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미도리의 책장 1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작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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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월광게임>, <외딴섬 퍼즐>의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 <월광게임>, <외딴섬 펴즐>에서 대학생이었던 아리스가 미스터리 작가가 됩니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서의 '에가미 선배' 만큼 매력적인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가 출연하여 사건을 멋지게 해결합니다. 아리스는 그의 조수로 히무라의 영감을 자극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혼자 생각하는 것들을 주절주절 떠듭니다. 물론 사건 해결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됩니다. 그의 추리력을 일반인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거든요(그러나 히무라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큰 영감을 줍니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의 처음은 아닌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히무라와 아리스가 만나게 된 계기나 둘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본격 미스터리소설입니다. 그리고 4편의 중편이 실린 소설집이고요. 마지막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사실 장편만큼의 분량입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은 대체로 무시무시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묘하게도 조금 발랄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아마도 작가 아리스와 범죄학자 히무라 두 콤비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빚어내는 앙상블이 즐겁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쪽은 열심히 떠들고, 한쪽은 무덤덤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상황이 묘하게 웃기더군요. 히무라의 사건 해결을 미스터리소설의 소재로 사용하려는 작가 아리스의 처절함(?)도 조금 웃기고요. 나름대로 열심인 작가 같은데, 새로운 트릭이나 다잉 메시지를 만다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작가 아리스 당신을 이해합니다.

'부재의 증명'은 쌍둥이 동생 살해 혐의로 용의자가 된 쌍둥이 형(형은 액션소설 작가)의 알리바이 트릭을 깨는 내용입니다. 쌍둥이 형은 살해 시간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섬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가 섬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증인들도 있고요. 완벽한 알리바이. 아리스와 히무라는 이런 저런 다양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사건을 추리하지만, 완벽한 알리바이 앞에서는 진전이 없습니다. 시작은 허를 찌르는 반전이 포함된 소설입니다. 작가 아리스 낚시는 참 잘 할 것 같아요^^

'지하실의 처형' 이 작품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과격분자들이 지하실에서 자신들을 배신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형사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과격분자들은 죽일 생각은 없고 겁만 주려고 했답니다(총에는 총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하실에 잡혀온 인질(?)이 죽기 전에 와인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와인을 마시자마자 죽습니다. 총살이 아닌 독살(청산가리도 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 와인 병을 쥐고 있는 사람이냐?, 아니면 와인 잔을 잡고 있던 사람이냐?, 아니면 총을 쥐고 있던 과격분자? 범인의 동기는? 이 소설은 '부재의 증명'과는 다르게 사소한 버릇과 살해 동기가 무척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본격 미스터리소설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은 다잉 메시지가 나오는 소설입니다. 그것도 두 개의 다잉 메시지가 말이죠. 피로 쓴 이상한 기호와 손에 쥐고 있던 천 엔짜리 지폐. 범인의 사건 시간 조작이라는 귀여운 트릭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조금 밋밋했습니다. 두 개의 다잉 메시지가 마음에 확 와 닿지가 않았거든요. 어떤 다잉 메시지라는 것을 말하기는 조금 그렇고 이해는 했으나 공감은 그다지 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다잉 메시지는 전혀 예측이 불가능했고, 두 번째 다잉 메시지 역시 그랬습니다.

마지막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극단의 간판 여배우 '레이나'를 스토커 하던 사내의 죽음을 둘러싸고 범인을 추리하는 소설입니다. 전화 걸기,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기, 우편물 훔쳐보기 등 목숨에 큰 위험은 없지만 악질적인 스토커죠. 레이나의 동료(각본가와 여배우)들이 그녀의 사건을 함께 해결하기로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토커가 우편물을 훔쳐본다는 것을 알고, 레이나와 동료들은 스토커와의 재미있는 게임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런 범인이 초등학교 토끼 사육장 옆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역시나 용의자로 의심 받는 인간들의 알리바이는 확실합니다. 역시나 완벽한 알리바이를 깨는 것이 작가 아리스와 임상범죄학자 히무라의 임무죠. 이 소설은 사실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는 것보다 살해 동기의 반전이 무척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물론 이 작품 역시 독자의 허점을 파고드는 소소한 트릭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역시나 자기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것만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의 사고에 갇힌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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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블 Nobless Club 6
노현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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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데스노블은 현실입니다.

데스노블은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데스노블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 모든 것에 우선합니다.

데스노블은 죽음만이 있습니다.

데스노블은 부활을 꿈꿉니다.

데스노블은 여러분을 찾아갈 것입니다.

데스노블은 여러분 중 선택된 자에게 커다란 선물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데스노블은, 데스노블은, 데스노블은 사실입니다.


노블레스클럽에서 처음으로 공포소설을 출간을 했습니다. 분량도 묵직합니다. 소설 속의 온라인소설 '데스노블(죽음의 소설)'에 얽힌 기이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스토리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조금 복잡하고 산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물론 복잡한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설 속 소설 '데스노블', 소설처럼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죽음 또는 실종), 그리고 이 모든 사건에 중심에 있는 재원이라는 학생, 그리고 부두교, 원혼의 저주(소설 <링>에서의 사다코의 저주가 자꾸 생각이 나더군요. 모티브를 따오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느낌과 내용이 다른 소설이거든요), 부활 등 이 소설을 한마디로 말해보라고 하면 조금 망설여지더군요. 개인적으로 버릴 것은 조금 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 보낼 확실히 무서운 공포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우선 주인공이 친근합니다. 공부는 조금 못하는 것 같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한 재원이라는 학생. 재원이는 컴퓨터 게임을 무척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캐릭터죠. 우연히 형의 추천으로 공포소설 카페에 들어가 <데스노블>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면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소설 속의 사건이 현실에 똑같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살인이나 실종 사건이 말이죠. 물론 단순하게 칼이나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기이한 방법으로 죽는 그런 사건이 발생합니다. 소설에는 암호를 입력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멋진 덧글을 단 회원에게는 소포를 보냅니다. 그 소포를 받은 인물은 다음 편에서 죽어 나가고요. 친근한 캐릭터와 게임 같은 공포소설, 우선 잘 읽힙니다. 그리고 다음 사건이 궁금해집니다. 데스노블은 9화가 마지막입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나중에는 중독으로 점점 데스노블의 저주에 빠져드는 독자들. 죽음에도 열광하는 미친 사람들. 광기의 세계로 빠져보세요.

소설 속의 소설 <데스노블>에는 저주하는 자의 염사가 심어져 있습니다(소설 <링>의 사다코도 이런 방식으로 대상을 죽이지 않았나요?). 그래서 점점 독자들은 끔찍하고 잔인한 공포소설에 빠져들고 중독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소설 속의 소설 <데스노블>은 무척 잔인하고 무섭습니다. 매 화마다 인간들이 기이하게 죽습니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간들이 말이죠.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위에서 염사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재원이가 이 소설을 읽을 때 정말 현실처럼 생생하게 보입니다. 당연히 구토가 나오고 바지에 오줌을 쌀 수밖에 없죠. 현실처럼 생생한 소설이니까요. 소설 속 소설 <데스노블>의 가장 무서운 장면은 바로 최승예라는 여자 아이의 존재입니다. 아마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두려운 캐릭터이고, 이 소설을 빛내주는 아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XX(자신의 이름을 불러 보세요. 거울을 보면서)야, 내가 예쁜 거 보여 줄까?"

"그게 뭔데?"

"가까이 와. 가까이 오면 보여 줄게."

"좀 더 가까이"

"좀 더."

이 소설의 원한의 저주 암호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사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예쁜 거 보여 줄까? 이 소설은 이 문구를 정말 무섭게 살린 것 하나만으로도 공포소설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요할 정도로 최승예라는 여자 아이가 말합니다. 소름이 돋더군요. 최승예의 대사 말고도 상당히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면이 무척 많습니다. 최승예가 처음 살았던 집과 유리집, 최승예를 부활시키려는 최상덕이 살던 영월 동강의 소사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정말 무섭습니다. 거울이 주는 두려움의 효과를 무척 잘 살린 것 같더군요. 사족으로 이 소설에서는 죽은 고양이와 바퀴벌레도 떼거지로 나옵니다.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슴 아플 장면도 많지 않을까 싶네요.

이 소설은 장르로는 공포소설이지만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무척 많습니다. 우선 데스노블의 작가는 누구인가?, 최승예는 왜 인간들을 저주할까?, 그리고 왜 그녀는 친구들에게 예쁜 것을 보여준다고 할까?, 형사 현석의 동생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회색 그림자의 존재는? 소설 속 소설 '데스노블'의 결말은? 미스터리한 사건들도 많고, 기이한 일들도 많이 벌어지고, 다양한 인간들의 얽힌 이야기 등 펼쳐 놓은 이야기가 무척 많습니다. 사실 걱정을 조금 했습니다. 마지막 결말이 조금 걱정이 되더군요. 수습하기가 무척 힘들어 보였거든요. 물론 결말은 좋습니다. 억지가 아닌 논리적인 결말.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링>의 사다코가 나오는 귀신의 저주 그런 소설인 줄 알았는데, 오컬트와 고어를 연상시키는 장면들도 꽤 되네요. 소설 초반의 느낌과 마지막의 느낌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복잡하고 조금 산만한 것만 제외하면 무척 재미있는 공포소설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최승예가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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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서평단 알림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 이랜드 노동자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6
권성현 외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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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교회'라는 이름이 정말 아깝네요. 십일조로 130억 원 정도를 내면서 비정규직 월급 80만원은 아까워서 온갖 권모술수로 직원들 내쫓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오히려 공권력으로 탄압이나 하고……. 이랜드 홈에버 조합원말처럼 정말 악마보다도 못한 짐승이네요.

"끝난 거 아니었나요? 아직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제목처럼 소박한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는 아직도 투쟁이 끝나지 않은 이랜드 홈에버 조합원들의 생생한 인터뷰와 일기 등을 담은 형식의 글입니다. 파업 투쟁한 지 300일을 넘겨 이제 1년이 가까워지네요. 아직도 힘겹고 어려운 싸움. 2008년 5월 14일 홈에버가 더 악질적인 기업 삼성테스크로 넘어갔다고 하네요. 첩첩산중이 아닐 수 없네요.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 자의 법이 아닌가.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내가 먼저 평온한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것이다. 내가 없더라도 우리 가족 보살펴 주기 바란다. 미안합니다."

- 두산중공업지회 "배달호 열사의 유서" 중에서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 아닌 비정규직을 때려죽이는 법. 악법도 법이냐? 분명히 아닐 텐데……. 개정할 생각은 안 하고 재벌(기업)과 법은 서로 결탁해서 끝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떨어 뜨려버리네요. 해고 통지서, 경찰 출석 요구서, 채무 내역, 신용 회복 지원 통고서, 손해 배상 및 가압류, 경제적 파탄 선고. 2003년 민주노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들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 총액이 50개 사업장, 2,222억 9,000만원에 이른다고 하네요. 정말 상상이 가지 않는 천문학적인 액수네요. 한마디로 노예처럼, 개처럼 따지지 말고 내 말 잘 들어라!! 이건가요? 그런데 황당한 것은 이게 불법이 아니라고 하네요.

"엄마! 고기반찬 없나요? 없어! 비정규직이잖아."

정말 가슴 아프네요. 21세기는 서비스가 주를 이르는 자본주의죠. 제조업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원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면 기계에 화풀이를 할 수가 있죠. 유통업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스트레스를 풀까요? 고객에게? 우리나라 고객들 성격 더럽잖아요. 홈에버를 이랜드가 인수하면서 모니터링 제도(손님으로 가장해서 업무를 비밀리에 감시하는 제도: 정말 비인간/비인격적이지 않나요? 사람이 무슨 짐승인가?, 아니면 무슨 죄인인가? 감시 받아야 할 대상인가?), 점프 교육, 반장의 허가 없이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조차 금지시키고, (너무나 친절하게도) 립스틱 색깔까지 정해주네요(박성수 이 사람 변태 아닌가?). 유통업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분들이 허리디스크나 방광염에 무척 고생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죽을 고생하는데 100만원도 되지 않은 월급, 똑같이 일하는데 정규직은 상여금을 주고 누구는 주지 않고, 황당한 것은 신년 문자 메시지를 정규직에게만 보낸 사실. 문자 메시지 한 통에 30원인데…….

"입술은 무조건 빨간색으로 칠해라, 그랬어요. 빨간색으로 칠해야 이가 하얘 보이고 웃는 모습이 예뻐 보인다면서요."

육체적인 노동, 정신적인 노동 모두 견딜 수가 있는데, 인격적으로 모독을 당하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정말 힘들다고 하네요. 이건 완전 21세기 신 노예제도 아닙니까? 비정규직, 용역, 중간 정규직. 기계 부품보다도 못한 존재. 아니 꼽고 더러우면 그만 둬라! 너희들을 대체할 예비 부속품을 널렸으니까요. 1970년대나 지금이나 노동환경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암튼 너무나 답답하고, 화가 나고, 제 자신이 부끄럽고, 안타깝고 암튼 그러네요. 1년을 힘겹게 투쟁을 했는데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진다는 것. 병원비도 없고, 생활비도 없고, 신용불량자가 되었는데도 이거 계속 나가야 하는 건가? 계속 투쟁해야 하는 건가? 국민들은 이랜드 홈에버 파업투쟁이 끝난 줄 알고 있는데. 거창한 꿈도 아닌 그들의 소박한 꿈, 정말 진심을 담아 응원합니다.

덧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김원 연구원의 '민주노조 패러다임의 극복과 지역, 여성 그리고 연대; 새로운 방향 전환을 위하여' 칼럼은 정말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자 운동만의 과제가 아닌 인종/젠더/시민권/계급 등의 이슈와 대면한 소수자와 타자들의 다수자화를 지향하는 모든 사회운동이 결합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랜드 투쟁을 노동권과 여성권이 중첩된 투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 무척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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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릴러문학 단편선 Miracle 1
강지영 외 지음, 김봉석 엮음 / 시작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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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의 <한국공포문학 단편선>에 이어 시작에서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한국스릴러문학 단편선>라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무척 재미있네요.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SF, 하드보일드, 공포, 추리, 스릴러 등 작품 하나하나가 특색이 있더군요. 기본 바탕은 역시나 제목처럼 스릴러입니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긴장감이 아주 제대로 살아있네요. 암튼 시작의 <한국스릴러문학 단편선> 기대하셔도 좋을 듯싶습니다.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재미 하나는 보장합니다.

일상적인 공포와 비일상적인 공포를 다룬 작품이 두루 실려 있습니다. 물론 일상과 비일상의 공포를 함께 다룬 작품도 있고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더군요. 인간을 먹는 놈들, 반란을 꿈꾸는 왼손, 인간 사냥꾼, 액귀, 일확천금이 걸린 생존 게임 등 비현실적이면서도 무척 현실적인 이야기들이죠. 무조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들. 그리고 한국적인 공포를 스릴러라는 장르에 녹여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권총, 마약은 서양에서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잖아요. 무엇보다 친숙해서 좋더군요. 마지막으로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조금 센 스릴러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실력>, <사냥꾼은 밤에 눈뜬다> 등은 꽤 잔인합니다. 특히 <사냥꾼은 밤에 눈뜬다>는 인간 사냥꾼들의 살육 파티를 그린 소설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지라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최민호의 <인간실격>은 장르의 잡종(^^)입니다. SF, 공포,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스릴러 등 온갖 장르가 뒤섞여 있네요. 인간을 먹어치우는 '놈'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한 인간의 폭주하는 분노를 드러낸 작품입니다. 개인인적으로 이런 SF 설정의 공포소설을 무척 좋아합니다. 영화는 더욱더 좋아하고요. 영화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설이었습니다. 인간보다 더욱 인간 같은 놈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점점 상실해가는 인간(나), 쫒는 자와 쫒기는 자의 숨 막히는 긴장감, 마지막의 허무한 반전. 시작부터 느낌이 무척 좋았습니다.

강지영의 <나의 왼손>은 <한국추리스릴러 단편선>에 실린 <거짓말> 이후 두 번째로 접하는 작품인데, 역시나 이번 작품도 인간 내면의 잠재되어 있는 심리적 공포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고, 저 역시 이분의 많은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공포가 아닌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이런 공포를 끄집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제목처럼 <나의 왼손>은 왼손의 자신의 주인에 대한 반란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척 일상적인 것이 한순간 낯선 것으로 변하는데서 오는 공포감이 무척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무척 짧은 단편이지만 그만큼 인상이 강렬하게 남는 작품입니다. 반전과 깔끔한 결말. 그리고 익숙한 것에 오는 낯선 공포감, 이런 식의 공포가 정말 무섭지 않나 생각합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를 소재로 한 세현의 <피해의 방정식>은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 익숙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다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무척 흔한 소재입니다. 그런데 의문의 연쇄 투신자살 사건, 그리고 자살 현장에서는 눈을 뜬 채 깨어나는 박준희, 의문투성이 흥신소사장과 정신과 의사. 그러니까 익숙한 설정이라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힙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정보를 하나씩 주면서 알게 되는 진실들은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웰메이드 장르영화를 한편 본 느낌입니다.

김상환의 <질주>는 게임 같은 소설입니다. 바로 죽음의 게임. 게임을 클리어하면 1억이라는 돈을 얻고 실패하면 죽는 잔인하면서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그런 게임입니다. 자본주의의 노예와 희생자. 돈을 얻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납치하고 죽이는 인간들. 거금의 돈을 놓고 인간들의 잔인한 게임이 시작됩니다. 엔딩은 있냐고요? 과연 이 게임에 엔딩이 있을 수 있을까요? 돈이라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게임은 계속됩니다. 지금 현실이 소설 속 죽음의 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끔찍하면서 씁쓸하더군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라! 큰돈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나 사람을 죽여라! 동기는 없다. 원한도 역시 없다. 돈이 최고다!!

김미리의 <주말여행>은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다룬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평소에 안 좋은 감정을 회복하고자 부부가 주말여행을 떠납니다. 평소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남편이 웬일로 이것저것 준비도 다 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이제 사람구실 좀 하는 것일까요? 외딴 산장에서 벌어지는 피 튀기는 생존기. <인간실격>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살육전쟁에는 더 큰 음모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실 부부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들의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드러나지 않고 숨어서 세상을 조종하고 이익을 챙기는 놈들.

권정은의 <액귀>는 귀신소설입니다. 귀신영화나 소설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강지영의 <나의 왼손>과 함께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심리적인 공포를 다룬 소설입니다. 숙취에서 깨어난 한 남자가 낯선 곳에서 무언의 존재로부터 시달림을 당합니다. 보이는 듯 하면서 보이지 는 그 무엇.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제 팔에도 닭살이 돋는 그런 체험을 하게 되더군요. 우리나라에 귀신소설이 무척 드문데 정말 반가운 작품이었습니다.

전건우의 <사냥꾼은 밤에 눈뜬다>는 거침없이 폭주하는 공포 스릴러입니다. 무통증 사내와 인간사냥꾼들의 한판 대결. 속고 속이는 인간들. 피가 바다를 이루는 아비규환 저택. 서로 죽고 죽이는 인간들. 인간성이란 존재 자체를 상실해버린 인간들의 짐승 같은 혈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같은 소설입니다(물론 국내에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고어영화^^). 순수한 공포의 쾌락을 보여주는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이상민의 <세상에 쉬운 돈벌이가 없다>는 경호원 출신의 해결사와 악질 스토커의 한판 대결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작품집에는 대결 구도가 상당히 많네요. 광주민주화운동의 가해자와 피해자, 귀신과 인간, 남편과 아내, 돈을 갖고 있는 자와 돈을 뺏는 자, 놈들과 인간 등등. 예전에 온라인게임에서 결혼이 인기가 있었던 적이 있죠. 정확하게 무슨 게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지인이 결혼했다고 좋아하더군요. 무슨 결혼? 게임 결혼. 밥도 섹스도 폭력도 이제는 결혼까지 할 수 있는 게임. 그런 게임이 우리사회에 악질 스토커를 양산해 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히키모코리 게임 중독자. 작은 관심에 무척 기뻐하고 타인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 무척 많잖아요. 굉장히 몰입하면서 읽은 소설입니다. 스토커와 해결사, 경비원, 위층 사내까지 개입된 어마어마한 스토커 사건의 실체는 무척 우습습니다. 가상공간에 대한 맹목적인 맹신 때문이겠죠. 웃기더군요. 씁쓸하지만 웃겨요. 이야기 배치, 아기자기한 미스터리, 유쾌한 풍자와 신랄한 조소, 스토커와의 대결에서 오는 긴장감 등 쉽고 재미있게 읽힐만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소설입니다. "나쁜 놈, 부러진 코를 때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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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2008-07-0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하반기에 선보일 스릴러단편선 2편은 더욱 나아진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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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의 그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와 유가와의 조수(?) 같은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가 다시 만났습니다. 인스턴트커피를 좋아하고, 조금 장난 끼가 넘치며, 어린 아이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물리학자 유가와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매일 그에게 의지하는(?) 나름대로 귀여운 구사나기 형사도 마음에 들고요(이 아저씨 많이 순진하신 듯).

<탐정 갈릴레오>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입니다. 제목부터가 무척 직접적이고 노골적입니다. '타오르다'는 말 그대로 몸이 타서 죽은 사건, '옮겨 붙다'는 물속에 깡통이 조금 떨어진 시체의 얼굴에 옮겨 붙은 사건, '썩다'는 시체의 특정 부위가 과도하게 썩은 사건 등등. 암튼 제목 자체가 사건일 발생한 당시의 중요한 힌트입니다. 그렇다면 스포일러? 고등학교 때 물리학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스포일러를 아무리 까발려도 모릅니다. 이야기의 중간을 넘어 결말에 가서도 아리송합니다. 마지막에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가 사건을 멋지게 해결합니다. 물리학을 활용해서요. 헬륨 네온 모릅니다. 콘덴서의 전기 축적 역시나 모릅니다. 빛이 직진하지 않고 굽는다는 사실 역시나 모릅니다. 물론 친절하게 유가와가 설명을 해 주지만 이런 트릭은 직접 눈으로 실험을 통해서 확인하지 않는 이상은 이해가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리 글로 백번 설명을 해도 눈으로 한번 보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싶네요.

국내에 소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살펴보니 단편소설이 거의 없더군요. 블랙 유머소설인 <흑소소설>, <괴소소설>, <독소소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편소설이더군요. 블랙 유머소설은 모르겠지만(소설 시리즈는 재미있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소설은 호흡이 조금 끊어지는 느낌이 드네요. 물론 트릭(트릭이라기보다는 과학적 사실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체가 물리학에 기반을 둔 소설이라 길게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시작하는 순간 허무하게 끝나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건의 실체가 파헤쳐져도 "멍" 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변신>도 이공계의 바탕을 둔 소설인데, 이번 소설집과는 확실히 다르더군요.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변신>은 장편의 호흡에다가 드라마(멜로)까지 다루고 있어서 이성과 감성을 모두 자극하는데 반해 <탐정 갈릴레오>는 이성만(물리학 원리를 이용한 트릭) 충족시키고 있어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이공계 출신임에도 소설 속 물리가 이해가 가지 않네요. 이미지가 연상이 되지를 않아요. <탐정 갈릴레오>는 TV드라마로 방영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 소설은 글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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