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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일본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에서 처음 접하게 된 작품입니다. 내용이나 반전 등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영화와 달리 원작의 느낌은 어떨까 싶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도 만족스러웠지만, 소설도 매우 만족스럽네요. 사실 이번 작품은 트릭이나 이런 것은 없습니다(밧줄 트릭이 나오지만 시시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읽는데 크게 방해를 받거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천재적인 더벅머리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이라서 오히려 회한이나 쓸쓸한 감정이 더 많이 들더군요. 그렇습니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은 만날 수가 없거든요. 일본인임에도 참 친근한 탐정이었는데 말이죠.
이번 작품은 스케일이 무척 큽니다. 20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물론 시효가 이미 지났지만)을 해결해야 합니다. 무려 삼대에 얽힌 비극과 함께 말이죠. 1953년에 병원 고개에 있는 버려진 집에서 몸은 없고 머리만 있는 시체가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은 자백을 하고 유서를 남깁니다. 1973년, 그 당시 사건 관계자였던 한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며 긴다이치 코스케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사건. 범인은 누구인가? 사실 스토리를 요약하기가 조금 애매합니다. 워낙 족보가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많으며, 서로 얽혀 있는 것들이 많아서요. 그래서 긴다이치 코스케도 이 사건 해결에 무척 애를 먹습니다.
복잡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애정, 증오, 시기, 질투 등 인간의 감정이 오해와 복수를 부르고, 또한 우연성까지 겹치면서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 뿐,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특유의 복잡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또 미워하게 되는 감정. 그런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삼대에 걸친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역시나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그런 사건입니다. 50년대에서 70년대로 건너뛰면서 변화하는 일본 사회의 모습도 스토리에 잘 녹여져 있고요. 젊은이들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움과 기대감 그런 것도 살짝 엿보입니다. 마무리로서 이보다 훌륭한 작품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의 씁쓸한 퇴장도 여운을 주고요.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도 은근히 잘 읽힙니다. 가독성이 무척 좋습니다. 이번 작품도 두 권 분량임에도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더군요. 계속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작가의 문장 때문에라도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왜 몸은 없고, 목만 남아 있을까? 범인은 누구일까? 가장 큰 궁금증이죠. 그리고 왜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야만 했을까? 사건의 진실은 밝혀져야만 했을까? 긴다이치 코스케가 미국으로 떠나 사라진 이유도 그것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은 일본에서 아주 높은 순위에 있는 작품은 아니더군요. <옥문도>나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 등 워낙 걸작들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제게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마지막 떠나는 모습만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