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의 귀결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3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의 완결편입니다. 서술 트릭만을 유독 고집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착의 귀결』에는 주인공인 추리소설 작가 야마모토 야스오가 등장합니다. 작가의 분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실 해설도 바로 이 야마모토 야스오가 썼습니다) 오리하라 이치와 정말 비슷합니다(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밀실트릭과 서술트릭을 교묘하게 결합시켰고, 앞으로 읽고(「목매다는 섬」), 뒤로도 읽을 수 있는(「감금자」)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설의 가운데는 봉인되어 있고요. 이 부분을 읽으면 왜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더욱 헷갈릴 수도 있고요. 뫼비우스의 띠라고 해야 할까요? 무한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목매다는 섬」을 읽고, 「감금자」 이야기를 읽은 후 봉인된 해결편을 읽고, 다시 처음부터 「목매다는 섬」(또는 「감금자」)을 읽어도 됩니다. 즉, 이야기의 끝이 없습니다. 계속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암튼 무척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물론 디테일하게 작품을 분석하면 살짝 모순을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고민이 되더군요. 그리고 『도착의 론도』와 『도착의 사각』과도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특히나 『도착의 사각』은 스토리의 연결점이 더 많습니다. 『도착의 사각』만은 읽고 이 책을 읽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도착 시리즈》에서 벌려 놓은 이야기들을 이 작품에서 완결을 짓습니다(2002년도에 다른 시리즈가 나왔다고 하는데, 이 작품과의 연관성은 잘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서술트릭을 주로 구사하는 작가인지라 시점을 자주 활용합니다. 다른 작품들도 다중시점이나 고백, 편지 등의 형식을 많이 차용했죠.  이번 작품 「감금자」에서도 그러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목매다는 섬」은 밀실트릭을 사용했고, 「감금자」는 서술트릭을 사용했습니다. 「목매다는 섬」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가 연상되는 기이하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감금자」라는 작품. 요코미조 세이시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비슷함). 그리고 「감금자」는 오리하라 이치 작가 자신의 창작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글로 생각됨. 『도착의 사각』에 대한 다시 한 번 비틀기, 서술트릭, 그리고 또 다시 무한 반복되는 악몽. 암튼 그러한 모든 것을 이번 작품에서 완전히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디테일하게 작품을 파고들기보다는 오리하라 이치가 구축한 도착적인 세계를 느긋하게 구경하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이 작품을 읽고 오리하라 이치의 서술트릭에 대한 강한 집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집스러운 작가가 아닐까 싶네요. 사실 서술트릭은 굉장히 제한적인 기법인데, 자가 반복이건 복제건 창작해 내는 능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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