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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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 역시 독백으로 흘러가네요. 데뷔작 <고백>, <속죄>, <소녀> 모두 구성이 비슷하네요. <고백>을 무척 재미있게 읽은 후 <소녀>로 조금 실망감을 느꼈는데, 이번에 읽은 <속죄>로 그 실망감이 아주 많이 사라졌네요. 내용의 충격은 <고백>만큼 강렬하네요.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내용이나 구성, 반전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무척 잘 전달된 것 같고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생 여자 아이가 살해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살해 현장에 있던 네 명의 친구들. 그 네 명의 친구들이 어른이 된 후에 고백하게 되는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그 어린 친구들에게 속죄를 하라고 협박하는 죽은 소녀의 어머니. 그녀들은 왜 어른이 된 후에도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한 채 고통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일까요? 초등학교 여자 아이의 강간/살인 사건이 그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그 사건과 관련하여 그녀들의 숨겨진 비밀들이 서서히 밝혀집니다. 그리고 그녀들의 아픔에 공감을 하게 되고요. 무척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문득 인터넷이 생각이 나더군요. 가장 사람을 공격하기 쉬운 장소이죠.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라는 말이 있죠. 그리고 우리들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살아가고요. 한 사람을 알기란 무척 어렵죠. 그럼에도 쉽게 말을 내 뱉고, 상처를 안겨주죠. 이 소설을 읽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타인에 대해서 정말 쉽게 이야기하면 안 되겠구나!’ 개개인의 경험, 상황, 아픔 등은 모두 다를 테니까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소설로서도 무척 괜찮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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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3 - 완결 밀리언셀러 클럽 113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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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세상으로 돌아간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선물을 입고 있었다. 바로 삶이었다.” 마을이 투명 돔으로부터 고립되는 설정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역시나 극한의 상황으로 인간들을 몰아넣고 ‘삶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네요. 사실 이런 조금은 식상한 메시지는 조금 뻔하고 낯간지러울 수가 있는데, 역시나 최고의 이야기꾼답게 능수능란하게 펼쳐 보이네요. 책을 덮으면 정말 지금의 이 순간을, 나의 삶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는 그런 다짐이 생깁니다. 굶어봐야 배고픔을 알고, 실연을 당해봐야 사랑의 소중함을 알듯이 많은 사람들이 현재 자신의 삶의 소중함을 너무 쉽게 잊는 것 같아요.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의 이야기임에도 스티븐 킹만의 그런 독설과 유머로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스티븐 킹이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하면 정말 그래야할 것 같은, 빠져들 것 같은 그런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언더 더 돔』은 『스탠드』, 『다크타워』와 함께 스티븐 킹의 대작 반열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말 훌륭한 작품입니다. 사실 앞의 세 작품은 제가 스티븐 킹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정말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흡입력이 정말 대단한 작품들이죠. 또한 캐릭터의 창조력과 무한한 상상력도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뛰어나고요. 견공들까지도 무척 사랑스럽더군요(견공들의 의인화 무척 놀랍습니다. 웃음을 담당하는 견공들). 3권 완결에서는 돔의 정체(비밀)가 밝혀지는데, 호러소설의 결말로서는 의외의 반전을 선보입니다. 사실 이렇게 벌여놓은 이야기의 결말이 조금 걱정스러웠는데(사실 결말이 중요한 소설은 아닌데, 또 이런 장르소설은 결말이 중요하기도 하죠),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게, 그럴듯하게 잘 마무리를 지었네요. 결말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정치, 호러, 유머, 가족애, 마약, 테러, 권력, 폭력 등 모든 것들이 압축적으로 들어가 있는 작품입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긴 작품이기는 하지만, 정말 인간사의 모든 추악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을 텐데, 그것을 해 내더군요. 스티븐 킹이 꽤 오래 전에 구상한 작품이고, 미국사회 이면에 감추어진 여러 문제들을 폭로하는 성격이 짙은 작품인데, 이거 묘하게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 모습과 많이 겹치더군요. 특히 마을 부의장 짐 레니는 현재 우리나라의 썩어빠진 정치인들을 묘사한 것 같아 조금 놀랬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정치적인 사건의 은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아주 비슷한 사건들도 묘사되어 있고요. 마을의 권력자 짐 레니가 마을주민들을 지배하는 과정은 정말 소름이 끼쳤습니다(저는 이런 내용이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바보 같은 주민들, 속지 말라고 속으로 외쳐보지만, 짐 레니의 달콤한 말에 그냥 속아 넘어가더군요. 진실은 감추기도 그리고 속이기도 참 쉽다는 것을 알고 무척 허탈했습니다. “정치 그게 뭐야?” 너무 어려워, 그리고 골치 아파. 정말 어렵다면 어려운 정치를 이렇게 공포 장르로 알기 쉽게 풀어낸 스티븐 킹의 천재성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네요. 이 소설을 읽으면 정치에 무관심한 10-20대들이 조금 정치에 관심을 가질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정치를 배우게 됩니다. 정치교과 교재로도 괜찮을 듯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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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7
하야시다 규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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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모으는 재미도 꽤 쏠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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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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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스탤지어의 마법사’ 온다 리쿠가 생각하는 집(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온다 리쿠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화목, 행복, 평안함 등이 떠오르겠지만, 절대 아닙니다. 이번에는 무시무시합니다. 평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이 무시무시한 지옥의 공간이 되어버립니다.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아니 벗어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무서운 집. 집과 유령. 그리고 산자. 무언가 행복을 꿈꾸며 사람들이 ‘언덕 위의 집’을 방문합니다. 「우리 집에 잘 오셨어요」하고 집은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채광 좋은 부엌, 흔들의자, 따사로운 햇빛, 평온한 풍경. 어떤 불행이든 이 집을 비켜나갈 것처럼 정말 평화롭습니다. 그런데 유령이 등장하는 순간, 평화스러운 풍경은 순식간에 끔찍한 악몽으로 변합니다. 감추고 싶었던, 아니 기억조차 하기 싫었던 끔찍한 진실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가족의 해체와 위기. 과연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습니까? 자식에게 지독한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 그런 부모를 죽인 자식. 이건 최선의 선택인 것일까요? 아니면 절대 용서 받지 못할 짓일까요? 온다 리쿠의 작품치고는 잔인성의 수위가 조금 높습니다. 가족의 해체와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작가의 강한 의지 그런 것이 보이더군요(물론 오버일 수도 있겠지만요). 재미있는 점은 꽤 잔인하고 무서운 내용임에도 작품의 흐르는 분위기는 무척 평온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귓속에 대해 달콤하게 속삭이는 듯한 느낌. 나긋나긋한 말투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 이상하다. 이거 무서운 이야기인데, 왜 자꾸 뭔가 그리운 듯한 느낌이 들지. 무서워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리워해야 하는 걸까?

  여기다 쐐기를 박는 온다 리쿠의 미스터리한 이야기 전개 방식.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연작소설입니다. 여러 개의 이야기이지만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집이거든요.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도 시간 순이 아닙니다. 뒤죽박죽. 시간을 훌쩍 뛰어넘기도 합니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성이 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가 되고, 현재의 이야기는 미래의 불안한 사건을 암시(사건의 진실)하기도 합니다. 지루할 듯한 이야기를 재치 있는 구성으로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궁금하거든요. 소년이 사람을 죽입니다. 이야기는 끝입니다. 뭐지? 다른 이야기에서 소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좀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줍니다. 앞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왜 그랬을까?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궁금증이 살짝 해소가 됩니다. 암튼 이런 이야기 구성은 온다 리쿠가 근래 들어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 같은데, 살짝 재미가 들렸나 봅니다. 도대체 어떤 재미일까? 궁금한 분들을 위해 하나의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살짝 남깁니다.

* 아래는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에 수록된 단편 「놈들은 밤에 기어 온다」에 대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드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이야기의 완전한 재미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분들은 읽지 말아주세요.

  「놈들은 밤에 기어 온다」는 할아버지가 사랑스러운 손자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유령의 집’에서 보았던 ‘기어 다니는 놈’에 대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문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이 작품에 실린 모든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앞의 이야기 「내 마음에 드는 사랑스러운 너」의 주인공 소년과 동급생입니다. 중학생 시절 이야기이니까 먼 미래의 이야기겠죠).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 줍니다. 여기서 반전. ‘기어 다니는 놈’은 유령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깜짝 놀랍니다. 아니 무섭습니다(과거의 이야기). 그런데 어찌 할아버지는 이렇게 달콤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여기서 다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여기서 다시 반전. 현실의 끔찍한 공포.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여기서 모호한 결말 또는 열린 결말. 이 소설에서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가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독자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산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죽은 사람일 수도 있겠죠. 지금 현재는 과거와 미래이기도 하고 이 세상과 저세상이기도 하니까요(p.211). 그렇다고 작가가 ‘언덕 위의 집’과 관련하여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모호하게 처리하지는 않습니다. 나름 논리적입니다. 또한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이세상과 저세상, 과거와 미래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면 말이죠. 제 설명도 무척 뒤죽박죽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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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5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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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최대의 적은 여자이다.’, ‘여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도 여자이다.’, ‘여자의 내면을 가장 잘 아는 것도 물론 여자이다.’ 의사 출신의 여성작가 테스 게리첸은 이 모든 견해들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현존 최고의 여성 스릴러작가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여성 스릴러작가를 많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요). 가끔 추리/스릴러/공포소설을 읽다보면, 여성에게 가장 잔인한 것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테스 게리첸은 여성들이 가장 싫어할만한(두려워할만한) 그런 소재로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창조합니다.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시리즈의 시작인『<외과의사』를 살펴볼까요. 소설 속 살인마 외과의사는 여자를 강간한 후에, 배를 잘라 자궁을 꺼냅니다. 다른 장기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오직 자궁만 꺼냅니다. 이번 작품 『소멸』에서는 어린 소녀들을 납치/감금시킨 후 창녀를 만들어 버립니다. 도망갈 곳은 없습니다. 남자들은 계속 찾아오고, 폭력과 강간에 영혼마저 죽어갑니다. 그런데 그런 어린 여자들의 포주가 바로 여자(창녀 출신)입니다. 남자 손님들보다 오히려 이 여자 포주가 더 심하게 어린 여자들을 학대하더군요.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운지 가장 잘 아는 여자가 말이죠. 암튼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시리즈의 범인들은 주로 여자들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가장 고통스러워할 만한 그런 범죄를 저지릅니다. 테스 게리첸 작가는 정말 여성들에게는 잔인한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덧붙여 의사 출신입니다. 여성을 살해하는 장면 묘사는 무척 사실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니까요. 그래서 더 잔인하고 소름끼치게 다가옵니다.

  『소멸』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이 분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진화하는 느낌이 드네요. 물론 『외과의사』라는 작품이 워낙 충격적이고 매력적이어서 그에 살짝 미치지는 못하지만(외과의사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었죠), 이 시리즈는 기본 이상의 재미들은 확실히 보장합니다. 『파견의사』(이 작품하고 최근작인 『메피스토 클럽』만 아직 못 읽었습니다) 때부터 그렇다는데(번역가의 설명에 의하면) 단순히 연쇄살인마 대 아일스 & 리졸리의 대결만을 그리지 않고, 좀 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죽은 여자의 시체가 살아납니다. 그리고 그녀는 인질을 잡고 뭔가를 호소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과연 그녀는 정말 미친 것일까요? 그녀의 그런 이상한 행동들을 따라가다 보면 불편한,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보게 됩니다. 소설 속의 그런 끔찍한 일들이 정말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요? 현실에서도 저는 그런 일들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가 않아요. 그리고 세상에는 정말 나쁜 사람들도 많고요. 이번 작품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시리즈 중에서 가장 무서웠습니다. 왜 죽었던 여자 시체는 살아나서 인질들을 잡았을까요? 정말 그녀가 원하는 것을 무엇일까요? 바로 그것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그렇게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만들면서까지 작가 테스 게리첸이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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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0-08-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