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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거짓말 -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
정문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을 때, 시를 읽을 때, 그리고 또 다른 책을 읽을 때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비평이라는 분야에 대한 것을 거의 접하지 못했다. 있다는 것은 날고 있었지만 어떤 것이 비평이고 어떤 것이 감상인지 잘 알지 못하는 우매함이 있어서였을까? 읽는 동안 내내 밑줄을 그어 대며 생각을 해본다.
가끔 책을 읽을 때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은 있다. “ 어떤 의도로 이런 문장을 넣었을까? 갑자기 이 에피소드는 무엇이지?” 대부분의 경우 그냥 넘어간다. 주요 맥락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으니 크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것이 무심코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인 정문순의 평론은 여성 작가들에게 박하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평론한 신경숙의 표절 관련 문제가 2000년에 재기 하였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신경숙은 자기 입으로 [외딴방]을 연재할 당시 소설을 읽고 보내온 산업체 특별학교 교사의 편지를 본인의 허락 없이 다른 글에 그대로 가져다 쓴 적이 있다고 한 적이 있고, [외딴방]에도 그 교사의 편지 한 통이 실려 있다. -Page 27
신경숙의 작품에 표절 문제가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최근에야 이야기 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표절이라는 부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별다른 의식이 없어 보인다. 혹자는 글만 재미있으면 됐지 그런 게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지만 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대부분의 여성작가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입장에서 여성을 고착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상업적인 글쓰기에 얽힌 것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출판도 사업이라 상업적 가치를 떠날 수는 없겠지만 문학적 양심이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가령 패배의식과 무기력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개인 내면의 탐색은 집단에 대한 개인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파편화된 개인을 낳을 뿐이라는 건 1990년대에 신경숙을 위시한 인기 여성 작가들이 절실히 보여준 바 있다. - Page 225
한 때 이문열을 맹목적으로 좋아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의 행동에 조금 실망하고 그의 작품을 멀리하였는데 작가의 의식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실랄한 비판 한 줄이 눈에 들어 왔다.
소설의 몸을 빌려 우익파시즘을 열렬히 전도하고 있는 이문열보다 그의 소설 아닌 소설에 대한 평단의 침묵이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하는 건 어떤 이유일까. 그의 소설을 짐짓 평범한 텍스트로 소비하고 지나치려는 태도는 가장 위험한 독서 태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page254
그냥 이야기로 재미로 읽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들린다. 철저하게 작가의 의도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책을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말로 해석이 된다. 아쉽게도 나는 그냥 재미로 읽었었는 데... 평론이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저 좋은 글로만 느끼고 무력한 현실에 수긍하는 삶을 그린 작품을 보면서 위로 받았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생각을 텍스트에 숨긴다면 나는 무의식 속에서 그의 의도에 수긍하게 되는 것인가? 의식 없는 독서가 가져올 미래를 생각하면 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생각하며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