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는 고헤이지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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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뜨기, 유령이라고도 불리는 엿보는 고헤이지와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오쓰카(부부의 인연은 아니나 그냥 함께 살고 있음), 그리고 고헤이지와 함께 지방 공연을 떠나는 동료들 다쿠로, 가센. 그리고 지방 공연에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인연들, 악당들. 헛방에 숨어서 몰래 아내(?)를 엿보는 고헤이지. 살아 있으나 죽어 있고, 죽어 있으나 살아 있는… 피부는 생과 사를 구분하는 얇은 막일뿐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숨만 쉬고 사는 고헤이지. 이 작품은 굉장히 어렵습니다(제16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수상작). 유명 문학상 수상작이라서 그런 걸까요? 추리소설의 느낌이 매우 엷습니다. 고헤이지나 주변 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을 보노라면 쉽게 이해하기 힘듭니다. 범인으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그들의 행동. 그래서 이 작품은 무척 어렵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바뀝니다(소제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개개인의 과거와 그들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이유. 그래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연과 우연,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어떤 감정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냥 그런 것입니다. 내용은 무척 어려운데, 이상하게 재미는 있습니다. 묘합니다. 《항설백물어》 시리즈의 주인공인 변장술의 달인 지헤이가 등장합니다(소악당 마타이치도 살짝 등장은 하나 메인으로 등장하지는 않음). 《항설백물어》 시리즈의 전 이야기 같더군요(지헤이가 아내와 자식을 잃고, 산속에 은거할 때 미타이치를 만나 처음으로 꾸미는 사건이거든요). 오쓰카와 고헤이지의 묘한 관계,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해가 되더군요.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외치면서 고헤이지가 보는 앞에서 외간 남자랑 정사를 하는 오쓰카. 그녀의 감정이 이해가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백귀야행》 시리즈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매력이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교고쿠도의 장광설보다 더 어렵더군요. 인간의 마음을 더 깊게 파고드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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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의 문제 진구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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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변호사 고진 시리즈와는 다르게 풋풋한 애인 해미와 알콩달콩 연애 하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진구 시리즈입니다. 해미라는 여신(?)의 노예로서 기꺼이 어렵고 돈이 안 되는 사건도 척척 맡아서 멋지게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총 7개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 작품집으로 해미와 진구의 첫 만남부터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의 고진 변호사와의 만남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신자살>, <어둠의 변호사> 등의 작품만큼이나 재미있습니다. 트릭도 기발하고 문장도 안정성이 있으며, 풋풋한 연애까지 매우 한국적인 대중 추리소설 작품집이 아닐까 싶네요.


  표제작이기도 한 <순서의 문제>는 대리운전을 하던 진구에게 어느 손님이 원주 버스터미널에서 자신이 준 핸드폰으로 자신에게 연락을 하라는 이상한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뭔가 수상합니다. 그래도 돈이 생기니 기쁜 마음에 맡을 일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그 의뢰인의 의붓아버지가 자살했다는 소식과 친어머니가 종교에 미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범죄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진구의 첫 사건이 시작됩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서와 관련된 알리바이 트릭에 대한 작품입니다. 회사에서 철야를 하던 범인이 어떻게 의붓아버지를 죽일 수 있었을까? 트릭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그리고 진구라는 캐릭터도 잘 만든 작품이고요.


  <대모산은 너무 멀다>는 해미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떤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무신경한 남자 친구 진구의 관심을 끌려고 해미가 이야기를 꺼내는데, 역시나 범죄의 냄새를 느낍니다. 소품격인 작품으로 진구의 뛰어난 추리력과 행동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막간: 마추피추의 꿈> 역시 소품격인 작품입니다. 해미와 진구는 앞에 사건에서 받은 보상금으로 마추피추로 여행을 갑니다. 그러나 여행 당일 늦잠을 잔 진구는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공항에 먼저 도착한 진구? 과연 어떻게? 트릭으로서는 조금 심신한 작품. 그러나 진구와 해미의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은 귀엽더군요.


  <티켓다방의 죽음>은 중편입니다. 그리고 묵직합니다. 트릭도 기발하고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역시나 사건은 해미가 가져옵니다. 해미의 먼 외삼촌 양문요가 충청북도 영동군의 작고 허름한 여관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사인은 자살. 6억이라는 보험금은 자살이라는 이유로 지급 받지를 못하자, 억울한 유족은 해미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그런 소식을 알게 된 해미는 고진에게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부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자살을 어떻게 타살로 바꿉니까? 경찰에게 자신만의 추리로 계속 타살이라고 호소는 하지만, 증거 앞에서는 속수무책. 그런데 이 사건 계속 파고들수록 점점 수상해집니다. 아주 작은 단서라도 결코 놓치지 않는 진구. 집요한 추리로 결국 사건을 해결합니다. 트릭도 트릭이지만 엔딩의 씁쓸함이 참 좋더군요.


  <신 노란 방의 비밀>은 조금 전문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가스통 루르의 <노란방의 비밀>을 생각하고 읽었는데, 흠… 트릭의 착상은 기발하나 조금 억지의 느낌이 난 작품입니다.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 알고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거든요. 그래도 진구의 과거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왜 진구는 모범생이던 중학교 시절과 달리 고등학교는 자퇴를 한 것일까? 교수였던 아버지의 죽음 등 뭔가 미스터리한 진구의 이야기가 포함된 작품입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뮤즈의 계시> 역시 해미의 백화점 동료 때문에 진구가 사건에 끼어들게 됩니다. 이번에는 탐정이 아닌 증인으로 말이죠. 해미와 진구는 해미의 백화점 동료/남자친구와 함께 남양주의 한 전원주택으로 놀러갑니다. 파티를 하러 말이죠. 그런데 해미의 백화점 동료의 남자친구는 유부남(이혼소송 중인)인데, 그의 아내가 살해당합니다(안산). 그들이 남양주에 있는 전원주택에서 열심히 술을 먹고는 노는 시간에 말이죠. 완벽한 알리바이. 남양주 전원주택에서의 살인도 힘듭니다. 운반도 힘들고요. 그래도 진구는 상관없습니다. 돈이 안 되는 일에는 끼어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검찰에서 해미를 위증죄로 고소합니다. 해미를 위해 사건 해결에 착수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작품에서 어둠의 변호사 고진을 만난다는 것입니다(반갑더군요). 도면도 등장하고, 트릭도 괜찮고… 여러모로 괜찮은 작품입니다.


  <환기통>은 발상의 전환, 기발한 아이디어, 고정관념의 틀을 깬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해 주고 싶습니다. 도진기 씨의 작품들이 대체로 이런 발상의 전환이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앞의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도 발상의 전환이 참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생각을 조금만 자유롭게 하면 사실 사건 해결 어려운 것도 아닌데, 어렵게만 생각을 하려고 하죠. 작품의 재미는 조금 덜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해미와 진구가 사귀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나름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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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 상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2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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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임에도 호러적인 요소가 매우 많습니다. 물론 일본 원서 표지이기는 하지만, 작품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소름 돋는 표지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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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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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일본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에서 처음 접하게 된 작품입니다. 내용이나 반전 등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영화와 달리 원작의 느낌은 어떨까 싶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도 만족스러웠지만, 소설도 매우 만족스럽네요. 사실 이번 작품은 트릭이나 이런 것은 없습니다(밧줄 트릭이 나오지만 시시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읽는데 크게 방해를 받거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천재적인 더벅머리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이라서 오히려 회한이나 쓸쓸한 감정이 더 많이 들더군요. 그렇습니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은 만날 수가 없거든요. 일본인임에도 참 친근한 탐정이었는데 말이죠.


  이번 작품은 스케일이 무척 큽니다. 20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물론 시효가 이미 지났지만)을 해결해야 합니다. 무려 삼대에 얽힌 비극과 함께 말이죠. 1953년에 병원 고개에 있는 버려진 집에서 몸은 없고 머리만 있는 시체가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은 자백을 하고 유서를 남깁니다. 1973년, 그 당시 사건 관계자였던 한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며 긴다이치 코스케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사건. 범인은 누구인가? 사실 스토리를 요약하기가 조금 애매합니다. 워낙 족보가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많으며, 서로 얽혀 있는 것들이 많아서요. 그래서 긴다이치 코스케도 이 사건 해결에 무척 애를 먹습니다.


  복잡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애정, 증오, 시기, 질투 등 인간의 감정이 오해와 복수를 부르고, 또한 우연성까지 겹치면서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 뿐,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특유의 복잡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또 미워하게 되는 감정. 그런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삼대에 걸친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역시나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그런 사건입니다. 50년대에서 70년대로 건너뛰면서 변화하는 일본 사회의 모습도 스토리에 잘 녹여져 있고요. 젊은이들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움과 기대감 그런 것도 살짝 엿보입니다. 마무리로서 이보다 훌륭한 작품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의 씁쓸한 퇴장도 여운을 주고요.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도 은근히 잘 읽힙니다. 가독성이 무척 좋습니다. 이번 작품도 두 권 분량임에도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더군요. 계속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작가의 문장 때문에라도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왜 몸은 없고, 목만 남아 있을까? 범인은 누구일까? 가장 큰 궁금증이죠. 그리고 왜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야만 했을까? 사건의 진실은 밝혀져야만 했을까? 긴다이치 코스케가 미국으로 떠나 사라진 이유도 그것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은 일본에서 아주 높은 순위에 있는 작품은 아니더군요. <옥문도>나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 등 워낙 걸작들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제게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마지막 떠나는 모습만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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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의 비극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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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생. 1982년 작. 앨러리 퀸의 <Y의 비극>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사전에 허가를 받았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앨러리 퀸과 친분도 있는 것 같고요). 보통 미지수에는 X, Y, Z를 쓰죠. 그런데 X, Y, Z를 다 쓰면 U, V, W도 사용을 합니다. 그 미지수 W를 모티브로 한 저택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초반에 범인을 밝히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스포일러 아닙니다). 그냥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거든요. 그런데 이 살인사건의 진실이 밖으로 드러나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래서 가족(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숨기고, 위장 공작을 펼칩니다. 즉, 경찰들을 속이는 것이죠. 그러나 경찰은 결코 바보가 아닙니다(물론 영화나 소설에서 멍청하게 등장은 하지만요). 경찰과 가족 간의 속고 속이는 심리 게임이 시작됩니다. 진짜 여기까지는 말 그대로 시작입니다. 사실 초반에는 너무나 뻔해서 살짝 졸렸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엄청 흥미진진해 집니다. 트릭이나 스토리 전개도 좋고, 평범한 가족에 숨은 비극성을 제목과 연관시켜 진행시키는 기발함도 좋았고요. 명불허전. 역시나 유명한 고전은 그 이유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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