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할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라도 좋아.

창고 라이브 - 다섯 개의 청춘 송가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지피 (잔 알폰조 파치노티) 지음, 소민영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8월

일단 작가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그림체가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게 된 책이다. 결과는 대만족. 이 책은 어떤 큰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담백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일상과 그들의 주변인물, 그리고 생각, 미래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는 뮤지션들의-이들은 정규 앨범이 한 장도 없긴 하지만-운치 혹은 객기라고 불릴 만한 과장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말 우리 옆동네 사는 친구 이야기 같은 점이 너무 마음에 든다.

물론 같은 내용의 소설이었다면 나는 출판사 욕을 엄청 해댔겠지만, 이건 만화다. 줄거리는 심플하지만 그걸 구성하는 작가의 솜씨는 맛있다. 기본적인 드로잉과 채색은 말할 것도 없고, 수채화 느낌의 형식은 이 삐걱거리는 청춘들의 일상과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도 만화 속에 잘 흡수되어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한 가지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면 너무 짧다는 거다. 단점인 이유는, 재밌는 만화가 분량이 적다는 데 있고, 장점인 이유는 짧아서 군더더기 없는 그게 또 나름의 맛이란 거다. 인생이란 이런저런 쓸모 없는 뒷이야기와 핑계, 그리고 오해와 풀림이 많으면 많을 수록 '늙었다'고 생각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젊은이들의 이야기니까, 그냥 스냅 사진처럼 그 아름다운 한때를-정작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아 이 아이러니-독자들은 즐기면 그만 아닐까.

얌냠.

맛있게 먹고 군살은 쏙 빼자.

1주일에 하루만 하는 다이어트
피에르 뒤캉 지음, 권수연 옮김, 이미숙 감수 / 코코넛 / 2007년 11월

남들이 보면 나는 살이 찌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마른 편에 속한다. 그래서 종종 부럽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건 내 속사정을 모르고 하는 말..; 하루종일 앉아만 있는 직업을 가졌고, 그 흔하다는 운동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배가 자꾸 나오면서, 종아리, 허벅지 등에 살이 너무 붙어버렸다. 즉, 하체비만이란 소리다 -_-;;;

그래서 평생 나와는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다이어트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이다. 일단 귀찮은 걸 싫어하는 내게 제목이 딱이었고, 운동처럼 특별히 몸을 놀리는 게 아니라, 매일 먹는 음식들을 이용해 살을 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원푸드 다이어트나 특정 약물을 이용해서 사람을 질리게 혹은 기운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배가 빵빵할 정도로 먹어도 되다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책에 나오는 음식의 레시피도 간단해서 좋다. 물론 난이도별로 좀 손이 많이 가는 어려운 음식도 있지만, 한식처럼 복잡한 음식들이 아니라 요리에 소질이 없는 내가 해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고기 요리가 많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고기를 먹으면서 살을 뺀다니.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게 바로 단백질 다이어트라는데, 어서 빨리 효과를 보고싶다. +_+

인사. 인사? 인사!

인사 - 사람의 마음을 얻는 유쾌한 에너지
김태광 지음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9월

이 책은 인사라는 사회생활의 이 책은 인사라는 사회생활의 기본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행동의 중요성과 실천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는 제목이 인사라지만 설마 인사에 대한 내용만 이렇게 계속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인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솔직히 각 장마다 내용과 제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닮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뒷장이 앞장과 다른 듯하면서도 결국에 비슷한 모습이 흡사 진도가 더딘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았다. 같은 내용으로 딱 한 꼭지 정도의 기획기사라면 참신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인사에 대한 이 단행본은 내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는 독자에게 너무 많이 반복되는 글을 읽게 한 것 같다.

 하지만 인사에 대해 몰랐던 매너나 방법 등을 아는데는 도움이 됐다. 야무진 마음을 먹고 당장 오늘부터 눈을 마주치며 제대로 인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출근했는데도, 왜 그 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지 소심한 마음은 영원한 지병인가..-_-;;

 아무튼 기획 부분보다는 편집이 참 잘 된 책인 것 같다. 보라색을 세련되게 쓰기가 힘든데, 내지가 상당히 고급스러우면서도 인상깊었다. 신입사원에게 선물용으로 적합한 책이 아닌가 싶다.

굿바이 아멜리 노통브.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회사에서 동료들이 아멜리 노통브 소설이 재밌다고 추천하길래 읽어봤다. 그런데 이게 뭐지,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았다.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쓴 것 같은 문장들,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 비상식적인 주인공. 물론 상식을 깨는 행동을 하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이 한둘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자기 행동에 대한 합당한 이유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닐지. 책 제목과 표지는 상당히 그럴 듯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는 딱 그런 수준이었다.

만일 같은 내용을 무명의 국내 작가가 썼다면 어땠을까? 누가 관심이나 가져줄 내용일까? 실력 이상으로 부풀려진 작가의 명성에 기댄 한 권의 졸작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비도 긍정이다.

비
마르탱 파주 지음, 이상해 옮김, 발레리 해밀 그림 / 열림원 / 2007년 6월

보통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하면, 흐리고 우중충하고 질척거리는 분위기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아침부터 비가 오면 상쾌하기보다는 높은 습도와 발을 적시는 물로 기분이 차분해진다. 하지만 또 실내에 들어와 창문을 두드리는 비를 보면 포근하고, 뭔가 생동감넘치는 기분이 되어, 밖에서 맞는 비와 안에서 보는 비의 차이가 심한 나의 변덕에 새삼스럽게 놀라게 된다.

환경적으로 보면 자연의 순환이고, 농부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고, 나같은 도시 생활자에게는 고작 몇 분의 상념을 주는 것이 '비'라는 것이 그동안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비가 가진 무수한 장점들을 감성이 묻어나는 에세이와 긍정적인 느낌의 그림으로 구성해놓아, 비에 대한 그동안의 인식에 많은 변화를 일게 했다.

먼저 저자의 글을 보며 이렇게까지 비를 좋아할 수 있구나 감탄했다. 요술 안경처럼 비가 오면 같은 풍경도 달라 보이고, 심경의 변화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와중에 작가는 그 많은 잡념, 혹은 단상들을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그리고 사람의 표정처럼 비도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좋은 문장이 많은 책이다. 처음에는 두께와 가격이 뭔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에 사기를 꺼려했는데, 두껍고 글자 많은 책보다 더한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좋아하는 글이 적힌 부분은 접어놓고 두고두고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