성의 혼란스러운 심리 묘사도 괜찮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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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성 살인사건 미스터리랜드 2
우타노 쇼고 지음, 양수현 옮김, 아라이 료오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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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밀실살인게임 2.0』으로 두 번이나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받고, 심지어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로는 3관왕까지 했죠. 본격 미스터리작가로서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한 믿음 때문에 아동용 미스터리 시리즈임에 불구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우려감은 ‘역시나’ 하는 감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우타노 쇼고는 ‘밀실에서의 시체 소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1반 친구들(자칭 51분서 수사1과 형사)이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아동용 추리소설답게 그냥 시체가 사라지는 정도(물론 그 전에 축구공과 어느 여자도 그 방에서 사라지지만)만 다루고 있습니다. 암튼 트릭 자체만 놓고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그저 그런 시시한 트릭은 아닙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트릭이라고 할까요?(물론 어른이라도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면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서로 싸우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옛 추억에 젖을 수 있어서 좋았고요(마지막 개미 경주 이야기의 해답과 역시나 작가 후기에 실린 밀실에서 아버지가 사라진 사건을 다룬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아동용 미스터리라고 우습게 볼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잔혹한 연쇄살인, 미친 사이코패스 등의 성인 취향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사족으로 글씨가 크고, 그림도 있어서 읽기에는 무지 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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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귀결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3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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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의 완결편입니다. 서술 트릭만을 유독 고집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착의 귀결』에는 주인공인 추리소설 작가 야마모토 야스오가 등장합니다. 작가의 분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실 해설도 바로 이 야마모토 야스오가 썼습니다) 오리하라 이치와 정말 비슷합니다(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밀실트릭과 서술트릭을 교묘하게 결합시켰고, 앞으로 읽고(「목매다는 섬」), 뒤로도 읽을 수 있는(「감금자」)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설의 가운데는 봉인되어 있고요. 이 부분을 읽으면 왜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더욱 헷갈릴 수도 있고요. 뫼비우스의 띠라고 해야 할까요? 무한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목매다는 섬」을 읽고, 「감금자」 이야기를 읽은 후 봉인된 해결편을 읽고, 다시 처음부터 「목매다는 섬」(또는 「감금자」)을 읽어도 됩니다. 즉, 이야기의 끝이 없습니다. 계속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암튼 무척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물론 디테일하게 작품을 분석하면 살짝 모순을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고민이 되더군요. 그리고 『도착의 론도』와 『도착의 사각』과도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특히나 『도착의 사각』은 스토리의 연결점이 더 많습니다. 『도착의 사각』만은 읽고 이 책을 읽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도착 시리즈》에서 벌려 놓은 이야기들을 이 작품에서 완결을 짓습니다(2002년도에 다른 시리즈가 나왔다고 하는데, 이 작품과의 연관성은 잘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서술트릭을 주로 구사하는 작가인지라 시점을 자주 활용합니다. 다른 작품들도 다중시점이나 고백, 편지 등의 형식을 많이 차용했죠.  이번 작품 「감금자」에서도 그러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목매다는 섬」은 밀실트릭을 사용했고, 「감금자」는 서술트릭을 사용했습니다. 「목매다는 섬」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가 연상되는 기이하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감금자」라는 작품. 요코미조 세이시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비슷함). 그리고 「감금자」는 오리하라 이치 작가 자신의 창작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글로 생각됨. 『도착의 사각』에 대한 다시 한 번 비틀기, 서술트릭, 그리고 또 다시 무한 반복되는 악몽. 암튼 그러한 모든 것을 이번 작품에서 완전히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디테일하게 작품을 파고들기보다는 오리하라 이치가 구축한 도착적인 세계를 느긋하게 구경하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이 작품을 읽고 오리하라 이치의 서술트릭에 대한 강한 집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집스러운 작가가 아닐까 싶네요. 사실 서술트릭은 굉장히 제한적인 기법인데, 자가 반복이건 복제건 창작해 내는 능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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