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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ㅣ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평점 :
나쓰메 소세키 이름이 우리말로 하면 좀 그렇죠? 아마도 어떤 문화강좌나 일본 문학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이었습니다. 특이한 이름 때문에 잘 잊혀 지지 않았나봅니다. 도련님 역시 많이 들어본 제목이었고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읽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일본 소설이 가진 특징인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은 예전의 작가나 지금의 작가나 공통적인 특징인 것 같습니다. 한 번 잡고 쭉 읽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소설은 천방지축으로 자라고 의협심이 강하고, 팔랑귀인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졸업하고 시골의 중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시코쿠라고 하죠? 지금은 일본의 관광명소이고 산책길이나 오솔길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라고 합니다만, 소설이 쓰여 질 당시는 1900년대 초반이라고 하니 개화기쯤의 우리보다 조금 더 개화된 수준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 부임한 우리의 주인공은 이사람 말에 훅하고 넘어가서 화를 내고 저사람 말에 혹하고 넘어가서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이 사람도 의심 하였다가 저 사람도 의심하였다가 하는 일을 반복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쿄에서 온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장난과 관심은 도를 넘어서고 폭발 일보 직전까지 가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을 올바로 바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는 데요. 역시 세월의 풍파를 많이 겪으신 할머니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좀 직설적이고 느끼는 대로 말을 하지만 진짜 친구를 만들고 그동안 자신을 괴롭힌 주인공을 찾아냅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이야기의 흐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외지에서 온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그들을 배척하는 문화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것은 주동하는 사람도 어디에나 있죠? 하지만 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버티고 용감하게 뚫고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듯이 말입니다.
이 책이 왜? 세계문학이나 대학교 필독서가 되었는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관계와 설정 그리고 그 속에 우리 인간의 모든 것을 담겨 놓아 주기 때문이 아닌가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 잔잔하게 그려지는 ‘기요’ 할머니는 어디선가 나를 묵묵히 바라보고 응원하는 내 주위의 진짜 아군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그를 귀찮아하고 멀리하고 고리타분하다고 면박하고 있지는 아닐까요? 힘들고 어려울 때 돌아갈 고향 같은 분인데 말입니다.
가끔은 청소년용 책을 읽습니다. 맑은 기분이 들거든요. 읽었지만 또 읽는 것도 있습니다. 억지로 읽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내용이 대부분이거든요. 아마도 저자의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선 읽었거나 줄거리 정도를 외우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읽으니 그 때 느끼지 못한 많은 것을 느끼게 되네요. 어쩌면 명작이고 하는 것들이 줄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요? 밋밋하지만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모를 그런 느낌말입니다.